당신과 사랑했던 날들
적힌 건 고작 여섯 줄
사랑하는 딸
엄마가 다 잘못했어
안동에서 있어던 일 다 잊어버리고
마음 속에 응을리 다 풀고
엄마를 용서해줘
매일 니를 위해 기도 하고 있어
항상 건강 잘 챙기고 행복하게 살아
‘행복하게 살아’ 여섯 자에
매일 매일의 기도를 담았는지
이걸 쓰는 엄마가 자꾸 떠오른다
글자 한 자
자모 한 획
적을 때의 마음이 어땠을까
꾹꾹 눌러보게 된다
사랑하는 딸 이라고 한번도 부른 적 없잖아
엄마에게 달려가 안기고
엄마를 히로인처럼 여기고
자랑스러워했던
어린 나날들이 스쳐갔다
나는 엄마를 사랑하는가
내가 엄마와 거의 연 끊다시피 하면서도
무거운 마음을 가졌던 건
엄마를 사랑했기 때문이구나
사랑하고 있었고
사랑하고 싶은데
사랑 받고 싶고
그게 되지 않으니 외면했던 것일까
엄마는 나를 사랑하는가
한번도 엄마가 나를 사랑한다 느낀 적 없는데
행동의 모순과 무심코 뱉은 말
그건 결코 주워 담을 수 없는 것
사랑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는 기도와 제안
우리가 사랑했던 날들이 지나간다
엄마와 손 잡고 걷던 날
손 잡고 다리 건너 장 보고
봉지 잡고 다리 건너왔던 날
장바구니도 없었는지
미련하게 많은 짐 비닐봉지에 담아 한쪽씩 나눠쥐고
노랗고 빨갛게 손 눌리도록 한없이 걸어왔던 길
고통을 감내하는 수행자된 듯
그때부터 나는 참을성이 생겼던 걸까
엄마 손목과 팔 안쪽이 부드러워
내내 비볐던 날
엄마에게 안기어 잠들었던 날
엄마 김영순
목놓아 이름 부르며 찾았던 날
엄마
엄마
엄마
왜 그랬어 정말로
우리는 잃어버린 4년을 가득 쥐고 있어서
사랑하는 4년을 잡을 손이 없었다
덜컥 엄마한테 달려가 안기고 싶기도 했고
같이 편지 보내야할 카드가 없었다면 어쩔 뻔 했어,
그럼 이 편지를 쓰지 않았을거야?
원망과 불신이 달려오기도 했다
각지지 않은 니은과
둥글둥글 부드럽고 옆으로 긴 이응들.
모나지 않은 글씨체로
왜 항상 당신은 모나게 말을 했었나
내 이름자 ‘희’ 이렇게 웃는 얼굴처럼 해놓고
왜 그리 우는 얼굴을 했었나
엄마,
엄마가 행복하게 살아
그게 내 행복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