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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격 Nov 16. 2023

발짝 버튼

짜증이 난다는 것은 고마움이 없다는 것이겠다.

원망은 익숙한데 감사는 기억나지 않는다. 


찾아보면 있을 것이고 그나마 다행인 것도 감사 대상일 텐데  

나는 남들보다 기준이 엄격한가 보다.


추석에 성묘를 갔고 

아버지 묘비에 무인고 딱지가 붙어 있었다. 

관리비가 연체돼서 무인고 처리에 들어갈 예정이란다. 떼지 못하게 단단히 붙어 있었다. 


관리소를 찾아가서 관리비를 정산했다. 

99년에 5년 치 선납하고 이후 계속 연체였다. 

연체 이자까지 해서 200만 원 나왔다. 

아버지 돌아가실 당시 나는 어렸고 10살 차이 나는 형들이 모두 처리했다. 


계약관계에 대해서 몰랐다. 

몇 년 전 관리비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세 번 전화를 했었다. 

때마다 나중에 본인들이 연락하겠다고 했다.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고 연락도 없어서 필요 없나 보다 하고 넘겼다. 

그게 200만 원으로 돌아왔다. 

억울했다. 

오래전 통화라 그런지 기록도 없고 녹취를 했던 것도 아니고 방법이 없었다.  

적은 금액이 아니니 짜증이 났다. 


형들이 연을 끊은 후 부모와 관련된 의무는 모두 내 몫이 되었다. 

20년도 전의 일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이 짜증 났다. 

집에 오는 동안 되짚어 봤다.

   

나한테 내라고 했었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제사상 정리하고 설거지하는 동안 계속 짜증이 났다. 

후딱 처리하고 치워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형은 연락처도 없고 뻔한 대답이 예상돼서 

이민 간 둘째 형에게 문자를 했다. 

통화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연체시킨 걸 왜 본인에게 연락하냐고 책임을 물을 것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계약관계에 대해서 들은 것 같지 않은데 

얘기했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억울하고 짜증 나는 감정으로 문자를 보냈다. 

내 문자에 답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에 

분담하기 싫으면 싫다고 정확히 답장해 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불필요하게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조금의 에너지도 소비하고 싶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왔다. 

왜 이렇게 싹수없게 문자를 하냐고 했다. 

답변을 잘 안 하니까. 답변을 하라고 그렇게 보냈다 했고

본인이 무슨 답변을 안 했냐고 하고 

기록이 다 남아 있는데 무슨 소리냐 따지고

결국 싸움이 됐다. 

한 푼도 못 주겠다는 소리와 함께 통화는 끊겼다. 


혹시 내 책임이라고 하며 못 주겠다고 할까를 예상했으나 

공손하지 못해서 못주겠다로 끝났다. 


괜한 짜증으로 긁어 부스럼을 만든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내 마음은 짜증에서 분노로 옮겨지고 있었다. 

공방일을 하다가 다시 문자를 보냈다. 

무연고 처리 딱지 사진과 함께

맘대로 하라고 난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응답은 없었다. 


일 끝내고 집에 가니 어머니가 얘기 좀 하자고 했다. 

형이 어머니에게 연락한 것이다. 


너는 태도가 어떻고 

형한테 예의가 없고

말재주가 없고…


발짝 버튼이 눌렸다. 


우리 부모님은 순서대로 편애를 하셨다. 

장남을 애지중지 했고 둘째는 둘째고 나는 10년의 텀이 있었던 만큼 원치 않았던 아이였다. 

그만큼 내가 성장하는데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으셨다. 

그 덕에 어려서부터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아이는 알아서 크는 것이다.


어머니는 큰형과 살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고 

그다음인 둘째는 이민을 갔다. 


결국 삼 순위와 살고 있다.  

짜증 나는 상황이고 가끔 그런 감정을 드러내신다. 


모르는 사람과는 아무렇지도 않거나 짜증 정도에 머물 일도 

가족과 엮이면 필요 이상으로 분노까지 느낀다. 

세월이 지나고 나이를 먹어도 원망은 줄지 않는다.

건드리면 분노로 쏟아진다. 


어머니도 쌓였던 감정을 드러내고 

나도 그렇고 

싸움 밖에 남지 않은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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