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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인형 Sep 04. 2018

<드레스 메이커>
: 파렛 경감에 대하여

비밀이란 덮으려고 할 수록,  숨기려고 할 수록  더 무겁다.

*본문에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읽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드레스메이커(The Dress Maker)>(2015 제작)는 Rosalie Ham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호주영화이다.


어릴 적 살인용의자로 몰려 마을에서 강제로 쫓겨난 뒤 능력있는 디자이너가 되어 시골깡촌 마을에 복귀한 여주인공 틸리보다 나의 관심을 끄는 인물은 조연으로 등장하는 파렛경감이었다.

 그는 작은 시골마을에 경찰로 근무한다. 

하지만 그에겐 특별한 비밀이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아름다운 여성의상과 악세사리들을 너무나 사랑하고, 이를 모아서 혼자 몰래 입어보며 행복함을 느끼는 인물이란 것이다.


요즘도 남성이 이런 취향을 가졌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밝히고 즐기기란 쉽지 않으며, 나름 용기가 필요하다. 

하물며 1950년대 호주 시골, 전체 인구가 몇가구 되지도 않아서 옆집 살림살이까지 다 알 수 있는  동네에서 에서 근무하는 파렛 경감의 입장에서는 사람들의 입방에 오르지 않고, 경찰관직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밀로 할 수 밖에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그의 비밀이 여주인공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고 만다.


여주인공 틸리는 어릴 적 같은 또래 남자아이 살인범으로 몰려 마을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25년이 지난 어느날 디자이너가 되어 고향마을로 돌아와 어릴 적 자신을 둘러싼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틸리가 처음 고향에 도착했을 때 파렛 경감은 기차역에서 틸리 보다 패셔너블한 틸리의 소품들에 시선을 빼앗기긴다. 그 뒤 틸리가 도시에서 유행하는 옷과 악세사리들을 파렛 경감에게 제공하고, 파렛 경감은 최신 유행하는 옷과 악세사리들로 맘껏 치장하며 매우 기뻐하고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을 보며 행복하고 만족한 미소를 짓는다. 

틸리와 패션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우정을 쌓아가던 파렛 경감은 그럴수록 마음 한 켠이 무겁다.

자신의  이런 비밀을 폭로하겠다는 마을주민(에반 패터맨)의 협박 때문에 어린 틸리가 살인범이 아니란 사실과 관련 있는 진술을 숨겼기 때문이다. 


나는 틸리와 파렛 경감이 유대가 참 좋았다.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생활환경도 다르지만 '옷'에 대한 공통된 취향 하나를 계기로 그들은 이 모든 것들을 초월해 연대를 형성한다. 

틸리도 파렛 경감도 서로가 서로에겐 다른 사람들에겐 보여 줄 수 없는 망가진 모습을 보여줘도 거리낌이 없다. 술이 만취되게 마시고 말도 안되는 헛소리와 주정을 떨어도 이 들 사이엔 불편함이 없다. 이런 엉망진창인 상황을 함께 보내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스트레스를 풀게 해주고, 다른 사람들과 주변 때문에 힘들었던 서로의 영혼에 이안을 준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 함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틸리의 엄마가 마약케이크를 만들어 친구에게 준 것 때문에 틸리에게 문제가 생기게 되자 파렛 경감은 결심한다.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위해 어린 틸리를 지키지 못했지만, 이제라도 친구 틸리를 지키기 위해 틸리의 무죄를 밝힐 수 있는 마을 선생의 진술자료서를 틸리에게 넘기고 틸리 엄마의 혐의를 자신이 뒤짚어 쓰고 체포된다. 그는 몇십년 동안 숨겨왔던 그의 취향을 스스로 마을 사람들에게 밝히고, 경찰제복이 아닌 화려한 의상을 입고 체포된다. 하지만 그런 그의 표정은 밝고 당당하다. 그것은 그 동안 그렇게 숨겨왔던 자신의 무거운 비밀을 가슴에서 내려 놨기 때문일 것이다. 


비밀이란 덮으려고 할 수록,  숨기려고 할 수록 무거워진다. 

걱정은 비밀이 밝혀지면 어쩔까 전전긍긍하는 나의 두려움이 키우는 부담과 두려움일 것이다. 나에게 엄청난 비밀이 남들에게도 같이 엄청난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남들은 누군가의 비밀을 알고 회자할 수는 있지만 생각보다 그리 그 관심이 오래 가지도 않는다. 

숨기고 싶은 비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쩌면 공개해 버리는 것일 수 있다. 왜냐하면 공개 된 비밀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그 비밀에서 조금 떨어져 객관적으로 바라보도록 노력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게 오히려 사람들의 시선을 덜 끄는 방법일 수 있다. 


파렛 경감에겐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비밀을 고백한 뒤 마을 사람들 앞에서 체포 당한 파렛 경감의 모습은 그가 입은 화려한 의상보다 아름답고 당당해 그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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