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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Sep 14. 2022

평소와는 다른 마음으로

이상스럽다


주로 집에만 머물이대론 안 되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지난 2월. 이후 나는 산에 다니며 야외활동에 집착하듯 집중했다. 사람 만나기를 버거워하고 쉬는 날 하루는 온전히 집에 있지 않으면 에너지가 충전되지 않는다고 믿었는데 그것은 나를 가둔 선입견의 상자였나 보다. 비록 집은 정리되지 않아 엉망이 될지언정 나는 자연에서 많은 에너지를 얻고 있었다. 쉬는 날에 집에 있으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얼른 나가서 몸을 움직여야지, 무얼 하고 있니.


무더위를 맞은 여름엔 숨쉬기가 버거워 실내 운동에 눈을 돌렸다. 산에는 나무가 우거져 있어 해가 떠도 그늘은 만들어지지만 대한민국 여름의 고온 다습한 환경과 나무가 뿜어내는 습기가 더해져 물속을 걷는 느낌마저 받았던 탓이다. 아가미가 없으니, 땅 위로 숨어야지. 그럼에도 운동은 꾸준히 했다. 마치 이것만이 나의 구명줄인 것처럼. 하지만 밖에서 자연을 자주 마주하지 않아서 일까, 무드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다시 회피적인 모드로 돌아서고 있다. 사람을 자주 만나는 것도 다시금 버겁고 약속이 취소되면 반갑다. 아, 이게 원래 나였지, 요즘의 내가 이상스러운 거였지. 빨간불이 켜질락 말락.


SNS를 시작한 것도 큰 결정이었다. 역기능이야 워낙 잘 알고 있었으니 나의 심리건강을 위해 시작도 하지 않고 있던 참이었고, 요즘 시대에 그런 걸 하지 않는 게 초월주의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허세도 있었다. 하지만 늘 공허에 허덕이는 나를 위해 SNS의 순기능을 취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남에게 보여주어도 부끄럽지 않은 부분을 확대하고 강조하기로 하기로. 내 안의 긍정에서 답을 찾아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서. 일상을 남에게 보여준다는 게 꺼림칙하고 불편했지만 일기 쓰듯 편하게 여기며 추억을 저장했다. 덕분에 ‘벌써 9월이 되었다’는 말이 덜 씁쓸하게 느껴진다. ‘허투루 시간을 보내진 않았어. 여길 봐봐. 너는 그동안 이렇게 존재해온 거야.’라고 허무에 빠지는 나를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으니.

 

나를 구원하는 건 그런 이상스러운 나. 평소와 다른 것을 해보고 어제의 나보다 나아지길 바라는 나. 단풍 든 산에서, 혹은 눈꽃 핀 산속에서 차차 이상스러운 나와의 괴리감은 줄어갈 테지.








이:상-스럽다: (형) 보통과는 다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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