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술 얼굴 교정 방법 두 직역간의 접점에 대한 단상
봄의 끝자락에 전하는 인사
꽃피는 봄이 왔구나 했더니 이제 반팔 옷을 꺼내 입어야 할만큼 후덥지근한 여름이 코앞에 다가온 거 같습니다. 4월 제가 지낸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하는데요. 4월 중순 저는 서울 리베라 호텔에서 열린 IAFGG라는 국제 학술대회를 다녀왔답니다. IAFGG (Intenational Asoociation of Facial Growth Guidance)는 국제안면성장지침연구회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세계 치과의사 선생님들이 주축이 되어 orthotropics이라는 얼굴교정법을 연구하는 학회입니다. 제가 하는 진료가 치과적인 지식이 많이 필요하다보니 전공은 아니지만 꽤나 깊이 있는 수준까지 파고들어 꾸준히 공부를 해오고 있는데요.
이 학회의 수장은 바로 뮤잉운동으로 여러분들께도 꽤알려진 존 뮤(John Mew) 박사입니다. 존뮤 박사는 구강악안면외과의로 양악수술을 하던 치과의사인데요. 양악 수술의 폐해를 직접 목격하고 수술을 하기 전 성장기에 얼굴 형태가 변형이 되지 않도록 미리 교정을 해야함을 설파하고 평소 호흡습관, 자세습관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Orthotropics이라는 영역을 창조한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Orthotropics에서는 혀를 입천장에 완전히 밀착시켜서 상악, 특히 경구개(hard palate)의 성장을 유도하는 힘을 지속적으로 주는 것을 중요하게 보는데요. orthotropics의 개념을 이해하려면 몇가지 의학적 지식이 필요합니다.
첫번째 상악maxilla은 두개의 대칭성을 갖는 뼈가 median palatine suture를 통해 만나서 입천장의 악궁을 형성하고 치아가 들어갈 공간을 확보해 주고 있습니다.
두번째 뼈의 길이 성장은 근육이 주는 자극의 방향성에 의해 결정이 됩니다. 혀가 넓게 입천장에 밀착한 채로 입천장을 위쪽으로 미는 힘을 지속적으로 주면 그 힘이 상악에 전달이 되어서 상악의 성장을 적절한 방향으로 유도합니다.
세번째 혀의 자세위가 무너지는 시작은 인류학적인 문제로 거슬려 올라가야 되는데 여성의 사회 활동이 증가되면서 모유수유하는 빈도가 줄어드는 것에서 시작되고 그 결과 구강호흡 패턴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Orthotropics에서는 부정교합을 만드는 가장 큰 원인으로 구강호흡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Orthotropics 그게 뭡니까?
Orthotropics은 치열을 바르게 한다는 의미인 치열교정 orthodontics와 비슷해보이지만 다른 뜻을 갖고 있습니다. correct, straight를 뜻하는 ortho와 grow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어원 tropos인 tropic이 합쳐진 단어로 "성장을 바르게 조절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기존 치과적인 방법과 많이 다른 개념의 접근법입니다. 현재의 치열 상태를 결과론적으로 가지런하게 바꾸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에 따라 변화해가는 얼굴 상태에 따라 적절한 의료적인 개입을 통해 바른 성장을 유도하는 보다 예방적인 치료이며 원인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능동적인 치료법입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기존 치과 지식과는 상당히 이질감이 있는 내용들이지 않나요? 그렇다보니 존뮤 박사의 연구에 반기를 드는 동료들이 많았고 결국 영국 치과의사 협회에서 제명이 되기도 하는 수모를 겪기도 하셨다는데요. 여전히 Orthotropics은 치과의 주류 의학은 아닙니다. 그러나 전세계 많은 치과 의사 선생님들이 뮤박사님의 의견에 동의하고 있고 매년 정기적으로 학회를 개최하고 학술적인 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학회 기간 내내 존뮤 박사을 존경하는 치과 선생님들의 마음이 이방인인 저한테도 강하게 전달되었습니다.
뮤잉운동 vs 구강근기능운동
https://brunch.co.kr/@ulfit/71
존뮤 박사의 아들인 치과의사 마이크 뮤가 뮤잉운동을 유튜브 채널에서 알렸고 이것이 입소문을 타고 전세계 유튜버 사이에서 많은 컨텐츠로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뮤잉운동이라는 명칭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뮤잉운동은 일종의 구강근기능 운동인데 석션홀드 뮤잉이나 하드뮤잉을 할 것을 권합니다.
이는 일반적인 구강근기능 운동보다 따라하기가 쉽지 않은 고강도의 운동법입니다. 실제 잘 적용되면 효과가 있지만 진료실에서 특히 이 운동의 효과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아이들을 상대로 이 운동법을 반복적으로 구현해내는 것은 녹록치 않습니다. 이는 현장에서 임상을 하는 치과 선생님들의 고민인 거 같습니다. 미국의 치아교정의 Sandra kahn이 uplock이라는 개념으로 입천장에 강제적으로 혀를 붙이도록 유도하는 도구를 개발해서 환자에게 적용하고 있는 과정을 소개해주셨는데요. 쉽지 않은 치료 과정을 시스템화하려는 노력이 보여서 큰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었습니다.
