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반 움큼-그만큼.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요.
/윤동주, 팔복
겨울, 그 첫 발자국 중에서도 새벽.
너와 함께 걷던 그 벚나무 아래를 기억해.
기숙사에서 버스를 타기 위해 걸어올라가다 보면 보이는 한가득의 흰색, 그리고 흰색, 그리고 또 푸르른 분홍의 흰색.
비가 오고 난 후면 꽃잎들이 져 우리는 그 위를 걷고는 했지. 너와 함께하는 내 모든 길이 꽃길이었지만 그럼에도 설레는 건 어찌할 도리가 없어 나는 혹여 얼굴이 발갛게 되지는 않았나 걱정에 걱정을 더했어. 지금, 그 거리는 온통 붉어. 네가 마지막으로 본 그 거리는 온통 푸르러서 조금은 여름인가 싶었는데, 이제는 가을이고 겨울이라는 게 조금 서글퍼.
적색, 적갈색, 그 사이 드문드문 보이는 은행잎들을 보고 있자면 조금 아득해. 곧 있으면 이 아이들도 다 지고 앙상한 가지만이 남겠지.
지난 겨울은 네가 없어 없음을 몰랐는데, 이번 겨울엔 너의 없음을 어떻게 지내야 하나-나는 막연히 또 서글프고 그래.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낯설어. 새내기 때의 나를 기억해. 화장도 서툴고, 자존감도 없고, 그랬던 내가 기억나.
있지, 지윤이 기억나니. 그 아이가 곧 있으면 대학을 가. 언제까지고 고등학생으로 남아있을 것만 같았던 사랑스러운 내 동생이. 언제고 외동인 나에게 동생이 있다면 이런 기분일 거라고 막연히 떠올리게 한 그 아이가.
2학년의 첫자락에 만난 너를 여즉 사랑하고 있어. 나는 학년이 하나 더 올라갈 거고, 너도 나이를 한 살 더 먹을 거고, 여전히 나는 너 없는 새벽에 숨가빠 하겠지.
네가 나에게 예쁘다고 해서, 늘 안 예쁜 것 같다 하면 "제 여자친구 모욕하지 마시죠."하고 말해서, 기적처럼 네가 여전히 나를 사랑해서-거울 속의 나는 예뻐. 거울을 볼 때마다 가끔 만족하지 못하지만 화장도 많이 늘었어. 무엇보다 이제는 눈썹이 많이 자연스러운 걸.
사랑아, 네 이름이 사랑이고 내 이름이 너임을 단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믿어. 그건 바람에 흔들리던 우리 서로가 정착할 곳이 우리뿐임을 알아서야.
너는 하루를 끊임없이 달린 버스고-귀여운 타요 버스라 하자 우리. 나는 하루 내내 너를 기다리고 있는 종점이야. 너의 마지막이 나일 것을 알아. 내 기다림의 보상이 너일 것을 알아. 그러니 사랑아, 있지, 조금만 더 달려와.
이 서글픔과 갈증을 흘려보내게.
내가 슬픈 만큼 네가 슬플 것을 알아. 우리 그러니 소금 반 움큼, 딱 그만큼만 슬퍼 하자. 찌개가 다 끓고 식탁 위에 올려놓았을 때, 우리 첫 숟갈을 떴을 때, 조금 싱거울 만큼만. 싱겁게 먹는 게 건강하다잖아.
안녕, 보고 싶은 나의 사람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