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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직장인 Aug 08. 2023

대전환의 시대, 일하는 방식의 변화

코로나19로 앞당겨진 비대면 업무 환경

2019년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치료제가 나오고 백신이 개발된 이후에도 여전히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는 많은 변화를 맞았고, 그중 기업에서 일어난 눈에 띄는 변화는 ‘재택근무’의 도입이 아닐까 싶다.


많은 기업이 미처 준비하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재택근무를 도입해야만 했고, 재택근무에 대한 대규모 사회적 실험이 촉발되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이전 5%에 불과했던 재택근무자 비율이 약 50%로 10배 증가했고, 우리나라도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포함한 원격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사업체가 2016년 기준 4.1%에 불과했으나 2020년에 진행된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매출액 500대 기업의 26.7%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재택‧원격 근무제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라는 강력한 외부 요인으로 인해 비대면이라는 새로운 업무 방식이 급격히 도입되어 초기에는 사회 안팎에서 혼란이 있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차차 바뀐 비대면 생활에 적응했고, 우려했던 것만큼 업무 효율성 저하 문제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밀레니얼과 Z세대는 디지털 기술을 통한 비대면 업무 환경에 재빨리 적응했다.          


하이브리드 업무의 역설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가져온 변화는 강력했다. 출근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업무를 보는 새로운 근무 환경에 적응한 많은 직장인은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사무실 근무 방식의 효율성과 생산성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래서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이전처럼 100% 회사로 출근하는 형태로 업무가 복귀되기를 바라는 직장인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아주 미묘한 차이가 있다. 직장인 대부분이 유연한 원격근무 방식이 계속되기를 원하면서도 팀과 함께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했기 때문이다. 


2020년 말, 세계적인 회계 컨설팅 그룹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미국의 원격근무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대다수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원격근무가 계속되길 바라지만, 그럼에도 71%는 주 1회 이상 사무실 근무를 원한다고 답했다. 


마찬가지로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2021 작업동향지수보고서(Work Trend Index Report)〉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73%는 유연한 원격근무 방식이 계속되기를 원하지만, 팀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기를 원한다고 답한 비율이 67%에 달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하이브리드 업무의 역설(Hybrid Work Paradox)’이라고 정의했다. 즉, 직원들은 언제 어디서 일할지에 관한 유연성을 기대하며 코로나19 이전과 같이 100%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협업 등에 있어서는 동료들을 직접 대면하며 일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근무지 유연화, 기업의 경쟁력

직원들이 지난 2년간의 재택근무를 경험하고 이후의 삶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기업은 이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2021년 하반기,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며 기업들이 다시 사무실 복귀 계획을 검토하자 이에 반발하는 분위기도 생겨났다(김리안, “애플 직원들, 팀쿡 CEO에 사무실 복귀 싫어요” 반발, 〈한국경제〉, 2021. 6. 6.). 


실제로 ‘애플’에서 인재 유출이 일어났는데, 2022년 4월 사무실 근무를 늘려가겠다고 발표한 이후 애플에서 머신러닝 개발을 이끌던 스타 개발자 이안 굿펠로(Ian Goodfellow)가 구글의 계열사인 딥마인드(DeepMind)로 옮겨버렸고, 다른 직원들도 강하게 반발하며 퇴사가 이어지면서 결국 사무실 근무 정책을 시행하기도 전에 철회했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 팬데믹 이후에도 원격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워크(Hybrid Work)’ 도입을 준비하거나 운영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글로벌 IT 대기업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사무실 복귀 계획을 수립하면서 2022년 상반기부터 하이브리드 워크를 운영했고, 국내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가 하이브리드 근무를 근간으로 한 새로운 혁신 근무제도를 2022년 7월부터 실시했다.          


하이브리드 워크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

앞의 설문조사처럼 직원 대부분이 재택만 원하는 것은 아니며, 기업들도 예전 방식만 고집해서는 인재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을 적용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는 외국계 기업과 국내 기업에 확실한 온도차가 있다.


외국계 기업(국내 지사 포함)은 재택 또는 하이브리드 근무형태를 새로운 일하는 방식으로 인정하고,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제고하는 방법을 찾는 동시에 직원의 웰빙(Well-Being), 삶과 일의 균형에 초점을 맞추어 운영하고 있다. 내 주변의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하는 지인 중 대부분은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에 필요한 업무 기기를 회사에서 지원받았고, 코로나19가 잠잠해졌을 때도 매니저에게 형식적으로 얼굴을 비추는 것보다 개개인의 핵심성과지표(KPI)와 성과를 달성하는 것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에 반해 국내 기업은(물론 외국계 기업 이상의 제도와 문화를 갖춘 곳도 있지만) 대부분 재택근무를 회사에서 직원에게 베푸는 혜택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재택근무에 필요한 업무 기기는 자비로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성과 달성 등 정량적 기준으로 인사 평가하지만, 눈에 자주 보이는 것이 정성적인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부러워하지만 말고, 이력서를 던지자

사무실 근무, 재택근무 그리고 하이브리드 워크의 생산성에 관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으나, 직원 만족도 그리고 삶의 질이 상승한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오랜 기간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하며 느끼는 장점은 국내 기업 대비 경쟁력 있는 금전적 보상도 있지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시간을 자기 주도적으로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고 그것이 회사의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상당하다. 물론 자율성이 주어지는 만큼 그 결과는 성과와 매출로 철저히 증명해야 한다. 일하기 좋은 회사를 그저 부러워하지만 말고, 목표로 하는 회사의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와 본인의 이력서를 비교하고 매일매일 꾸준히 노력을 축적하면서, 언젠가 분명히 다가올 기회를 잡기 위해 준비하자. 부러우면 지는 것이 아니라 부러워하기만 하면 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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