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여행에서 도시 여행으로,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며
누구나 한 번쯤 여행으로 또는 꿈의 무대로 삼고 싶은 장소가 있다. 전 세계의 모든 사람 중에 미국이라는 나라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미국이라는 나라를 모른다 하여도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이 도시들 중 하나 정도는 분명 들어 봤을 것이다. 많은 젊은이들은 이곳을 꿈의 무대라 부르기도 하며 하루에도 수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여행이라는 목적으로 떠나 오는 장소이기도 하다. 할리우드 영화의 배경이 되며, 전 세계의 트렌드가 시작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작년 나 홀로 떠난 50일의 자연 여행을 마무리하고 새롭게 떠나는 여행의 무대는 바로 이 도시들이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30일,
각각의 도시에서 10일,
한 달이라는 길면서도 짧은 기간 동안 사진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담은 대도시의 모습과 이야기를 지금부터 조심스레 시작해 볼까 한다.
<청춘 일탈> 저자 Kyo H Nam
"청춘은 여행이다. 찢어진 주머니에 두 손을 내리꽂은 채 그저 길을 떠나도 좋은 것이다."
-체게바라-
누구에게나 여행은 처음에 설렘으로 다가온다. 설렘은 잠시뿐 여행을 떠나자는 마음을 가지고 준비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부분은 사라지고 현실적인 부분과 맞닥뜨리면서 설렘은 두려움으로 달라지게 된다. 나 또한 그 누구에 속하는 평범한 사람이기에 설렘을 가졌고 두려움을 느꼈다.
여행 기간이 단기가 아닌 장기로 설정되면 이상적인 상상은 빠르게 사라지고 현실에 대한 두려움은 더더욱 빠르게 증폭한다. 하지만 내겐 남들이 쉽게 경험하지 못한 장기 여행에 대한 좋은 기억의 뿌리가 있었다. 작년 홀로 50일을 운전하며 자연 여행을 했던 경험 말이다. 그때의 경험을 통해 새롭게 시작하려는 도시 여행의 두려움은 내가 쉽게 감당할 수 있는 하나의 감정에 불구했다. 아마 처음이었다면 이번 여행을 쉽게 떠나려는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을 것이다.
50일의 자연 여행을 통해 내 인생에 여행이란 단어가 어떤 의미와 뜻을 품고 있는지도 알 수 있게 되었다. 여행은 내게 도전이자 성장의 시간이다. 여행이라는 도전을 통해 새로운 경험과 삶의 이치를 깨닫고 성장의 시간을 통해 예전의 나뿐만 아니라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된다. 작년 자연 여행이 끝나는 무렵 나는 도시 여행을 시작하려는 마음을 처음 가지게 되었다. 자연이 아닌 도시, 도시 위에 건축물, 건축물 안에 사람들. 내가 그토록 지겹도록 가까이 두었던 것들에 질려 자연으로 홀로 떠났는데 자연을 통해 도시의 진짜 모습이 궁금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도시, 건축물,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 이 세 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나는 새로운 여행은 떠나야 하는 의미와 이유가 충족됐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는 거대 도시에서 내가 마주하게 되는 건 어쩌면 이미 온라인 상으로도 쉽게 보고 알 수 있는 장소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시작하는 도시 여행에서 마주하고 느끼고 담기는 이야기와 사진을 통해 정보가 아닌 진짜 이야기를 찾고 담아 청춘들의 마음에 다가가고 전해주고 싶다.
In New York,
뉴욕에선,
Concrete jungle where dreams are made of,
꿈들로 이루어진 콘크리트 정글
Theres nothing you can't do,
이곳에서 당신이 해낼 수 없는 건 없어요.
Now you’re in New York,
당신이 뉴욕에 있으니까요.
these streets will make you feel brand new,
뉴욕의 거리들은 당신을 새롭게 만들어줄 거예요.
the lights will inspire you,
빛들은 당신에게 영감을 줄 거예요.
