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설롬 May 30. 2020

신선함과 웃음을 찾으신다면

<이상한 수학책Math with Bad Drawings>

이번엔 무슨 책을 볼까 뒤적이다가 고르게 된 것은 바로 <이상한 수학책>이다.

선택에는 다양한 이유가 작용했는데


첫째는, 표지의 그림이 귀여워서.

작가가 수학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 문제를 내기 위해 칠판에 개를 그렸는데 그 그림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것이 그 시작이라고 한다. 원서의 제목은 겸손하게도 Math with Bad Drawings지만 학생들이나 내가 제목을 지었다면 Bad 대신에 Cute나 Charming을 썼으리라.


문제(?)의 그 개 그림


둘째는, 동생에 대한 애정이랄까.

동생은 어릴 때부터 수학에 남다른 재능과 관심을 보여 현재 대학원 박사 과정 졸업을 앞두고 있다. 저자가 수학을 생각의 체계라고 이야기한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평소 동생이 보는 세상과 내가 보는 세상은 참 많이 다를 거라 짐작했다. 그러나 동생의 시각을 이해할 엄두는 쉬이 나지 않았는데 이는 귀차니즘과 능력 부족의 콜라보렸다. 가끔 동생에게 무엇을 연구하고 있는 거냐고 물어보면 곰곰이 생각하다 내가 하는 공부를 누나에게 이해시키기에는 본인이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다며 설명을 주저하던 녀석의 행동도 한몫했을지도.


셋째는, 오랜만에 만난 수학에 대한 반가움이라 칭하겠다.

비록 20살 이후로 수학인연이 없었고 고등학생 때도 문과였기 때문에 수Ⅰ까지만 공부한 나지만 학생 때 제일 좋아하던 과목은 수학이었다. 애매하고 모호한 언어나 외국어와 달리 수리는 명확하고 깔끔해서 속이 다 시원했다. 수능을 위한 수리는 어느 정도 기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서(쓰고 보니 바람직하다거나 좋은 거라 말할 수 있을까 싶지만, 이는 꼭 수능 수리에만 국한된 문제도 아닌 듯하다.) 공부에 집중이 잘 되지 않을 때면 제일 먼저 손이 가는 과목이기도 했다. 과거에 좋아하던 대상을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이란! 그렇다, 다들 아시는 그 느낌이다.




책을 다 읽었냐 묻는다면 그렇다 인데 내용을 다 이해했냐 질문하면 그렇진 않다. 동생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냐 자문하면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꽤나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것 또한 사실이다.


작가의 재치 있는 필력 덕에 종종 현웃이 터졌고(수학책을 읽으면서 현웃을 터뜨린다고?!! 싶겠지만 한 번 읽어보시라. 당신도 그럴 것이다.), 그의 귀여운 그림들도 읽기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데 한몫 톡톡히 했다. 수학적으로 이렇게 바라볼 수 있구나 싶었던 소재들도 왕왕 있었음은 물론이다. 십 년 이상 수학과 별다른 접점 없이 살아온 나도 흥미롭게 읽었으니 평소 친숙하지 않은 새로운 소재의 읽을거리를 찾는 모두에게 조심스럽게 그러나 은근히 자신 있게 추천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안과 고독에도 장점이 있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