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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픔픔 Oct 31. 2021

엄마가 된다는 것은 말야.

내가 멈추어야 비로소 움직이는 세상

임신 15주차. 아직까지도 내 뱃속에 생명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나질 않는다. 가끔 적응이 되는 듯하면서도 적응되지 않는 하루하루다. 병원에 가서 초음파로 아가를 만날 때, 입덧이 올라와 변기통 앞에서 연거푸 우웩을 외칠 때, 눈에 띄진 않지만 아랫배가 살짝 단단해진 것을 느낄 때. '우리 아가가 잘 있구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곤 한다. 그리고 결심했다. 이 모든 순간의 조각들을 모아 일기를 써야겠다고...




내가 잠인지,

잠이 나인지.


임신을 하고 나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잠'이다.

사실 잠은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아니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열정이 넘치는 성격 탓에 자는 시간조차 아까워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결혼 이후, 잠에 대한 내 생각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오래 보고,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기 위해 적절한 수면시간은 필수요소였다. 그래서 그 이후 자연스럽게 잠이 늘었고, 보통 사람들이 자는 수면시간과 동일해졌다.  


결정적인 변화는 임신 후였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계속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자도 자도 또 졸리고, 분명 낮잠을 잤는데도 저녁 8시가 되면 하늘에 별이 쏟아지듯 내 눈꺼풀에 잠이 쏟아졌다. 이런 수면시간이 바뀐 나를 보고 남편은 의아해할 정도로 신기해했다. 여느 주말에는 내가 너무 일어나질 않아 걱정된 마음에 잠을 깨울 때도 있었다.


  

졸리고 졸려서 졸렵다...




많이 주무세요.

그게 지금 엄마가 할 일이에요!


임신을 하고 뱃속 아가의 성장을 알 수 있는 '280days'라는 앱을 다운로드했다. 임신 주수가 지날수록 아기의 모습이 점차 변하는 게 너무 신기했다. 비록 실제 아가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캐릭터의 모습이지만 마치 내 아가인 것 마냥 정이 많이 간다. 그리고 나는 그 어플 속에 있는 아가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었다.


"아가야. 잘 있는 거지?"




"천천히 쉬고, 많이 주무세요.

그게 지금 엄마의 일이에요!"

내 할 일도 친절히 알려주는 아가.


어플 속 아가가 해준 말은 평소와 달리 잠이 많아져 스스로에게 실망한 나를 일으켰다. 그래. 지금 내가 우리 아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잠시 삶의 템포를 늦추어 많이 쉬는 거다. 그래야 뱃속의 아가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펼칠 수 있을 거니까. 이렇게 생각하니 지금 내가 많이 자고, 많이 쉬는 게 결코 루즈해진다거나 익숙했던 일상에 뒤쳐지는 게 아니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래. 내가 지금 편하게 잠을 많이 자야 우리 아가가 잘 자라는 거야."


내 안에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을 위해 찾아온 이 기다림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기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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