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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루 Jan 21. 2024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을 읽고

‘브랜드와 팬덤’ 트레바리 4회차 독후감 기록

대전하면 열에 열은 성심당을 제일 먼저 떠올릴 정도로 성심당은 대전의 상징 같은 기업이다. 나 역시 외근, 여행으로 대전에 갈 일이 생기면 성심당은 꼭 들리곤 했다. 보통 인기가 많아지면 다른 지역에도 분점이 생기기 마련인데 성심당은 왜 대전에만 있는지 궁금했다. 경영 전략인가 정도로 생각하고 말았는데 책을 읽으며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성심당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 각지에서도 이어지는 러브콜을 고사한 이유는 경영 전략이 아닌 경영 철학에 충실한 선택이었다. 성심당 방문을 목적으로 대전을 찾아오고, 대전 경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것이 성심당의 도리라고 여기는 것이다. 한 기업으로서 자신의 도시에 사회적 역할을 다하고 성심당이 대전의 자부심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성심당은 오랜 시간 지역 문화와 함께 성장해 온 로컬 기업이다.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부분은 처음 고안했던 튀김소보로 아이디어가 기름에 튀겨낸 뒤 식혀서 초콜릿 시럽을 입히는 것까지였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튀김소보로는 사실 미완의 상태였다는 것. 튀소 탄생 40주년을 기념하여 선보인 초코튀소의 성심당몰 소개 글을 읽어보면 '달콤한 팥앙금을 가득 품은 바삭한 튀김소보로 위에 초콜릿 코팅을 입힌 완생의 빵'이라고 설명한다. 왜 초코튀소를 완생의 빵이라고 표현했는지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대목이었다. 여태 브랜드와 팬덤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며 팬과 유대감을 쌓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우리만 아는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진짜 성심당의 팬이 된 감각이 들었다. 성심당과 튀김소보로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튀김소보로를 보면 사실 최초의 아이디어는 초코튀소였다고 아는 척하고 싶어질 것 같다.


또 포장 빙수의 발명 사례도 인상 깊었다. 빙수를 포장한다는 개념이 없던 시절, 고객이 냄비를 들고 와서 팥빙수를 받아 가져가는 것이 마음에 걸렸던 임영진 대표가 스티로폼 박스로 포장할 아이디어를 떠올려 전국 최초의 포장 빙수가 탄생했다고 한다. 서울에도 없던 포장 빙수가 대전에서 먼저 생긴 것이 대전 시민의 자랑거리였다는 내용이 귀엽고 공감 갔다. 브랜드의 팬덤을 만들고 싶다면 고객을 꼼꼼히 봐야 한다는 말을 실감한 사례였다.


책을 읽기 전 나에게 성심당은 대전 명물, 맛있는 빵집 정도였다. 그러나 성심당의 탄생부터 대전 최고의 브랜드로 거듭나기까지의 이야기를 알게 되니 마치 각별한 사이가 된 기분이 들었다. 나의 이야기를 가졌다는 건 이렇게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랜만에 성심당 빵도 먹고 싶고, 핫하디 핫했던 딸기시루도 먹어보고 싶다.




P.45 생존은 단 하루도 멈출 수 없는 엄숙한 과제다. 


P.119 세상 일이 늘 좋을 수는 없다. 나는 변하지 않겠다 다짐해도 주변을 둘러싼 환경과 조건은 의지와 관계없이 바뀌는 게 또 세상 일이다. 변화는 늘 적응과 극복이라는 과제를 안긴다. 그 과제에 소홀했을 때 세상은 냉정하기 짝이 없지만, 반대로 성실하게 그 과제를 치러내면 또 다른 차원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도 그렇다. 흥미로운 이야기치고 클라이맥스 앞에 갈등과 장애물을 두지 않은 것이 있던가.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장애물을 헤쳐 나간 뒤에야 비로소 주인공다운 주인공이 된다. 변화에 적응하고 위기를 극복했을 때 이야기는 완성을 향해 나아간다. 사람들이 이야기의 갈등 구조에 몰입하는 이유는 현실 자체가 갈등의 연속이며 한 사람, 한 조직, 한 공동체가 성장해 나가는 과정 또한 갈등을 피할 수 없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그 여정을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따라 이후의 삶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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