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구석구석 (1)
힘겹게 열고 들어가야 하는 두껍고 묵직한 문,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온 몸을 덮치는 건조하고 오래된 나무냄새,
땅 속으로 한없이 내려들어가는 에스컬레이터,
그 깊숙이 자리한 화려한 대리석 장식과 샹들리에,
알록달록 요란한 벽화들,
그 사이를 정신없이 지나다니는 무표정의 사람들.
1년 365일 '모스크비치'들의 발이 되어주는 '인민을 위한 지하궁전', 모스크바 지하철 이야기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하철 중 하나다. 1935년 1호선(소콜니체스카야 선)의 개통 이래 스탈린 시기, 세계대전, 냉전, 포스트 소비에트를 모두 겪었고, 그만큼 그 시대를 거울처럼 반영하고 있다.
건물이나 도시 시설물 등에서 장식적 요소를 '잉여적인 것'으로 생각했던 20세기의 우리나라와 달리, 당시의 러시아는 자기네들의 공산주의 이념, 반파시스트 이념, 문학과 미술에 대한 애정, 타민족과의 우호관계 등등 갖가지 것들로 지하철 역을 장식했다.
그렇기 때문에, 모스크바를 알아가면서 빼놓을 수 없는 모스크바 지하철은 그 자체를 하나의 여행 테마로 설정해도 좋을 정도로 많은 역들이 개성있고 다채롭게 꾸며져 있다.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특유의 '20세기 러시아 감성'이 뚝뚝 흘러 넘치는 지하철은 모스크바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