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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롬 Jun 08. 2020

마음이 한없이 쓸쓸한 밤, 친구가 필요할 때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에 박상영이라는 분이 있거든.
등단하고서도 한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글을 쓰셨으니 엄청 힘드셨겠지?
그런데 그 회사 생활의 짬이 글에서 느껴지니까 정말 매력 있더라.
사회생활 바이브가 찐으로 느껴져서 재밌어.
책 보면서 소리 내어 깔깔깔 웃는 건 박상영 작가 책이 유일해.


이런 말을 듣고 어떻게 검색창에 '박상영'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지 않을 수 있을까.

평소 이용하는 전자도서관에서 그의 이름을 찾아보니 문학동네에서 낸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만 있어 부리나케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와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를 희망 도서로 신청했다. 친구 S양의 말로는 <대도시의 사랑법>이 특히 유명하다 했는데 아쉽게도 내가 이용하는 전자도서관에서는 희망 도서로 신청할 수 없었다. 신청한 희망 도서가 언제 구입이 되려나 매일 전자도서관에 들어가 보기를 열흘째, 드디어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가 구입되었다.


260쪽 분량의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는 책 읽는 속도가 정말 느리고, 한 번에 글을 오래 읽지 못하는 나도 3일 만에 거뜬히 완독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이 읽혔고, 또 글에 흡입력이 있었다. 요즘의 많은 에세이가 그렇듯, 두고두고 다시 꺼내 읽거나 살면서 문득문득 생각이 날 책이냐 하면 솔직히 의문이지만(!) 읽을 때만큼은 마음이 몽글몽글했고 박상영이라는 친구가 생긴 기분이었다.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고 공감을 하려면 어느 정도 자신의 어두운 내면과 상처, 그리고 부족한 면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작가님이 책에 담뿍 담은 진솔함과 용기 덕분에 그와 연결됨을 느꼈다.


나를 모르는 많은 사람에게 내 글을 읽히고 싶은 욕망과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나 자신을 숨기고 싶다는 욕망. 이 두 가지 모순된 욕망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던 작가의 모습에서 '맞아맞아'(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내 글을 읽는 것은 괘념치 않으나 나의 얼굴과 이름 정도만 아는 사람들이 내 글을 읽는 것은 영 탐탁지 않고, 친한 친구들이 내 글을 읽는 것은 괜찮지만 가족들이 내 글을 읽는 것은 참 부담스럽다.), 바라던 것을 이룬 후의 삶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던 그의 문장에서 '알지알지'를 외치며 그가 소설을 읽을 때 느끼곤 한다던 '아무에게도 이해받을 수 없는 고독과 세상의 주변부만 훑고 있는 것 같은 감각을 간직한 사람이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그의 글을 읽으며 깨닫고 또 위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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