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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토닥 Oct 21. 2024

엄마는 왜 후드티만 입어요?

원피스, 꽃무늬, 레이스, 드레스만 입은 5개월 그녀가 엄마에게 질문하다


요즘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여름옷을 정리하고 가을 옷을 꺼내야겠다 싶어졌다.

5개월 그녀도 열도 땀도 많지만 이제는 반팔을 넣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5개월 그녀의 옷과 엄마인 나의 옷은 사뭇 다르다.

원피스

꽃무늬

레이스

드레스

5개월 그녀의 외출복은 내가 입지 않는 옷 스타일이 대부분이다. 


나는 맨투맨과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가끔 바람이 불면 귀를 덮을 모자가 달린 후드티로 바꿔 입는 정도이다.

옷에 그다지 관심이 크지도 않고 뭐 입을지 고민하기 싫어서 

아예 입을 옷을 한정적으로 정해놓고 돌려 입는 편이다.

맨투맨 색상도 연한 회색, 진한 회색, 더 진한 회색을 선호한다.


5개월 그녀를 낳기 전에는 그녀도 나와 비슷한 스타일로 옷을 입히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5개월 그녀의 코디는 나의 코디 스타일과는 정반대인 경우가 대다수가 되었다. 

물론 5개월 그녀에게 바지도 있지만 자꾸 나도 모르게 코디하는 손길이

원피스

꽃무늬

레이스

드레스

중에 하나로 가는 것이다.


예쁜 원피스에 레이스 양말에 리본 머리띠를 하면 머리카락은 비록 없지만 

누가 봐도 '그녀'임을 알 수 있는 스타일링은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받게 된다.


"엄마 들었어?"

"뭘?"

"오늘만 해도 벌써 3번이나 지나가는 사람이 인형 같다고 하잖아."

"그게 그렇게 좋니?"

"어, 난 너무 좋아. 이 맛에 외출하는 거 같아."

"너 대리만족하는 거 같아."

"내가?"

"니 딸로 인형놀이하면서 말이야."

"하긴 내가 마음대로 입히고 있긴 해, 진짜. 인형한테 하듯이."


5개월 그녀와 할머니와 함께 나간 외출에서 알게 되었다.

내가 5개월 그녀를 통해 대리만족하고 있었던 사실을 말이다.

내가 입기에는 소화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꽃무늬 레이스 원피스와  

5개월 그녀에게 내가 입히고 싶은 대로 입히며 대리만족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변의 칭찬을 마치 내가 듣는 것 마냥 좋아하면서 말이다.


5개월 그녀에게 입힐 때는 몰랐다.

내가 평소에는 입지 못하고 좋아하기만 했던 스타일을 입히고

남들의 시선을 즐기며

칭찬에 흡족해하게 되는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될 줄은 말이다.


곧 다가올 미래에 5개월 그녀가 더 이상 나의 스타일링을 거부하고

본인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날이 올 텐데

그때를 생각하니 뭔가 갑자기 아쉬워지기조차 했다.


하지만 동시에 궁금해지기도 했다. 


'5개월 그녀가 나처럼 맨투맨을 좋아할까?'

'5개월 그녀가 나처럼 청바지를 좋아할까?'

'5개월 그녀가 나처럼 후드티를 좋아할까?'


알게 되었다.

지금처럼 꽃무늬에 레이스가 달린 원피스를 좋아해도

아니면 나처럼 회색의 맨투맨을 좋아해도

5개월 그녀는 나의 '인형'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내 마음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5개월 그녀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조금 빨리 알게 된 것 같다.


5개월 그녀도 그녀만의 

주관이 있고, 

주장이 있고,

입고 싶은 옷이 있고,

하고 싶은 행동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5개월 그녀가 나에게 언젠가 물을 것만 같다.

"엄마는 왜 후드티만 입어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래와 같다.

"엄마가 좋아하는 옷이라서.

너도 네가 좋아하는 옷 입으렴.

우리 서로의 스타일을 존중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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