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종이인형 Sep 20. 2018

<아이 필 프리티>,
    이 짜증나는 기집애야!

나만 르네에게 짜증 나는 것인가?

<아이 필 프리티>(I Feel Pretty)

장르 : 코미디

제작년: 2018 /제작국: 미국

개봉 : 2018.06.06 개봉 /러닝타임:110분/ 등급: 15세이상관람가

감독: 애비 콘, 마크 실버스테인/ 주연:  에이미 슈머, 미셀 윌리엄스

(*영화의 결말이 포함 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 분들은 글을 읽지 말아주세요)

================================================================================


<옥수수>에서 본 영화를 관람하기 전에 댓글들을 먼저 훑어봤다.

"즐겁다, 재미있다, 마법같다, 자신감이 중요하다, 인생영화다, 공감과 감동을 준다, 힐링해 주는 영화, 힘이 되는 영화..." 등등 긍정적인 댓글이 가득했다.

긍정적 댓글들을 보고 선 나도 <아이 필 프리티>를 관람하기로 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끝까지, 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왜 자꾸 울컥울컥하고 짜증이 나는 것인가?

심지어 영화를 끝까지 보지도 못하고 중간에 끊었다. 그리곤 닷새 뒤에 겨우 끝까지 다시 봤다. 


그리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보는 내내 짜증이 나고 언짢은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그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주인공 '르네'때문이었다.


긍정적인 댓글들은 르네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에 가능했을텐데,  대다수에게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르네의 행동이 나는 너무 짜증스럽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르네는 모든 것이 외모가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르네는 자신이 좋은 환경에서 일하지 못하는 것, 자신이 남자친구가 없는 것, 자신이 꿈을 이루지 못하는 것 등, 잘 되지 않는 모든 것은 자신이 이쁘고 날씬하지 않기 때문에 불가능한 것이라 믿고 있다.

르네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외모를 최고의 가치로 치던 르네가 마지막에  현재의 나도, 예쁘다고 생각했던 나도 "모두 동일한 나"라는 것을 깨닫고,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의해 자신감을 잃을 필요가 없다며, "지금 나로 사는 게 자랑스럽다"고 외치는 장면을 보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동일한 장면을 보면서 르네에게 더 짜증이 났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예쁘지 않은 자신이 상황을 깨달은 르네는,  이 모습 이대로 살아가야 할 자신의 상황을 정당화하기 위해 비겁한 변명을 , 마치 드라마틱한 쇼처럼 보여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르네는 내내 예뻐지는 것이 인생최대의 소원이었고, 착각이든 어쨌든 예쁘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난 뒤부터 그야말로 인간이 180도 돌변한 태도를 보여왔다.

자신이 뚱뚱하든 날씬하든 항상 같이 있어주며 챙겨줬던 친구들을 챙피하게 만들고, 무시했고, 자신과 시선이 마주치는 남자들은 모두 자신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처럼 매도했다.

친구들 보다 잘 난 듯이 매사 행동하며, 친구들에게 무례하게 행동하고, 처음 본 남자들이 모두 자신에게 관심 있다고 생각하며 도끼병 환자처럼 행동하는 르네의 모습을 자신감 있고, 당당하다고 봐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그야말로 볼쌍사납기 그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사랑스러운 것은 르네가 아니라 르네의 친구들인 비비안과 제인이라 생각한다.

(좌측부터 비비안, 제인, 르네)

비비안과 제인은 항상 르네와 함께하긴 했지만, 솔직히 외모만 따져도 이들이 르네보다 훌륭하다. 하지만 그들은 단 한번도 르네의 외모를 비하하거나, 자신들이 르네보다 외모가 낫다는 듯이 행동하지 않았다. 언제나 그녀옆에 함께 있었다.

르네가 초절정 미녀인 것처럼 가소롭게 행동하며 재수없게 굴어도 그녀들은 르네의 면전에서 예의를 지켰다.


아, 그리고 가장 짠내 나는 에이버리.

아름답고 똑똑하고 능력있지만 아가 같은 목소리 때문에 사회에서 저평가 당하고, 풍족하게 성장한 그녀의 배경이 더해서 그녀는 경영자로서의 능력은 오너인 할머니에게 끊임없이 의심 받는다. 때문에 그녀는 항상 할머니의 눈치를 보고,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도 의심하며 위축되어 있어 보는 내내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같은 환경에 처한 남자 경영자도 에이버리처럼 평가 받았을까?

글쎄, 똑똑하고 능력있고 잘 생기고 부유한 집안에서 성장한 남자 경영자가 목소리가 좀 깬다고 해서 그의 능력에 의심을 받게 될까? 

아마도 아닐 것 같다.

오히려 인간미 넘치는 모습, 유머러스한 말투 등 약점인 그의 목소리는 뛰어난 그의 능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하나로 평가 받지 않았을까 싶다. 과거에 비해 남녀를 떠나 인간 자체로 평가하는 경향이 높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회에서 남녀에 대한 시선 차이는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단지 예뻐졌다고 착각하면서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르네,

인간으로서 갖춰야할 따듯한 마음과 주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무시 당하는 비비안과 제인,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스스로도 자신을 의심하는 에이버리,

그녀들 때문에 <아이 필 프리티>를 보고 나서 하나도 기분이 좋지 않다.

르네는 "나는 나 자신이 자랑스러워요!"라며 뻔뻔하게 변명을 늘어 놓으며, 무례하게 행동했던 자신을 정당화 할 수 있는 쇼를 할 것이 아니라,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게 더 감동적인 게 아니었을까 싶은데.... 

글쎄,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은 나와 생각이 다른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드레스 메이커> : 파렛 경감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