Lets here it for New York, New York, New York
이곳이 바로 뉴욕, 뉴욕, 뉴욕
“Jay-Z - Empire State of mind”가사
뉴욕은 나의 첫 번째 도시 여행의 여행 무대였다. 뉴욕을 처음 방문하는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 한번 20대 초반 때 한번, 여행이 아닌 시상식과 일 때문에 뉴욕 도시를 밟아 본 적이 있었지만 여행을 떠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뉴욕 시티"라는 이름만 들어도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노란색 택시들이 즐비하고, 빠르게 거리를 걷는 뉴욕커들, 도시 곳곳에서 일어나는 가지각색의 이야기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 같은 느낌에 사무친다.
내 직업은 사진작가이기에 내가 사는 곳에서 사진을 담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거대한 도시가 아니기에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또 사진으로 담고 싶은 풍경 또는 인물들을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나에게 뉴욕은 사진을 담기 최고의 조건을 가지고 있는 도시였다. 도시는 쉴 틈 없이 달려가고 있었고 나는 그 모습을 셔터를 누르며 담기 시작했다. 사진은 단 한순간을 담는 기록이지만 뉴욕에서는 단 하나의 순간이 존재하지 않았다. 매 순간, 1시간, 1분, 1초의 시간이 지날수록 같은 느낌은 없었다. 매 순간이 새롭고 달랐다. 그게 뉴욕이었다.
뉴욕 여행은 빠르게 흘러갔다. 일정하게 흐르는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 느끼게 해 준건 뉴욕에서 만난 사람들과 도시의 분위기였다. 얼굴을 처음 마주하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예술 쪽에 종사하는 멋진 사람들과 만남이 있었다. 하루에 8-10마일이 넘는 도시 거리를 걸었고 수천 장의 사진을 담으면서 하루하루가 쉴 틈 없이 지나갔다. 홀로 도시를 방랑하며 10일을 보낼 것이라 예상했었지만, 인연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인연이 되고 뉴욕이라는 도시의 매력에 흠뻑 졌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와 같은 예술업 쪽에 종사하시는 분들이었다.
도시의 분위기 또한 나를 흥분케 했다. 낮보다 밤이 더 빛나고, 중심가 이상의 아름다움이 도시 구석구석에 가득했다. 예술인들의 행위는 거리 사이를 파도처럼 스며들어 있었고 계성 가득한 뉴요커들의 발걸음은 거침없이 나아갔다.
10일의 시간이 지나갈 때 내 마음속에 울려 퍼진 말이다.
뉴욕을 여행하면서 찾은 좋은 글귀가 있다.
뉴욕..
멈추지 않는 도시, 끝나지 않는 도시, 뒤돌아 가지 않는 도시,
앞으로 나아가며, 거침없으며, 강렬하며, 지지 않으며, 최고를 꿈꾸는 영혼들이 가득한 꿈의 무대.
뉴욕은 그렇게 내게 다가왔다.
주룩주룩 비가 땅을 적시고, 강한 바람과 함께 차디찬 공기가 내 피부로 와 닿는다. 시카고 공항 밖으로 나와 택시를 기다리면서 시카고는 무게 있게 나에게 다가왔다. 시카고는 뉴욕과는 다른 느낌의 도시였다.
오래된 건축물들과 새로운 건축물들의 조화가 있었으며, 그 조화 속에 화려함보다 우아함이 가득한 도시였다. 그 묵직한 도시의 무게는 시카고 도시를 가장 미국스러운 도시로 내게 보이기 시작했다. 시카고에서 10일은 뉴욕에서의 10일보다 빠르게 흐르지는 않았다. 거리의 사람들 또한 뉴욕 거리의 사람들보다 느긋하며 도시의 분위기 또한 중후한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나는 느린 걸음으로 시카고를 걷기 시작했다. 도시의 강을 따라 걷고 또 걸었다. 그 걸음 속에 건축물들의 찬란함이 보였다.
