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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격 Jan 17. 2024

인지왜곡

도자기 체험 장사 하면서 짜증 나게 하는 상황이 있다.

그중 하나가  

재료를 아까워하지 않고 아낌없이 사용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이다.

색깔이 들어간 흙을 남김없이 써버리면 다음 클래스에 쓸게 없게 되거나 

추가로 또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많이 써야 할 곳에 많이 쓰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예전에는 많이 쓰는 자체를 싫어했음) 

조금만 써도 될 것을 많이 쓰고 버리는 게 대부분인 모습을 보면 짜증이 올라온다. 

그럴 때면 내 말투가 변하는지 신경 쓴다. 

감정이 겉으로 드러날 까봐 신경 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내 얘기를 듣지 않는 사람들이다. 

 

손님이 그릇을 만들어 놓으면 

천천히 말리고 

초벌하고 

재벌하고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나 완성된다. 


가마에서 꺼내 바닥 사포질하고 

소유자 확인해서 친절한 내용으로 문자를 돌린다. 


"공방인데요^^ 도자기 나왔어요. 찾으러 오실 때 연락 주세요 ~"


찾으러 오겠다고 연락이 오면 그릇을 찾아놓고 포장지도 준비해 놓는다. 

본인 것 확인되면 바로 포장해서 전달하면 비로소 끝이다. 

순조로운 계획이다.  


근데 반정도는 그냥 온다. 


그럴 때면 마음이 급해진다. 

예약했던 전화번호 물어보고 

적어놓은 리스트에서 도자기를 확인하고 

쌓여있는 도자기 중에 그걸 찾고 

포장지를 재단하여 포장하고 

봉지에 담아 전달하는 데 

이게 꽤 걸린다.  


사람들의 기다리는 지루함이 느껴지니  

조급해진다.

그러면 짜증이 올라온다. 

스몰 토크 같은 건 할 줄 모른다.  


다른 클래스 진행 중에 들이닥치면 난감함을 감출 수가 없다.  


연락 돌린 지 오래되지 않았으면 분류해놓았던 것이 기에 금방 찾을 수 있는데  

두세 달 지나면 점점 구석 탱이로 밀리고 다른 것과 섞이게 된다.  

체험 기록을 찾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대부분 언제 체험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본인이 찾아서 이거다 해도 그 말만 믿고 줬다가는 낭패를 경험할 수 있다.  


멘트를 바꿨다. 

"공방입니다 ^^ 도자기 나왔어요. 찾으러 오실 때 연락 주시면 준비해 놓겠습니다 ~"

미리 연락 달라고 하는 이유를 추가했다. 

그랬더니 그냥 오는 손님이 줄었다. 

이제 3분의 1 정도로 줄었다.  


3분의 1은 어찌해야 하는가 


그릇이 완성되면 포장까지 해서 준비해 놓고 오면 바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할까?

본인 확인 과정을 생략해도 괜찮을까 

완성본에  대한 반응을 보고 싶기도 하고

체험하러 온 손님에게 이런 식으로 완성된다고 견본품으로 이용하기도 하는데.


내가 편하자고 이런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인데.




짜증이 아는 이유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재료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 

당연히 아껴야 하지 않는가. 

그렇게 많이 사용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어떻게 될지 그걸 모르는 건가?

이게 어렵나?


3분의 1의 사람들. 

내가 문자로 연락 달라고 했으면 

당연히 연락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문자 한번 주는 게 그렇게 어렵나?


3분의 1은 적은 숫자인가 많은 숫자인가.

적은 숫자면 감내해야 하는 것이고 

많은 숫자이면 사람의 생리가 그러하니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인지왜곡

1.   중간 없는 흑백사고

2.   지나친 일반화, 성급한 결론

3.   감정에 따른 추론, 우울한 감정은 우울한 추론을 가져오고 우울한 추론은 무기력을 가져온다. 

4.   해야 했다. 하지 말아야 한다. 이딴 식의 당위적 생각

5.   낙인찍기 : 구체적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나 자신 혹은 상대의 문제로 치환하기. 나 자신이나 그 인간의 문제로 생각하기. 


당위적인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아이를 데려온 부모의 경우 그런 모습이 드러나기 쉽다. 

애들이 당위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니까. 

당연히 부모로서 통제해야 하니까.  


나는 어떤가. 

대부분 도자기를 만들어 보는 것이 처음이다. 

익숙하지 않은 일을 군더더기 없이 해내기는 어렵지. 

낭비가 당연한 것이지.


사전 연락은 어렵지.

3분의 1이 연락 없이 오는 것 보면 어려운 일이지. 

이렇게 먼 곳 까지 오는 게 어려운 일이지.

찾으러 오지 않는 사람들도 10분의 1은 되는 것 같다. 


당위적 생각을 버렸다. 

이제 낭비하는 모습이 보여도 

그렇군. 

그런 거지.

내려놓으니 짜증이 줄었다. 

  

바쁠 때 연락 없이 와도 기다려 달라 하고 조급함 없이 처리한다. 

이제 연락 없이 오는 사람이 3분의 1은 아닌 것 같다. 

5분의 1 정도인 것 같다. 


이제 웃으면서 기쁜 마음으로 기다려 달라고 해야지. 

당연히 그냥 오는 거지 뭐.

애써서 재료를 준비하는 게 내 일이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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