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룡이 Feb 12. 2020

두릅 두릅, 봄이 왔어요.

어차피 오게 될 봄보다는 남아 있는 겨울을 즐겨고 싶어 지는 맛

'아, 올해 겨울은 너무 따뜻하네.'

'아무리 부산이라도 눈 한번 안 와. 올해는.'


호주 산불이며 올해 겨울 날씨며 이상 기온이 계속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그럼에도 가지는 메말라 있고 붙어있는 나뭇잎은 떨어진 지 오래다. 건조한 풍경에서 온도로 느끼기 힘든 겨울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렇게 시간은 째깍째각 겨울을 보낸다.



사라져 가는 시간만큼 찾아오는 건 역시나 또 다른 시간이다. 익숙해진 메마른 풍경에 봉긋하게 솟은 새순을 숨은 그림 찾기 하듯 발견하면 가슴이 콩닥거린다. 


봄이 오는구나. 겨우내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피해 겹겹이 감싸 왔던 마음이 한 꺼풀씩 벗겨진다. 마음의 온도가 올라가고 환해지며 붉어지고 흥분한다. 



'이렇게 뻔하게 봄을 맞이할 수는 없어!'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같은 생각을 했음을 기억한다. 근데 왜 지겨울 틈 없이 봄을 또 초대할 생각을 할까. 아, 봄은 귀한 손님이기에 맞이 준비를 해야 하는구나. 겨울 동안 잊고 살았던 상징적인 색과 풀냄새가 식탁에 필요하다. 우리 모두의 하루는 식탁에서 시작해서 식탁으로 마감하니 말이다. 때마침 두릅이 보인다. 


봄의 그림자를 밟고 있을 때 필요한 식재료는 두릅이 미나리보다 적절하다. 특히 산두릅은 두꺼운 나무껍질에 감싸진 밑동과 페인트라도 뿌려놓은 듯 진한 초록 줄기 부분이 겨울과 봄을 모두 담고 있는 어색한 녀석이다. 그러다 스치듯 코 끝에 퍼지는 씁쓸한 향은 꽤 진한 흔적처럼 마음에 남는다. 이에 반해 미나리는 봄을 이미 맞이하고 시작되는 축제의 서막 같은 부분이다. 아- 나는 낯선 느낌, 강한 대조에 많은 끌림을 느끼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끓는 물에 소금 한 스푼을 넣고 데쳐내는 듯, 삶는 듯 익혀 건진다. 찬물에 휙 하고 씻어내어 물기를 꽉 짜준다. 어딘가에 있는 고추장과 식초, 설탕을 꺼내 초장을 만들고 급하게 한 입 넣어본다. 


아, 어차피 오게 될 봄보다는 남아 있는 겨울을 즐기고 싶게 만드는 맛이다.




아, 어차피 오게 될 봄보다는 남아 있는 겨울을 즐기고 싶게 만드는 맛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