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두 다리가 무쇤 줄 알고 주야장천 걸어 다녔어요.입만 열면 걸어야 하는 이유가끝도 없이쏟아졌죠. 지금은부실한 무릎때문에낭만 실은 걷기 따윈 죄다 물리치죠.무릎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 걷기만 겨우 해내고 있어요. 예전처럼다시 무쇠 다리를 장착하고 싶은 맘으로 올해의 키워드역시건강을 택했어요. 작년 한 해 '미술심리치료'를 배우며 마음건강찾기에 실눈 정도 떴다면 올해는'이혈테라피'와 함께 신체 건강 되찾기에 역점을 두었어요.
이혈 테라피란 경락이 모여 있는 귀를 직간접적으로 마사지하여 내담자의회복을유도하는 기법이에요. 인체와 연결된 귀 안의 혈자리를 지속적으로 마사지하거나 이혈 기석을 부착(부착제는 피부색 테이프에 1mm 정도의 기석이 붙어 있는 모양)하여 마사지 효과를 누리는 방식으로요.귀마사지로 신체의 취약 부분을 회복한다는 게 기본 원리죠. 귀는 모든 경락(온몸의 기氣와 혈血이 지나가는 통로)이 모여 있는 곳으로 약 150여 개의 혈자리가 분포해 있어요. 뿐만 아니라 뇌와 가장 가깝다는 특성 때문에 신경 호르몬에 빠른 영향을 미쳐 그 효과가탁월하대요.
이혈 기석 부착제
이건 또 뭐래?
할 수도 있어요. 저도 수지침은 익숙하지만이혈테라피는 생소했거든요. 그런데 과학적,안전성 부분에서 이미인정받은 분야더라고요. 1990년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세계보건기구 국제학술대회에서 귀의 해부학적 구조와 이혈에 대한 표준화가 제정되면서 현재는 질병 치료의 한 분야로 인정받고 있대요.
수업들으러 모인 학우들은 대다수가 수면, 무릎, 허리, 두통, 알레르기, 어깨, 소화, 갱년기 등의 문제를 호소하며 회복을 갈구하는 마음이 간절했어요. 간혹은가족의 회복을 돕기 위해 참여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쇠약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건강 찾기에 모인 우리 모두와 가족의 미래가 활력 그 자체이길 바라는 맘으로 수업에 들어갔어요.
주 1회씩 석 달 정도 배웠어요. 이혈 테라피의 과학적 근거와 역사를 살핀 후 귀의 명칭에 대해 수업하는 날이었죠. 귀에도 부분마다 고유한 명칭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낯설더라고요. 이갑강, 이갑정, 대이병, 이륜각 등을 배우며 귀 사진을찍었어요. 마지막 수업이 끝나는 날 귀 모양이 어떻게 변할지 전후를 비교하기 위해서죠. 취약한 부분을 배울 때면 사진 속 제 귀를 들여다봤어요. 뜨헙! 정말로 그 부위에서 변형 또는 변색, 혈관 비침 등을 발견할 수 있었죠. 귀를 보고 자신의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답니다.
작년 가을부터 시작된 소화불량이 지금은 좀 안정되긴 했어도툭 비어져 나올 때가 있어요.열악한 소화 기능으로 자주 고생하다 보니 의욕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일상에 많은 제약이 따랐어요. 음식 섭취나 모임이 부자유하니 답답하고 갑갑한 심정이었죠.위장 탓이라고만생각했는데간 기능약화도 소화불량의 원인이라는사실을알게 됐어요.제 귀를 살피니 간 위치 혈자리가 톡 불거진것을시각(사진)과 촉각으로느낄 수 있었죠.
다른 사람은어떨까?
옆사람의 간 위치를 살펴보니 저와 달리 매끄럽더라고요. 예쁜 어감은 아니지만 졸지에란 표현을 사용해야겠어요. '졸지에 간땡(덩)이부은여자'가 된 순간이었으니까요.보통은 40세 이후부터 간 기능이약화된다더군요. 간은 보약이나 특효약이 없으므로 평소에 증상이 없더라도 관리하고 검진해야 한대요.
위와 간 및 소화 관련 부위 혈자리 몇 곳에 이혈 기석을붙이고 마사지를하니강한 통증과열감이느껴졌어요.취약한 부분에 이혈기석을 부착하면 나타나는 현상이래요. 3일 정도 지나니까 귀통증은 완화되더군요. 부착제는 5일 후에떼어냈는데처음이라 그런가 신박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어요. 실망한 마음이 컸는데 오래된 질병일 경우엔 4~5개월 정도는 관리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더라고요. 몇십 년을 사용한 몸인데 이혈 기석 하나로 단박에 좋아지면 병원이 필요 없겠죠. 세상만사'꾸준히'를 이기는 최적의 방법은 없는가 봐요.
이혈 테라피로 소화, 무릎, 수면, 허리 걱정 없는 삶을 기대하며 올 한 해 성심껏 배워보려 합니다. 기본적으로 혈액 순환이 원활해지고 오장육부가 튼튼해지며 면역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하니 이미 닳은 몸이지만 이제라도 닳는 속도 좀 줄여볼까 해서요. 귀마사지법으로 건강 찾기를 배우는 틈틈이 가볍게 챙길 수 있는 영양식이나 운동법도 소개해주어 조금씩 실천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건강이 화두가 되어 무수한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순간 솔깃하다가도 며칠 지나면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진행이 잘 되다가도 게으름과 귀찮음이 찾아오면 꾸준함을 팽개쳤던 거죠. 몸이 적당히 귀찮아야 건강해진다는데 '귀생(자신을 귀히 여겨 편하게 두면 생이 위태로워진다는 노자의 논리)'에 의지하려는 수작을 부릴 때가 있어 탈이에요. '꾸준히'가 고스란히 건강이 되어 몸에 쌓이는 그날까지 '이혈!' 해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