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이 영화에 대한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엇갈린다. ‘영화는 영화로 봐야 한다’와 ‘불편한 역사를 미화하면 안 된다’라는 의견이다. 이 영화는 7년 전 휴 잭맨이 당시 15년 차 광고 감독이었던 마이클 그레이시에게 영화를 같이 하자며, 시나리오를 보내주면서 제작이 시작되었다. 휴 잭맨이 P.T.바넘과 관련된 책을 수십 권을 읽어가며 위대한 쇼맨을 제작하면서 이런 부정적인 반응을 예상하지 못하고 만들었을까? 이 영화를 왜 만든 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휴 잭맨의 삶을 간단히 한 번 들여다보도록 하자.
먼저 휴 잭맨의 필모그래피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엑스맨 시리즈이다. 엑스맨 시리즈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단순히 화려한 SF영화이어서가 아닌, 탄압받는 돌연변이들의 삶에 빗대어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차별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17년간 엑스맨 시리즈를 하면서 소수자, 약자에 대한 문제의식이 자연스럽게 생겼을 것이고, 인터뷰에서도 자신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위대한 쇼맨은 휴 잭맨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끊임없는 논란 속에서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위대한 쇼맨이 유독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OST 타이틀 곡 제목처럼 <This is me>, 즉 모두가 특별한 존재라는 것이다. 얼굴에 털이 난 흑인 여자도, 키가 작은 난쟁이도, 고도로 비만인 사람도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동아시아 문화, 특히 우리나라 사회에 의미 있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점점 바뀌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이름있는 대학에 진학하여, 남들이 알아주는 번듯한 직장을 가는 것이 정답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이 기저에는 유교의 사농공상이라는 개념이 뿌리 깊게 박혀있기 때문이다. 같은 동아시아권에 있는 일본과 비교해봐도 입시의 치열함은 우리나라와 같지만, 직업을 선택할 때 우리나라보다는 더 자유롭게 선택한다.
이에 대한 근거는 일본 사회에 형성되어 있는 ‘장인’에 대한 존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래전부터 논을 팔고 소를 팔아서 자식을 공부시키는데 이것은 표면적으로 ‘나처럼 고생하지 말라’지만 본질적으로는 ‘나처럼 살지 마라’가 깔렸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 때문에 특정 분야에서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가업을 물려주는 대신, 대학에 진학시키고 고시 공부를 시켜왔다.
반면 일본의 경우 메이지유신 이전부터 상공업자들이 우리나라 상공업자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았고, 이 때문에 자식이 부모의 가업을 물려받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진다. 이 때문에 일본에 100년 된 라면집, 100년이 넘은 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존재하고 직업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보다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대다수 사람들이 틀리다고 말하는 위대한 쇼맨의 서커스 단원들의 눈물겨운 성공기는 다른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리다고 강요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이 때문에 신파적인 요소가 없음에도 위대한 쇼맨을 보며 우는 사람이 많고, 2번, 3번씩 다시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두 번째는 맹목적인 성공 추구는 부질없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를 아주 정확하게 하였는데, 어렸을 때 무시를 받아온 주인공과 제나 린드가 가진 마음속 깊은 공허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서커스를 성공시켜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상태가 되었지만, 상류층의 인정을 받기 위해 제나 린드와 순회공연을 떠났다. 주인공과 같은 처지인 제나 린드의 심리상태를 대변한 것이 OST 중 하나인 <Never enough> 이다.
다행히 자신의 적성보다 다른 사람들의 인정이 중요하다는 우리나라의 사회적인 인식은 점점 바뀌고 있는데, 단적으로 힘들게 들어간 대기업에 사표를 내는 현상에서 볼 수 있다. 먹고 사는 것이 중요했던 기성세대는 자신의 적성과 관련이 없어도 가족을 위해 꾹 참고 일하였는데, 당시에는 회사의 성공이 가족의 성공이었기 때문이다. 가족을 위해 일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족과 멀어지고,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하던 회사에서 퇴직하게 되면 극심한 공허함과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젊은 세대의 경우 일만 하는 삶 보다는 저녁있는 삶을 중요시하고, 일하더라도 자신이 가치를 느끼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위대한 쇼맨은 영화 초중반 주인공이 그토록 추구했던 상류층의 인정은 허상이며 부질없음을 보여주며, 맹목적으로 성공을 좇는 과정에서 놓칠 수 있는 가족, 친구 같은 주변 사람들을 챙기면서 여유있고 풍요로운 삶을 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비윤리적인 인물을 미화시킨다는 의견은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입장에서 봐도 반박할 수 없는 부분이 명백히 존재한다. 하지만 정답만을 강요하는 우리나라에서 오늘도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너도나도 쟤도 다 정답이니, 기죽지 말고 너 갈 길을 가라’라는 메시지를 준다는 점에서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피플투데이 취재기자 박현식
본문 : http://www.epeople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126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