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을 하다 보니, 아침에 일정이 잡히면 꽤나 고생하게 된다. 오랜만에 들어온 외주 작업은 청도에서 진행했고, 지독한 땡볕에 땀이 비 오듯 흘렀다. 오늘 전시 철수도 해야 하는데, 상상만 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제 하루 쉬고, 오랜만에 있는 북페어를 위해 서울로 가야 한다. 북페어는 참 즐거운 일이다. 독자님들을 만나고 인사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또는 다른 창작자분들을 만나서 또 얘기를 나누는 그 활기를 좋아한다. 물론, 나는 낯가림이 너무나 심해서 먼저 얘기해주시는 분들에게 무한히 감사할 따름이다.
그나저나, 요즘은 케냐 커피가 다시 유행하는 것 같다. 꽤 많은 곳에서 케냐 커피를 다시금 다루는 듯하다. 한 때 케냐 하면 떠오르는 선입견스러운 맛이 떠오르기도 한다. 나의 경우엔 케냐 하면 떠오르는 묵직한 토마토의 맛 혹은 와인 같은 바디감과 산미를 떠올리는데,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맛이라는 건 참 상대적인 감각이라, 커피의 맛이 좋고 나쁘다를 얘기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권위에 의존하는 오류가 참 자주 일어나는 그런 분야라고 할까.
아쉽게도, 오늘은 너무 덥고 습해서 5월엔 따뜻한 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자존심을 꺾고 말았다. 이럴 때엔, 아이스커피로 마셔야 맛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하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