뉴욕은 사람들이 가득한 볼거리라면 시카고는 건축이 가득한 볼거리였다. 거리 구석구석 오래된 작품처럼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축물들의 모습은 앞으로 몇십 년 한 세기가 지나도 변함없을 거 같은 느낌을 받는다. 왜 시카고가 건축의 도시로 손 뽑히는지 이곳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여행을 떠난 시기는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지나가는 계절이었다. 시카고의 가을 날씨는 변덕스러웠다. 여행의 절반은 비였고, 밤이면 서늘했으며, 때로는 칼바람이 내 살을 스쳤다. 그런데도 시카고 도시는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 시카고 건축물 사이를 걸을 때면 도시의 진한 숨결이 느껴진다. 그 숨결은 변덕스러운 날씨를 잊게 하며 때로는 촘촘하게 새워진 건축물들이 강하게 부는 바람을 막아주기도 한다.
시카고..
차가움 속에 따스함이 담겨있는 도시,
가장 미국스런 도시이며, 무게 있는 중후함이 느껴지는 도시,
밤이 되면 거리는 붉어지고, 공기는 푸르게 달라지는 도시,
나에게 시카고는 매력적으로 유혹의 손짓을 하는 이성 같은 도시이다.
“어서 와요. 비행은 힘들지는 않았어요?”
샌프란시스코의 첫 느낌은 멋진 호스트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그녀의 이름은 케더린, 그리고 또 한 명의 호스트인 그녀의 강아지 모히토, 이번 30일의 여행 동안 나는 에어비엔비를 이용해 각각의 도시에 숙소를 예약해 두었다. 뉴욕의 숙소는 중심가 바로 옆에 있었지만 좁고 오래된 아파트의 방에서 머물며 여행기간 내내 호스트의 얼굴을 보지도 못했고, 시카고에서는 작지만 근사한 원룸 아파트 전체를 사용하는 바람에 호스트의 얼굴 또한 한 번도 마주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날 환영해주는 호스트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멋진 케더린과 강아지 모히토는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기쁘게 시작하는 신호탄이 되었다.
샌프란시스코 여행은 뉴욕, 시카고 도시 여행보다 체력적으로 힘이 드는 도시였다. 그 이유는 높은 언덕들이 즐비한 도시였기 때문이다. 여행 내내 매일 8-10마일씩을 걷는 여행을 했었기에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만만하게 생각했다. 산을 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숨이 차는 여행이었지만 그만큼 언덕에 올라 바라보는 도시 풍경은 영화 속에 나오는 장면들 같았다.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색감의 집들과, 클래식한 자동차들, 멋쟁이 신사 숙녀의 모습들 등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었다.
뉴욕은 사람들, 시카고는 건축물에 감명을 받는 도시였다면 샌프란시스코는 문화의 가치가 놀랍도록 매력적인 도시였다. 거리를 걸으면 자신의 집 앞에 나와 전자 기타를 연주하고 있던 아저씨부터, 집 없는 노숙인들은 장애가 있으신 분들을 도와주는 장면, 애완견과 함께 거리를 누비는 수많은 사람들, 동성끼리 손을 잡고 키스하는 거리, 생선 비린내 속에 마켓에서 분주하게 장을 보는 중국사람들.. 샌프란시스코는 다양한 문화가 균형 있게 조율하며 그 문화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이 아닌 마음과 생각에 틀을 확장해주는 방향으로 전해주는 도시였다.
30일의 기간, 각각의 도시에서 10일, 뉴욕, 시카고,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내겐 낯선 3개의 대도시에서 사진작가의 눈으로 관찰하고, 한 사람의 청년으로 바라보고, 인간으로서 경험하고 담은 사진과 이야기를 차근차근 브런치를 통해 매주 나눠보려 한다.
이 이야기는 여행 정보를 담고 있지 않을 것이다. 각각의 도시를 관광하려는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자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이라면 가슴속 한편에 따스한 바람을 불어넣어줄 이야기와 사진들이 될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통해 훗날에 난 더 멋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기 원하며..
나의 사진을 통해 누군가의 시선에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길 소망하며..
나의 여행기를 통해 여행을 망설이는 사람들의 여행을 응원하며..
나의 이야기를 앞으로 시작해 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