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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사빠 Dec 03. 2017

#3. 유럽 축구보다 지독했던 경기 上

프리메라리그 레알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축구경기만큼 치열했던 C의 연애에 대해 뒷담화를 시작하려고 한다.

나는 이 친구를 10년 넘게 알고 지냈지만, 이런 모습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본인 스스로도 놀라워했으니까 내가 놀란 건 별일도 아니다.

여중, 여고, 여대를 나온 C는 어디서 만났는지 모르겠지만, 주변에 남자사람친구 즉 남사친이 꽤 있었다. 야한 농담도 서슴없이 주고 받으며 너털 웃음을 짓던 그 친구가 유독 한 사람 앞에서 쩔쩔매는 꼴이라니...

나에게 처음 이야기를 꺼냈을 때 C는 9개월 넘게 짝사랑 중이었다.

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이 딱이었던 게 객관적으로 봤을 때 C가 짝사랑하는 남자는 평범했다.

키도 173cm, 눈코입귀 다 있고, 사지 멀쩡한 대한민국 남자였다. 그런데 매번 만날 때마다 '완벽하다 ' '멋지다' '반전 매력이 있다' 기타 등등 줄줄이 자랑을 늘어놨던 C다.

C가 상대방의 어떤 점에 끌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했다. 두 사람은 극과 극이었다. '다름'에 끌렸다는 게 내 주관적인 생각이다.

그녀가 즉흥적이고 자유분방했다면, 남자는 꼼꼼했고 계획적이었다. 주말에 만날 약속 시간을 정할 때도 C는 "내일 아침에 눈 뜬 다음에 연락하자. 그때 시간을 정하자"였다면, 그 남자는 아니었던 거다.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긴 C와 다르게 쉬는 날이면 무조건 집안에서 하루를 보내는 남자, 목적지가 정해지면 일단 집을 나서는 C와 달리 경로부터 검색하는 남자. B형인 여자와 A형인 남자는 말그대로 극과 극 너무나도 달랐다.

어쨌든 C는 거의 1년 다되어가게 한 남자를 짝사랑했다. 표현도 적극적으로 했다. 시덥잖은 내기로 약속을 만들어서 만나는가 하면, 고등학생 때 이후 한번도 간 적없는 도서관도 꾸역꾸역 따라가곤 했다. (어쩌겠는가. 남자가 주말에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을 거라고 했다는데...)

"해도해도 너무하는 거 아니야? 이 정도 했으면 눈치채야 하는 거 아니니? 안되겠다! 오늘은 고백해야지"

라고 마음을 종이접듯 접었다 폈다 한 것도 수차례.

누가 봐도 티나게 좋아하는데 정작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아보인다며 중간에 소개팅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어렵게 고백했고, C는 짝사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일방통행 직진하던 사랑에서 쌍방통행을 하게 됐지만, C는 하나도 기뻐하지 않았다.

보통 연애 초기 핑크빛에 달콤하고 만나면 깨가 쏟아지는 이야기들을 풀어놓기 마련인데...

"사귀는데도 외로워. 나를 정말 좋아하는 걸까? 그냥 내가 고백했고, 사귀는 사람이 없던 터라 받아준거 아닐까? 정말 좋아했다면 내가 그렇게 많이 표현했을 때 먼저 고백했지 않았을까?"

먼저 좋아했고, 먼저 고백한 그녀의 고민은 '먼저'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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