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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자꾹 Jul 01. 2024

봉 마르쉐를 아시나요?

『여인들의 행복백화점』에밀 졸라 지음

『여인들의 행복백화점』

Au Bonheur des Dames => Ladies Paradise

에밀 졸라/ 박명숙 옮김 시공사          


『여인들의 행복백화점』은 프랑스에 처음 생긴 백화점 봉 마르셰를 모델로 한 이야기라 했다. '뒤레피스 사건'으로 행동하는 양심의 표본이 된 에밀 졸라의 작품이라 왠지 무겁고 침울할 거로 생각했다. 막상 읽어보니, 두 권으로 된 꽤 긴 소설이지만, 졸라의 글은 쉽고 재미있고 또 아팠다. 당시 사회를 신랄하게 꼬집으면서도 백화점을 묘사할 때는 너무 환상적인 느낌으로 다가와서 상상의 나래를 펴고 그곳에 가서 한층 한층 올라가 보고 싶은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다.




1권
자본금을 끊임없이 재투자하고, 물건들을 한 군데로 집중시켜 쌓아 두는 전략을 구사하며, 싼 가격으로 고객들을 유혹하고, 상표에 정가를 표시함으로써 그들에게 믿음을 주는 것. 이 모든 것들의 출발점에는 여성이 있었다. 그리하여 백화점은 앞다투어 경쟁적으로 여성의 마음을 빼앗고자 애썼다. 화려한 쇼윈도로 여성을 현혹한 다음, 사시사철 이어지는 바겐세일의 덫으로 그녀를 유혹했다. 그러면서 여성의 육체 속에 새로운 욕망을 주입시켰다. 그 모든 것은 여성이 필연적으로 굴복할 수밖에 없는 거대한 유혹으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알뜰한 주부로서 구매를 시작했다가 점차 허영심이 발동하면서 마침내 유혹에 홀딱 넘어가고 마는 식이었다.
133쪽





2권
무료로 시럽 음료와 비스킷을 제공하는 카페테리아와 독서실을 열었고, 지나치게 화려하고 거대한 화랑을 열어 그림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 중 가장 획기적인 것은, 구매 욕구가 별로 없는 여성들을 공략하는 방법이었다. 그는 아이를 통해 모성을 자극했다. 또한 넘치는 활력으로 모든 고객의 욕구를 분석해 어린 고객들을 위한 매장을 신설했다. 그리고 아기들에게 그림과 풍선을 나눠 줌으로써 지나가던 엄마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물건을 산 고객들 모두에게 풍선을 제공하기로 한 것은 실로 기막힌 발상이 아닐 수 없었다! 이 빨간 풍선은 질 좋은 고무로 만들어졌으며, 표면엔 백화점 이름이 커다란 글씨로 적혀 있었다. 사람들이 저마다 풍선을 들고 파리의 거리를 활보하면서 생생한 광고를 하는 셈이었다.


10쪽



책 이야기

스무 살 시골뜨기 드니즈.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여인들의 행복백화점’에 취직한다. 이력은 발로뉴에서도 의류 매장에서 일해봤다는 것. 드니즈는 그저 열심히 일하려 하지만 같이 일하는 직원들은 끝도 없이 앞에서 뒤에서 모욕을 준다.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생각났다. 주인공 동백은 어쩔 수 없이 미혼모가 되었다. 아이를 데리고 열심히 살려고 애쓰는 것밖에 없는데, 동네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지 않는 날이 없었다.     
드니즈는 행실이 바르지 않다는 오명을 쓰고 쫓겨나지만, 백화점에 대항하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일자리를 얻는다. 아주 적은 수입이지만 자리를 잡고 살아간다. 하지만 행복백화점 때문에 동네 상권은 하루가 다르게 무너져 내린다. 결국 사람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드니즈 스스로 가게에서 나와 백화점으로 돌아간다.      
드니즈는 돌아가서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지만 꿋꿋하게 일한다. 무레(백화점 주인)는 여자를 한낱 도구로 여기는 사람이다. 자신의 손짓 하나, 눈빛 하나면 모든 여자가 넘어온다고 생각한다. 드니즈는 달랐다. 무레는 하루하루 애가 타지만, 드니즈는 절대로 넘어오지 않는다, 무레가 진짜로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될 때까지.    

 

 

이야기는 행복하게 끝난다. 드니즈를 통해 직원들의 복지와 노동 환경도 조금씩 좋아진다. 반면, 백화점이 성공하고 공격적으로 확장하면서 주변 상권을 무너뜨리는 과정은 너무 현실적이다. 드니즈의 큰아버지는 물론이고 드니즈가 곤경에 처했을 때 일거리를 주던 우산 예술가 할아버지, 드니즈가 다시 꿈을 꾸며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던 로비노 …. 모두가 몰락해 간다.   


  

지금 21세기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가 이렇게 몰락해 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드니즈의 말대로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으니 지금 당장 소비자에게는 좋다고 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점차 바닥으로 몰려나니 그 화려한 백화점 세상도 결국 무너지지 않을까? 좋은 제품을 값싸게 많이 살 수 있다는 건 환상일 뿐이다. 거기에 우리가 치르는 대가가 얼마나 큰지 눈을 크게 뜨고 봐야 한다. 그런데 나 역시도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뭐가 싸고 좋을까?’ 생각하며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https://ko.wikipedia.org/wiki/%EB%A5%B4%EB%B4%89_%EB%A7%88%EB%A5%B4%EC%85%B0#


https://ko.wikipedia.org/wiki/%EB%93%9C%EB%A0%88%ED%93%8C%EC%8A%A4_%EC%82%AC%EA%B1%B4



#여인들의행복백화점  #에밀졸라  #박명숙옮김  #시공사 #최초의백화점


*책 표지 그림은 알라딘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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