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도 떠나갔소
아지매도 지나쳤소
거울 속의 고운 얼굴 고이 날리고
틈새 없이 살았던 날 몽땅 보냈소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절반의 시간과
다가올 시간의 경계선을 딛고 섰소
에밀리 워렌 로블링처럼
굵직한 성격으로 살진 못했소만
그리하여
알아주는 사람 없소만
나에겐 나대로의 의미가 따로 있을 테니
이젠 그 스텝을 찾아 괜찮아질 작정이오
거기 그 곳에선 척추 곧추세우고
하고 싶은 일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사람으로 지내보겠소
남은 시절은 어제의 나보다
나아지고 나아가기를 원하기 때문이오
마침표를 찍기까지
사람은 고인 게 아니라
흘러가는 것이라 하오
그런고로
흐름이 막히지 않도록
헐렁하게 살아보겠소
젊지 않아도 괜찮소
항구에 정박한 배가 된들 또 어떻소
서럽다 외롭다는 이제 묻어두려 하오
대신
돌보지 않아 성긴 마음의 잔허에
옥토를 채우고
선한 에너지를 심어보겠소
윤기있는 시간을 가꿔보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