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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토닥 Oct 23. 2024

나도 날씬한 엄마이고 싶다

의식하지 않으려 하지만 자꾸만 의식하게 되는 엄마 여자의 몸에 대하여


요즘 5개월 그녀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고민이 생겼다.

문화센터를 가도

쇼핑몰을 가도

동물원에 가도

공원에 가도

엄마들이 모두 날씬하다.

어쩜 저렇게 날씬할까 싶을 정도로 날씬하다.


이제 그녀를 낳은 지도 벌써 5개월이나 지났는데

왜 내 몸매는 임신하기 전으로 돌아가지 않는지 모르겠다.


막상 외출하려면 5개월 그녀를 챙기는데 바쁘다 보니 

나를 신경 쓰기는 항상 쉽지가 않았다.

옷은 그냥 아무거나 편하게 입고

스타일링에 신경 쓸 겨를은 당연히 없고

5개월 그녀가 여기저기 비비다 보니 화장하기도 어렵고

어깨는 항상 5개월 그녀의 침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다.


엄마의 삶은 이런가 부다하고 외출하면

마주치는 다른 엄마들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다.

다들 너무 예쁘고 날씬하다.

심지어 아이랑 컬러감도 맞춘 코디를 하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나에게 없는 여유가 어떻게 그들에게는 있을 수 있는 거지?

그리고

너무 날씬해.

너무 부럽다.


'나는 아줌마고,

다른 엄마들은 아가씨네.'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다.

'어떻게 아기 낳고 그렇게 날씬하세요?'

'운동하러 가면 아기는 어떻게 해요?'

'모유수유하면 살 빼기가 어렵지 않아요?'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나는데

유유히 유모차를 끌고 지나가는 날씬한 엄마들을 보며

뭔가 탄력이 휘발해 버린 듯한 나의 몸을 툭툭 쳐본다.


그렇다.

5개월 그녀를 낳고서 나는 늙었음을 느끼고 있었다.

마치 기름끼가 빠진 것처럼 발가락은 쭈굴쭈굴해지고

발뒤꿈치는 가뭄처럼 쩍쩍 갈라졌다. 

몸의 유분이 빠져나가며 몸이 푸석푸석해짐을 느꼈다.

반곱슬이던 머리카락은 후드득 다 빠지더니

지금은 잔디인형처럼 잔머리가 생기고

뽀글뽀글 곱슬머리가 되어버렸다.


"여보, 나 아줌마처럼 보여?"

"그건 갑자기 왜?"

"길 가는데 뒤에서 '아줌마' 부르길래 나도 모르게 뒤돌아봤는데

다른 사람을 부르는 거였더라고."

"뒤돌아봤다는 건 아줌마인걸 인정한 거 아니야?"

"아줌마 되기 싫은데."

"아줌마가 어때서~"

"싫어. 아줌마라고 불리기 싫단 말이야."

"왜?"

"뭔가 더 이상 아가씨가 아닌 거 같아서 싫어."

"이제 아가씨가 아니면 어때.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좋을 거 같아.

나이 드는 것도, 변해가는 것도.

그 나이에 맞게 보이는 것도, 

그 나이에 맞게 사는 것도 중요하잖아."


어려 보이고 싶고, 날씬하고 싶고, 예쁘고 싶은 욕구

아가씨도,

아줌마도, 

할머니도 

똑같지 않을까?


내 나이에 맞게 건강하게 늙어감을 마음으로 받아 들어야 하는데

자꾸만 내 나이보다 어려 보이고 싶은 욕심이 생기나 보다.


날씬한 엄마도 좋지만 일단 건강한 엄마가 돼야

5개월 그녀와 더 많은 시간을 앞으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엄마들보다 늦은 나이에 5개월 그녀를 낳은 만큼

시간을 따로 만들기 어렵다면 중간중간에 스트레칭이라도 짬짬이

복식호흡이라도 찬찬히 하면서

5개월 그녀뿐 아니라 내 몸도 챙길 줄 아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물론 5개월 그녀가 예쁜 엄마, 날씬한 엄마. 젊은 엄마이기를

바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치원에 가서 다른 엄마들과 나를 비교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예전에 늦둥이 동생이 있었던 친구가 본인 엄마 대신에 

늦둥이 동생 초등학교 입학식에 간다고 했었다.

제일 예쁜 옷을 입고 오라고 동생이 신신당부했다며

머리도 미용실에서 하고 가야 하냐고 물었던 기억이 났다.


물론 마음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자존감이 떨어지거나 자신감이 부족해진다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다른 날씬한 엄마들을 보며

긍정적인 자극이 된 5개월 그녀의 엄마는 

처음으로 요가를 한번 배우러 다녀와봤습니다.

물론 다음날 온몸이 근육통으로 아프지만

이제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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