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공방 차린 이후 계속
예쁜 것에 대해서 생각했다.
예뻐야 팔린다고 생각했다.
체험을 서비스하기 시작한 것은 예쁜 것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여유자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예쁜 것에 대한 고민은 3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형태(모양),
재료에서 오는 물성(질감),
유약으로 내는 빛깔.
각각의 분류 안에 다양한 것이 존재하니, 서로 연계된 경우의 수는 셀 수 없이 많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으로 고민하지는 않는다.
고민은 원래 눈에 띄는 대, 컨디션에 따라 마음 가는 데로 하는 것이니까.
괜찮게 나왔다 싶어도 며칠 지나 다시 보면 별로.
어떤 건 새삼 괜찮기도 하다.
어쨌든 막상 판매를 하려고 냉정하게 다시 보면 결국 별로였다.
냉정한 판단인지 자신이 없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자유로운 고민으론 답을 찾지 못해서
우선 따라 해보자고 결심했다.
도재상에서 구할 수 있는 한정된 재료로 기성 작가의 작품을 재현해 보는 것은 어려웠다.
맛만 보고 그들의 노력으로 만든 레시피를 알아낼 정도로 해박하지 못했다.
만들고 말리고 초벌 제벌해야 결과를 볼 수 있으니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체험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많지 않은 손님에도 은은하게 들어가는 노동이 있고
그 때문에 다른 짓이 더뎌졌다.
가끔 들려서 팔지 않냐고 묻는 손님에게 준비 중이라고 한 것이 2년이 되어간다.
그렇게 말라가고 있을 즈음 삼촌의 의뢰가 있었고
한계를 확인한 이후
만듦새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예쁜 것에 대한 고민에서 물레 차는 능력이나 굽깎이 같은 마감에 대한 것은 빠져 있었다.
기술은 우선순위에 들지 않았다.
뭘 어떻게 할지만 결정되면 스킬정도야 금방 늘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비슷하지만 조금 달라진 것은
같은 것을 만들더라도 만듦새가 다르면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다.
모양이 잘 잡히고 잘 다듬어진 것.
잘했다는 것만으로도 이쁘게 보인다.
능력부터 키워야겠다고 생각하고 큰 사발을 만들어보기 시작했다.
크고 얇게 만들려면 흙을 단단하게 해서 만들어야 했다.
손가락 힘이 필요했다.
필요한 것 이상의 힘을 갖고 있어야 필요한 것을 할 때 안정적이고 여유가 있었다.
여유가 만듦새로 나타난다.
집에 오면 손가락이 뻑뻑했다.
굽깎이 실력도 늘었다.
스타일도 잡혀갔다.
손을 타는 물건의 스타일은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몸에서 나오는 것 같다.
기본을 건너뛰려고 했었구나
왜 그랬을까
조급함 때문이었겠지.
일단 방향은 잡은 것 같다.
만족하기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손가락이 좀 더 뻑뻑해야겠지만
한고비 넘긴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