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마셀
정신없이 북페어를 마치고, 어느새 월요일이 되었다. 페어를 마치고 난 다음날의 아침은 늘 공허한 느낌이 뒤따른다.
을밀대라는 곳에서 냉면을 먹고, 서울역에 들렀다가 바마셀을 가기로 했다. 서울역에서 적당히 가까우면서 커피를 즐기기에도 좋은 곳이니까. 킥보드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서울에 오면 대구에서 안 해본 행동을 이상하게 자주 하는 것 같다.
평양냉면과 커피가 소위 말하는 ‘근본’이라는 타령을 벗어나지 못하는 음식인 것 같다. 우스운 건 평양냉면과 커피는 대한민국이 본고장인 음식이 아니라는 점이겠다. 애초에 기호를 따지는 음식과 음료에서 타인의 취향이 손쉽게 무시당하는 장면을 봐야 하는 게 좀 그렇기도 하다.
우리는 어째서 (어감이 조금 공격적으로 들리기는 하지만) 무언가에 권위를 부여하는 것을 좋아하게 된 걸까. 권위를 부여받는 게 내가 아님에도 말이다. 아니다, 어쩌면 권위를 다른 곳에 부여하면서 권위를 부여한 본인에게도 새로운 권위를 부여하고 싶은 게 아닐까. 생각해보면, 이런 현상은 참 많이 퍼져있기도 하다. 미슐랭 가이드, 블루리본 서베이를 찾아보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만 있어도 그러하니까. 그래도 음식과 요리인에게 부여되는 권위와 명예, 때로는 멋지고 부럽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인정받는 것은 어쨌든 좋은 것이기도 하니까. 예술과 사진위 권위는 누가 어떻게 세워주려나. 이건 정말이지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가 없겠다. 예술이라는 건 음식의 비교 기준과 얼마나 닮아있고 또 다를까.
왜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 이곳이 어딘지 모르게 탈권위적인 공간이라 느껴져서 그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