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그리 멀지 않을 수 있어
“우주, 그리 멀지 않을 수 있어”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지구의 중력을 벗어날 수 있을까요? 우주 민간개발 업체인 ‘스페이스 X’의 일론 머스크가, 금세기 안에 화성에 100만 명이 살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영화 아이언 맨의 실제 모델이 된 천재과학자 출신의 기업인으로, 황당해 보이는 일들을 현실화 해내니 그의 발언이 허황된 공상은 아닌 듯 합니다. 미국에서는 나사와 엔론 머스크가 우주정복에 나섰고, 중국도 2017년 4월, 화물우주선 “텐저우 1호‘를 발사한다고 합니다.
윤동주 시인은 100년 전에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별을 노래하는 마음은 미지의 생명 근원에 대한 탐구가 아니라, 터져버릴 듯 인구로 꽉 차고 오염되고 자원은 고갈되어 가는 <유한한 지구>에 대한 한탄인 듯 합니다. 도시의 밤하늘은 매연으로 가득해서 윤동주 시인이 노래하던 그 별을 볼 수 없고, 인공위성이 별처럼 반짝입니다.
분명, 지구를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복잡하고 뜨거운 지구에서의 삶이 지속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죽을 때까지 이 별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이, 사과를 빨아들인 중력은 죽을 때까지 우리를 놓아주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는데도, 유한한 지구에서 우리는 무한한 우주를 꿈꾸고 있습니다. 탈지구를 말하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우주에서 우리를 찾아온 작은 소년이 생각났습니다.
소년이 사는 별에는 장미꽃과 작은 분화구가 있습니다. 장미꽃은 새침하고 자신의 사랑을 항상 시험하려는 존재죠. 소년은 세상을 조금 더 알기 위해 우주여행을 합니다. 지구로 오기 전 몇 개의 소행성을 여행하며 권력을 가진 왕, 허영심으로 가득한 남자, 장사꾼, 가로등 켜는 사람 등 모순을 안은 어른들을 만납니다. “어른들은 참 이상해” 그 별을 떠날 때마다 말합니다. 그리고 지구로 와서 비행기 고장으로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를 만나고, 뱀, 여우를 만났고 여우와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로 서로를 길들입니다. 그리고 끝내는 익숙해진 것을 뒤로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장미꽃을 찾아 자신의 별로 돌아가게 됩니다.
어린왕자가 지구에서 만난 것들을 한번 되짚어 봤습니다. 모두 위험한 것들입니다. 책이 나올 당시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으니 비행기 조종사는 포탄을 던지며 무고한 생명을 빼앗았을지 모를 존재입니다. 독이 있는 뱀은 성경에 나오는 인간을 속이는 사악한 존재의 상징이죠. 게다가 교활한 여우까지, 아름다운 생명을 품은 장미꽃과는 대비되는 존재들입니다.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는, 이카루스가 되어 하늘을 날다 땅으로 추락한 인간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어른이 되어 읽으니 왜 조종사이고, 왜 뱀이고, 왜 여우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가 되는 거고
나는 너에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여우가 되는 거야.”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이렇게 말을 합니다. 투정많고 의존적인 장미와는 다른 제법 어른스러운 말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그 관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부끄러운 어른”들에게 던지는 삶과 희망의 메시지
이 책은 프랑스가 아닌, 미국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생텍쥐페리가 제2차 세계대전으로 미국에 망명하던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생텍쥐페리는 군대에 입대 후 비행기 수리하는 작업에 복무하다가 비행기 조종사의 자격증을 땁니다. 그러나 약혼녀의 반대로 제대하게 되죠. 그러나 44살이던 1944년, 정찰 비행에 출격했다가 해방불명됩니다. 이후, 왜 이런 잔인한 전쟁을 벌여야 하는지 파일럿이던 사람이 전쟁에서 느꼈던 비참함은 상상하기 어렵겠죠. 친구인 어른들을 좋아하면서도 경멸하고 한편으로는 용서하고 싶었을테니까요. 그래서 생텍쥐페리는 어른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했습니다. 어른이야 말고 자신의 가장 좋은 친구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덧붙였습니다.
노란색 표지를 열면 작가가 그린 소년이 하나 나오는데, 곱슬곱슬한 머리와 부끄러운 듯 하지만 호기심 많은 눈 등 자신의 어린시절과 많이 닮았다고 합니다. 『어린 왕자 Le Petit Prince』(1943)는 너무 유명해서 흔해진 소설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성경』, 『자본론』의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책이라, 읽어보지 않았는데 왠지 지겹고 고리타분할 듯한 기시감도 듭니다. 숫자를 좋아하는 어른을 위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하자면, 25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1억 부 이상 팔렸다고 합니다.
글의 서두에 지구를 벗어나고 싶어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구는 이미 포화상태이고, 이렇게 소비위주의 삶을 향유하려면 지구가 1개 더 필요합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우주 식민지이지요. 우리가 더 잘 살기 위해서는, 다른 별을 정복해야 한다는 것이 19세기의 제국주의와 무엇이 다를까요?
사람으로, 좋은 사람으로 제대로 된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어려운 시대입니다. 옛날 사람들이 북극성을 기점으로 위도를 찾았듯이, 흔들리지 않을 북극성 같은 삶의 가치가 절실합니다. 흐린 밤하늘에 별이 보고 싶어서 이 책을 골라봤습니다.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지구가 되는 거고
나는 너에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인간이 되는 거야.”
우주는 가까이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지구에 너무 길들여져 있습니다.
김도연의 책읽는 다락방
20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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