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피보팅>을 읽고
'오늘은 뉴욕에서 바리스타 공부를 2년간 하고 돌아온 친구의 추어탕집 오픈하는 날'이라는 유명한 트윗이 있다. 해당 글은 이게 우리네 인생살이 같다며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어 널리 퍼졌다. 내 주변에도 비슷한 사례가 심심치 않게 늘어나고 있다. 인생은 정말 망망대해 속 어디로 흐를지 모르는 항해 같다.
'뭐 하고 살아야 할까?'는 물음은 꽤 오랫동안, 그리고 지금까지도 나의 가장 큰 화두다. 대학 졸업 후 한참 동안 무슨 일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방황했다. 어렵게 진로를 정하고, PR 에이전시에 입사했다. 인하우스가 아닌 에이전시를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내가 어떤 산업에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기에 다양한 산업군의 마케팅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둘째는 에이전시는 조금 빡센 대신(?) 홍보의 A to Z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종합홍보사관학교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압축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후 PR 에이전시에서 약 4년간 AE로 일했지만 커리어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언제까지 회사에 다닐 수 있을지 또 지금 하는 일이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늘 마음 한편에 있었다. 평생 내가 나의 먹고사니즘을 책임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할 때면 불안했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지만 가끔은 정답이 있는 인생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늘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정표를 세우고 싶은 마음으로 <커리어 피보팅>을 읽었다. 커리어 피보팅, 쉽게 표현하면 커리어 전환이다. 저자는 커리어 피보팅을 한 사람들을 가리켜 '과거 대신 미래를 선택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한다. 미래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전공과 경력만으로 자신의 한계를 규정짓지 않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알아가야 한다. 그 결과 원래 하던 일과 180도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고, 기존의 커리어에서 잘할 수 있는 일에 대한 힌트를 얻어 더 새롭고 발전된 형태의 일을 할 수도 있다. '나에게 맞는 일은 반드시 있다'는 저자의 말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 되어도 괜찮다는 용기를 주는 것 같았다.
스타트업에 어울리는 유형, 스타트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과 어려움 등등 책 전반에 걸쳐 스타트업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 스타트업에 다닌다면 크고 작은 수많은 어려움을 만나게 될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은 다닐 가치가 있는 기회의 장으로 이야기가 귀결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스타트업은 창업 또는 커리어 피보팅을 생각하고 있다면 매우 효과적인 배움의 장인 것 같다. 스타트업에 합류하기를 원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이직 동기 중에 '주도적인 성취감'이 있다고 한다. 조직이 커질수록 이해관계자가 많아져 주도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기 어려운 환경에 한계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나 역시 수많은 이해관계자와 일하며 기나긴 결재라인을 통해 처음의 기획안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세상에 나오는 과정을 많이 보았다. 그래서인지 실무에 대한 결정권이 크다는 것과 효율적인 업무 절차를 추구한다는 점이 스타트업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나에게 맞는 일을 찾기란 아직도 어렵다. 그렇지만 망망대해 속에서도 키를 내가 잡고 있다는 감각이 있다면 황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의 물결 속에서 나에게 맞는 파도를 찾기 위해 계속해서 탐색해 나가는 삶의 태도를 견지해 나가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P.27 10년 전에는 생소한 단어였던 스타트업은 우리의 일상을 바꾼 쿠팡, 토스,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마켓컬리와 같은 기업의 등장으로 친숙한 단어로 자리잡게 되었다.
P.47 ‘피봇pivot’의 사전적 의미는 ‘물건의 중심을 잡아주는 축’이다. 피보팅은 스포츠 분야에서 몸 일부를 축으로 고정하고 여러 방향으로 회전하며 다음 움직임을 준비하는 동작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최근에는 피보팅이 기존 사업의 시장성을 고려해 진행해오던 사업 아이템이나 방식을 포기하고 사업 방향을 전환하는 경제 용어로도 쓰이고 있다.
P.50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피보팅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계획보다 앞선 실행’이다. 계획을 세우지 말자는 게 아니라 계획을 세우는 데 쏟는 시간과 노력 대신 고객의 의견부터 들으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반영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피보팅을 내재화한 기업들은 ‘가설-검증-수정-보완’의 사이클을 무한 반복한다. 무한 반복으로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실력으로 이어 생존과 성공을 만들어낸다.
P.53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직장에서 쌓은 경험의 유효기간이 짧아지고 있다. 일을 통해 더 나은 나와 더 나은 삶을 추구한다면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아가는 항해를 지속해야 한다. 과거의 전공과 경력이 아까워 붙잡고 있다 보면 더 큰 이익과 보람을 얻을 기회를 잃게 된다. 디지털 전환의 기회를 누리길 원한다면 스타트업 세상에서 원하는 커리어를 살펴 피보팅 버튼을 눌러보길 바란다. 스타트업 세상에는 인문학을 전공한 개발자,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사용자 경험UX 디자이너, 철학을 공부한 마케터 등 과거 대신 미래를 선택한 사람들이 넘쳐난다. 미래를 만들어가는 스타트업은 전공과 경력만으로 능력을 판단하지 않는다.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증명하면 된다.
P.59 풀어야 할 문제를 찾아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충분한 자원을 지원받아 일을 추진할 수 있다. 재난지원금 서비스와 숨은 카드 포인트 찾기 서비스는 모두 2일 만에 만들어졌다. 다른 조직이라면 기획하고 승인받고 서비스 만들고 알리는 데 한 달이 넘게 걸렸을 것이다. 하지만 토스는 좋은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서 빨리 출시한다. 일을 하는 데 엄청나게 효율적인 시스템과 문화를 갖춘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P.86 스타트업에서는 ‘실수하지 않는 사람’보다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사람’이 더 유능한 인재로 평가받는다.
P.149 선택했다면 뒤돌아보지 말자. 어차피 인생의 모든 선택은 49:51이다. 51퍼센트의 선택을 99퍼센트로 끌어올려 내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