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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May 11. 2021

못 갚은 대여금, 퇴직금에서 공제할 수 있을까?

인사 노무 사례 100개면 되겠니?

상황#1 한 고집 과장이 회사를 그만뒀다. 

한 고집 과장 회사로부터 빌린 주택자금 융자금은 아직 천만원 정도 남아있다.

이거 간단하게 퇴직금에서 상계를 해도 될까?




결론을 말씀드리면, 퇴직금은 퇴직금대로 지급하고 주택자금 융자금은 따로 받는 편이 낫습니다.

퇴직금이라면 1/2까지는 압류가 가능하나, 대부분 사업장은 퇴직연금에 가입되어 있고, 퇴직연금은 압류가 금지됩니다. 압류하지 못하는 채권은 상계를 할 수 없으므로(민법 제497조), 만약 한 고집 과장의 사업장에서 퇴직연금제도를 운용하고 있다면, 주택자금 융자금은 상계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에서 일부 예외(DC형)를 두긴 하는데, 실무적으로는 퇴직소득세 과세이연 문제 등 적용이 어렵습니다.


'상계'와 관련하여 근로기준법에서는 2가지 조항이 있습니다.

사용자는 전차금(前借金)이나 그밖에 근로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전대(前貸)채권과 임금을 상계하지 못합니다. (근로기준법 제21조)

근로자가 채권으로 말미암아, 억지로 일하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함인데요.

전차금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빌린 돈을 말하며, 전대채권은 사용자가 미리 대여한 금전에 대한 채권을 말합니다.

근로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채권이므로, 근로할 것을 강제하지만 않으면 상계가 될 것 같은데, 또 그렇지가 않습니다.

회사에서 자녀 학자금 융자, 주택구입자금 융자 등은 갚을 때까지 근로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은 게 아닌 한은 위에 해당이 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왜 상계가 안될까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임금의 ‘전액’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근로기준법 제43조제1항)


상계는 일방의 의사표시로 채권을 소멸시키는 행위입니다.

상계를 한다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빌려준 돈 떼일 염려 없이, 간단한 계산으로 채권의 회수가 가능할 것이나, 근로자 입장에서는 매월 들어오는 임금이 줄어, 생활상의 어려움을 겪게 되고, 돈을 갚을 때까지 일을 해야 하는 수도 있습니다.

대출금채권(대판 1990.5.8, 88다카26413),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대판 1976.9.28, 75다1768)과 같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가지는 채권과 임금채권의 상계는 전액지급의 원칙에서 위반됩니다.

그렇다면, 직원들의 복지 차원에서 만들어진 주택자금 융자금,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 근로자와 상계계약서를 작성합니다.

아까 상계는 일방의 의사표시라고 했습니다. 계약은 쌍방의 의사표시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근로자가 ‘동의’하여 상계계약을 맺을 경우에는 상계처리가 가능합니다.


두 번째, 퇴직금은 전액 지불하고 근로자로 하여금 남은 융자금을 입금하도록 합니다.

근로자가 안 갚을 경우에는 대여금반환청구소송등을 통해서 강제해야겠죠.

- 금품 청산 의무(근로기준법 제36조)와 지연이자(동법 제37조제1항)에도 불구하고, 퇴직금 지급을 늦추는 방법도 고민해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또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임금, 퇴직금 등은 1/2에 해당하는 금액은 압류하지 못합니다.

(민사집행법 제246조제1항제4호및제5호)

게다가, 퇴직연금(IRP계좌)은 압류도 금지하고 있습니다.(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7조제1항)

퇴직연금에 가입한 사업장일지라도 근로자가 만55세 이상이거나, 퇴직금이 300만원 이하인 경우, 주택구입 등을 목적으로 퇴직금을 담보로 제공한 경우(DC형)에는 해당 금액만큼은 IRP계좌로 이전하지 않아도 되긴 합니다. (동법 시행령 제9조) 

법으로는 '퇴직연금사업자는 제공된 급여를 담보로 한 대출(DC형)이 이루어지도록 협조하여야 한다.'(동법 제7조제2항)고 규정하고 있긴 합니다만, 실무상 본 적은 없습니다.


따라서, 금액이 적다면 ‘상계계약서’를 작성하여 근로자의 동의를 구하여 임금에서 상계하는 방법과, 금액이 크다면, 임금, 퇴직금은 지급하고, 별도로 근로자에게 대여금을 상환받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대여금'제도를 운영하는 회사라면, 대출 시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인사실무자 Tip

• '대여금'제도를 운영하는 회사에서는 융자 시 직원이 '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합니다.

