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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모씨 Jun 06. 2022

5월 26일

커피지상주의

 

어제는 전시를 철수하고 공허한 마음으로 밤을 지새웠다. 내일은 아침 일찍부터 서울로 가야 하는데, 오늘 이런저런 일들이 오후 늦게부터 몰려있어서 영 마음이 편치가 않다.


오늘은 날이 다시 시원해졌다. 망설이지 않고 따뜻한 커피를 마셔도 되는 그런 날이다. 봄여름은 산미가 있는 산뜻한 커피를 마시기에 좋은 계절이다. 산미 있는 커피를 모르던 옛날에, 산미가 도드라지는 맛있는 커피 한 입을 먹고 너무나 놀랐던 때를 떠올린다. 하지만 너무 산미를 추종하다 보면 역류성 식도염을 얻게 될 테니 늘 조심하는 게 필요하다.


 문득 ‘자만추’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문득이라는 단어 너무 많이 쓰는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자만추’가 안 되어서 슬프다.’ 라던가 하는 대화도 들었던 것 같다. 사람에게 만남이라는 건 어떤 의미가 있길래. 자연스러운 만남이 없다면 인위적인 만남이라는 것도 있다는 얘기일까.


 어쨌든 이와는 별개로, 요즘은 단어 하나의 의미를 파헤치려는 이상한 습관이 생긴 것 같다. 아마 이러다가 단어를 가지고 새로운 전시를 하게 되지 않으려나 생각도 든다. 사실 어느 정도 작업의 방향을 구성해두기는 했다. 머릿속으로는 ‘해놓고 나면 꽤 재미있고 볼만하겠지?’ 하지만, 분명 결과물이 나오면 어딘지 짜게 식는 느낌을 받게 되겠지.


 슬슬 산책을 하고 상담을 받으러 갈 때이다. 뜨거운 열기에 장미가 많이 시들어서 아쉽게 되었다. 그래도 여름에는 여름의 꽃이 또 피게 되어있다. 당장의 아쉬움은 예견된 즐거움을 위한 것이라며 억지를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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