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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룡이 Feb 20. 2020

인류 최악의 환경 스캔들을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듀폰 스캔들을 기반으로 하는 실화 영화 <다크 워터스> 

'오랜만에 울산에 있는 해수욕장에 서핑을 갔었을 때의 일이었다. 수년 만에 방문자 해수욕장엔 약을 뿌린 것처럼 매캐하면서도 딱히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망설여지는 오묘한 냄새가 퍼져 나왔다. 어촌 마을의 그물 투망에는 촌스러운 짠내와 고루한 바다의 흔적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중략) 그 바닷물이 어떤 사연으로 그런 냄새를 가지게 되었고 그 속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는 알 수 없어도 분명 좋은 일은 아니었다.'

<아프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중에서



겨울을 제외하고 일주일에 최소 1회, 어느 여름날에는 매일. 나는 바다, 강과 같은 물에 간다. 바다에 들어가 서핑과 수영을 하기도 하고 강가 근처를 산책하면서 지는 노을을 바라본다. 그러다 보니 지역 사회의 산업 구조, 환경, 복지 등 다양한 면을 '물'을 통해 관찰할 때가 많다. 물은 인간의 생존에 필연적인 보편의 존재이며 때로는 평온함과 심미안을 길러주는 특수함도 가지고 있다.




이런 영화는 봐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다크 워터스>는 모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영화의 재미를 결론부터 말하면 김이 새겠지만 하늘을 나는 액션 히어로가 나오는 영화보다는 단순한 플롯에 대중적인 감정을 다루고 있지 않다. (예고편만 봐도 느낄 수 있듯이) 누군가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말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아니 이런 영화는 봐야 한다!

마크 러팔로 아저씨 연기 짱짱!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의 이야기는 떼죽음을 당한 젖소를 시작으로 메스꺼움과 고열에 시달리는 사람들로 시작한다. 웨스트 버지니아에 사는 주인공의 할머니는 지인에게 잘 나가는 변호사 손자, 롭 빌런(마크 러팔로)에게 소개한다. '손주 찬스'에 어쩔 수 없이 일을 시작한 롭 빌런이지만 떼죽음 당하는 젖소, 암이 생겨버린 마을 주민들, 공격 성향이 이유 없이 강해지는 반려견 등을 보며 사건에 흥미가 생기고 진실을 쫒기 시작한다. 파헤진 사건, 벗겨진 진실에는 믿기 힘들 만큼 무거운 현실이 있다.


'At Dupnt, Better living through chemistry.
It's our DNA!'



'At Dupnt, Better living through chemistry. It's our DNA!'를 외치는 세계 최대 화학 기업 듀폰이 PFOA라는 물질이 얼마큼 동물, 사람, 환경에 안 좋은지 알고도 사실을 은폐하고 생산을 지속했으며 폐기물을 불법적으로 강과 땅에 버리기까지 한 것이다. 롭 빌런은 이 사실에 분노하고 시스템과 기업이 가하는 사회적 폭력을 고발하려 노력한다. 영화에선 그가 대기업을 상대하는 일상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했고 나는 심지어 그가 듀폰에 의해 살해 위기를 겪지 않을까 정말 조마조마하기까지 했다. 

듀폰 VS 롭 빌런 (출처: 다크 워터스)

롭 빌런은 이해가 되지 않는 죽음, 병의 원인은 직접적으로 PFOA 성분과 연결되어 있었음을 밝히고 배상을 위해 자그마치 20년이란 세월을 이 사건에 매달렸다. 그럼에도 재판의 말꼬리를 물고 사실을 은폐하고 합의를 거부하며 법정 다툼을 질질 끌는 듀폰을 보자면 살아있는 악을 마주하는 감정이었다. 티브이에서 기어 나오는 귀신? 슈퍼히어로를 위협하는 악당? 이야기에만 존재하는 이런 악보다 실제 생에서 마주하는 악이 건네는 공포는 어떤 것보다 압도적으로 위협적이다.




편리한 일상을 가장한 죽음, PFOA


실제로 '인류 최악의 환경 스캔들'이라고 불리는 듀폰의 스캔들은 '편리한 일상을 가장한 죽음'이라 칭하겠다. 실제로 프라이팬, 반도체, 콘택트렌즈, 소파, 의류 등에 사용되는 PFOA(과불화옥탄산, perfluorooctanoic acid, 또는 C-8)은 물질에 노출이 심하면 간 손상과 기형이 일어날 수 있으며 여성에게는 불임과 기형아 출산을 야기시키기도 한다. 무엇보다 아주 소량에 노출되어도 인체 세포와 결합력이 좋아 체내로 방출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한 과학자는 PFOA를 마시면 어떻게 되냐는 롭 빌런의 말에 당황하듯 웃으며 '그건 마치 타이어를 마시면 어떻게 되냐는 말과 동일한데요?'라고 말한다. 안타까운 것은 단지 미국만의 사정은 아니다. '전 세계 인류 99%가 중독'이라고 쓰여 있는 다크 워터스 표지처럼 말이다.




인류의 99%가 중독되어버린..
 


2006년 조사 결과, 한국인의 PFOA 잔류량은 외국에 비해 최대 30배나 높았다. 연예 기사에 순위를 뺏긴 신문 한쪽에는 대구에서는 수돗물에 PFOA의 친척이라고 할 수 있는 과불화화합물이 유출되었다는 기사가 2018년에 나왔다. 그린피스는 PFOA가 속한 카테고리인 PFC 물질이 코팅된 옷들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린피스에서 발표한 과불화화합물 의류 브랜드 (출처: 그린피스)



현재 과불화화합물 중에서는 PFOA만이 국제암연구소에서 발암물질로 지정된 상황이라고 한다. PFC에서 파생되고 변이 된 PFOA의 친구들은 여전히 위험 요소를 지니고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규제를 피하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현재도 기업들은 계속해서 법망을 피해가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새로운 화학물질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BPA의 유해성이 입증된 후, 화학 구조를 살짝 바꾼 BPS, BPF가 사용되는 실태처럼 말이다.
 

실제 듀폰 스캔들로 인해 한쪽 코만 가지고 태어난 기형아가 태어났다. 다행히 그 아이는 성장하여 성인이 되었고 다크 워터스 마지막 부분에 웃는 모습으로 출연한다. 아이가 어른이 되는 긴 시간, 그 아이가 긴 시간 동안 겪어야 했던 많은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은 채 여전히 남아있다. 


 


기업이 씌우는 죄책감 프레임


환경오염, 환경 호르몬은 사실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기업에서 더 큰 책임이 있다.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 영업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신들의 물건을 소비해주는 소비자들에게 불편함을 전가한다. 그도 모자라 환경오염의 문제를 마치 개인의 문제인 것처럼 죄책감 프레임을 씌운다. 국가는 기업과 국민 사이에서 갈팡질팡할 때가 많다. 영화 다크 워터스의 배경이 되는 미국 정부처럼. 


그러니 소비자들은 영화 속 롭 빌런의 외침처럼 '시스템이 조작되었어! (중략)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지켜야만 해.'라는 마지노선을 스스로에게 건넬 도리밖에 없다. 



We pretect us! We DO! 



분명 이 영화는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사고를 확장시켜줄 것이다. 더 넓어진 시야에는 기존에는 보지 못했던 수많은 진실들이 보이고 삶의 가치가 재정비되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우리의 존재는 우리의 사고로 정의됨을 경험하는 경이로움을 선사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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