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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롬 May 12. 2020

살아있으니까 살고 있는 것뿐이라면

<어떻게 나답게 살 것인가The Power of Meaning>

감사하게도 최근의 나는 큰 고민이나 걱정거리가 없다.

그런데 행복하거나 즐겁지도 않다.

그냥 살아있으니까 살고 있는 느낌이다.


특별한 목표도, 하고 싶은 것도 없는지 꽤 되었다.

예전엔 누군가 내게 뭘 좋아하냐고 물으면 비록 식상한 내용일지라도 난 이것도 좋아하고 저것도 좋아한다고 거침없이 대답하곤 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이젠 대답이 망설여진다.

과거의 어느 때처럼 나를 벼랑 끝으로 모는 어떤 힘듦도 없는 평온한 삶인데, 애정을 쏟을 그 무엇도 없는 평온한 삶은 그것대로 또 숨이 막힌다.


그러다 보니 의문이 들었다.

나… 지금 왜 살고 있지? 사는 의미가 뭐지?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났고, 혹시 지금의 무감각한 삶에 작은 균열을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한 때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행복한 삶'이었다. 행복하게 사는 게 삶의 목적이자 이유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와 달리 많은 철학자들은 배부른 돼지가 되기보다는 배고픈 인간이 되는 것이 낫다고 했다. 


"행복한 소크라테스가 되어 행복과 깊이 둘 다 가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깊이를 얻으려면 행복은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합니다.…
…우리는 어떤 일을 보고 느끼는 스스로의 감정보다 더 많은 것을 신경 쓰며 살아갑니다.
삶에는 행복 말고도 중요한 것이 많습니다."
- 로버트 노직Robert Nozick (미국의 철학자)


학자들은 무엇이 삶을 살 가치가 있게 만드는지 연구했고, 행복한 삶과 의미 있는 삶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많은 심리학자들은 행복을 긍정적인 정신 상태이자 감정 상태라고 정의하고, 부정적 감정에 비해 긍정적 감정의 비율이 높을수록 더 행복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삶은 감정이 전부가 아니며, 이 감정이란 것은 또 일시적이다. 예를 들어, 유튜브나 웹툰을 보는 것은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다. 반면 아픈 가족을 돌보는 것은 힘들고 우리를 지치게 한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가족의 병간호가 유튜브나 웹툰을 보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병간호를 하는 순간에는 행복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렇듯 의미와 행복은 상충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의미 있는 삶이 항상 가시밭길은 아니다. 또한 의미를 추구하는 삶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래에 더 심오한 형태의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저자는 이에 유대감, 목적, 스토리텔링, 초월이라는 4가지 요소를 제시한다.


이 중 내가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이유이기도 한 스토리텔링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책에서 말하는 스토리텔링이란 나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류학자 캐서린 베이트슨Catherine Bateson은 스토리텔링이 우리의 유동적인 정체성과 경험을 이해하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우리 삶을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로 이해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일관성이 의미의 중요한 원천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단순히 이야기를 하는 것 만으로 모두가 비슷한 수준의 이해와 일관성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경험과 사건 자체보다는 방법과 해석이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 심리학자 댄 맥애덤스Dan McAdams는 의미 있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방법에서 주로 구원, 성장, 교감, 능력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방식의 스토리텔링은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정체성을 갖게 해 주고, 자신이 삶의 주인이며 인생에서 어떤 장애물을 만나든 결국엔 좋은 결과로 보상받으리라 믿게 해 준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편집'할 충분한 권한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에 더해 스토리텔링을 통해 의미를 만드는 또 다른 방법은 자기 삶의 중요한 시기, 즉 나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장면을 돌아보고 그런 순간들이 지금 나의 모습과 현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특히 어떤 일이 일어났거나 일어나지 않았다면 삶이 어떻게 다르게 펼쳐졌을지를 상상해보는 반사실적 사고counterfactual thinking는 그 사건에 대해 더 면밀히 이해하고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음의 문장으로 스토리텔링 챕터는 끝을 맺는다.


스토리텔러들은 청중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 의미를 만들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스토리텔링이 그토록 중요한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온통 자기 이야기만 해댄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이야기는 공기 중으로 뻗어나가 사람들과 연결되면서
세상에 자기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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