퇴직금은 퇴직금 대로, 대여금은 대여금대로 처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황#2 근로자의 실수로 발생한 과태료, 임금과 상계가 가능할까?

시설물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한 고집 과장, 구청에 신고기일을 넘겨 과태료가 5만원이 부과되었다. 

한 고집 과장이 게으름을 피우다 생긴 일이니, 회사는 징계는 넘어가는 대신, 반성하라는 의미에서 과태료는 한 고집 과장이 납부하라고 한다.

내 일이 아니고 회사 일 아닌가? 내가 왜 과태료를 내야 하지?

회사에서는 봐준답시고, 과태료 5만원을 급여에서 공제한다는데, 내 허락도 없이 내 월급에 손을 댄다고? 

한 고집 과장은 마음이 매우 불편하다.

유진 씨는 ‘상계계약서’를 들고 와서 한 고집 과장에게 서명을 하라고 하는데,

“이거 서명 안 하면 어떻게 돼요?”

유진 씨는 당황스럽다.




일방적인 상계는 안되지만, ‘상계계약서’를 작성한다면 급여에서 상계가 가능합니다.

계약서를 작성하였다면, 한 고집 과장의 허락 하에 급여에서 공제하는 셈이 됩니다.

만약 한 고집 과장이 서명을 안한다면, 회사는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할텐데요.

가능은 하겠지만, 글쎄요.


일단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어떤 손해가 얼마만큼 있었는지를 사용자가 입증해야 합니다.

직원의 고의, 과실로 손해가 있더라도, 업무상 손해를 근로자가 100% 배상해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고의, 과실을 정도를 따져서 판단합니다.


또한 판례는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견지에서 신의칙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피용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그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봅니다.(대판 2009.11.26, 2009다59350)  

근로자가 제삼자에게 손해를 입혔을 경우, 사용자도 배상책임(민법 제756조)이 있습니다. 

상당한 주의감독을 하지 않았다면, 사용자 역시 책임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한마디로 쉽지 않습니다.


한 고집 과장의 경우는 어떨까요?

과태료가 5만원인 걸로 봐서는 큰 건은 아니라고 보이나, 회사에서 '주의'를 줄 의도였던 걸로 봐서는, 아마도 이런 종류의 과실이 반복되었던 건 아닐까 싶습니다.

과태료는 회사로 부과된 것이므로, 회사가 납부하는 것이 맞지만, 한 고집 과장의 과실이 분명하다면, 동의를 받아 상계처리도 가능할 것입니다.

한 고집 과장이 끝까지 동의를 안한다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는 있겠지만, 배 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될 것 같습니다.




인사실무자 Tip

• 직원의 고의, 과실로 손해가 발생했다면, 실 손해에 대해 배상을 요구할 수는 있겠으나, 사용자 역시 관리 감독 의무가 있으므로, 근로자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할 때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상황#3 급여 담당자 한유진 씨, 한 고집 과장의 급여를 잘못 계산했다.

지난달 결근이 하루가 있었는데, 전액을 지급한 것이다. 

(유진 씨) “과장님 죄송해요. 1일분이 더 들어갔는데, 다음 달 급여에서 공제해도 될까요?”

(한 과장) “이미 지급한 걸 다시 빼는 경우가 어딨어요? 임금은 전액을 지급해야 하는 거 모르나? 근로기준법에 다 쓰여있어요!”



이래저래 회사와 자꾸 부딪히던 한 과장은 이제, 인사팀 유진 씨보다 근로기준법을 더 빠삭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임금지급의 원칙 4가지 중 전액불 지급의 원칙이 있죠. (근로기준법 제43조제1항)

임금은 근로자의 기본 생활 수단이 되므로, ①통화로, ②근로자에게, ③직접, ④전액을 지급해야 합니다.


그런데 예외가 있습니다.

판례는 부당이득반환채권(민법 제741조)를 자동채권으로 하는 상계에 관해서는 예외를 인정합니다.


'일반적으로 임금은 직접 근로자에게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으로서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를 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나, 계산의 착오 등으로 임금이 초과지급되었을 때 그 행사의 시기가 초과지급된 시기와 임금의 정산, 조정의 실질을 잃지 않을 만큼 합리적으로 밀접되어 있고 금액과 방법이 미리 예고되는 등 근로자의 경제생활의 안정을 해할 염려가 없는 경우나 근로자가 퇴직한 후에 그 재직중 지급되지 아니한 임금이나 퇴직금을 청구할 경우에는 사용자가 초과지급된 임금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할 수 있다.'(대판 1993.12.28, 93다38529)




인사실무자 Tip

계산 착오 등으로 초과지급된 임금은 상계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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