보통 소아 부정교합 교정은 아래와 같은 페이스기어, 헤드기어를 착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매일 일정 시간 이상 착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관건이고 지속적인 구강근기능 운동 트레이닝을 통해 혀근력의 변화를 만들 수 있어야 성공적으로 이 과정을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구강근기능운동이라고 하면 “입안에서 무슨 운동을 해”하면서 많은 분들이 생소하게 느끼실 수도 있으실텐데요. 제가 브런치의 여러 글이나 유튜브 채널에서 알려드린 많은 구강 운동이 대부분 구강근기능운동을 베이스로 하는 내용입니다. 미국에는 치위생사, 언어치료사 등의 직업군이 주축이 되는 구강근기능요법사(orofacial myofuctional therapist)라는 직업도 존재하고 그들이 꾸리는 학술단체도 있습니다. 저는 2019년에 캐나다 캘거리에서 개최되는구강근기능 요법사 교육 과정에 참석해서 구강근기능운동의 구체적인 방법을 배워와서 지금까지 진료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학회에서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
IAFGG 2024에 참석하고 느낀 점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크게 5가지 정도로 말씀드려 볼텐데요. 얼굴 교정 진료를 하고 있는 한의사로서 느낀 점을 말씀드리는 내용으로 절대적인 진리일수 없으며 이글을 통해 비수술 얼굴교정 진료에서 여러 직역간에 접점이 생기길 바래봅니다.
각 직역간의 협업은 쉽지 않은 문제이다
모든 질병의 원인은 다인성이기 때문에 다제학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부정교합이나 아데노이드 얼굴을 만드는 구강호흡이 비염이나 아데노이드 비대증과 같은 이비인후과 질환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치과적인 관점에만 치료하기가 힘듭니다. 그런데 환자에게 보이는 문제를 먼저 인지하고 이비인후과 의사에게 진료 의뢰했을 때 묵살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서로의 진료 영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다제학적으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해기가 쉽지 않은 것이 만국의 공통적인 현실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비염이나 아데노이드 비대증을 직접 치료해서 구강호흡의 원인을 제거하고 얼굴 교정을 동시에 진행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한의사라는 면허를 갖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잠깐 했습니다.
교정의 방향성이 상악과 하악의 전후 성장에 초점이 가 있다.
하악을 앞으로 확장시키는 것이 중요한 건 맞지만 좌우상하 중심에 대한 교정에 대한 언급은 전무했습니다. 구강내 용적을 확장시키고 airway 를 넓히겠다는 것이 orthotropic의 목적이다보니 두개골의 대칭성을 맞춰주는 교정에 대한 정보는 부족해 보였습니다. 실제 학회 기간 발표된 케이스의 전후결과를 보면 부정교합은 개선되고 얼굴 성장은 너무 좋아졌는데 머리의 자세는 오히려 무너지고 비대칭은 심해져 있는 케이스도 있었습니다.
저는 얼굴교정을 할 때 좌우전후상하 3차원적인 중심을 맞추는데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는데요. 이 3차원적인 중심을 맞추는 것은 단순히 치아의 대문니 중심, 즉 미드라인을 맞춰준다고 만들어지는 문제가 아닙니다. 최전선에서 두개골을 받혀서 중력에 저항할 수 있는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어주고 있는 척추 구조, 특히 경추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부정교합의 원인, 구강호흡이 절대적일까?
부정교합의 원인이 혀의 자세위때문에 수직 성장이 증가하고 악궁이 줄어드는 것이라는 것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혀의 자세위가 왜 무너지는가에 대한 고민이 오로지 구강호흡으로만 치우쳐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임상을 하다보면 구강호흡을 하지 않는데도 혀의 자세위가 무너져 있는 사람도 있고 비염이 있어도 구순폐쇄력이나 호흡패턴에 크게 문제 없는 분들도 있고 치과적인 처치가 필요한 부정교합은 전혀 없는데 구강호흡을 하시는 분들까지 이와 배치되는 케이스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되거든요.
저는 구강호흡이라는 현상보다 head posture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Head posture 정렬을 하려면 하악과 척추의 축이 신경학적인 안정성을 갖는 위치로 정렬되어야 합니다. 특히 두개골과 척추가 인접한 부위, 후두부의 대후두공과 척추의 꼭대기, 경추 1,2번 환추, 축추가 맞닿아 있는 두개골 깊숙한 곳 상태 개선에 집중해야 합니다.
Head posture가 무너지는 원인은 바로 경추 1,2번의 아탈구입니다. 두개골은 척추의 변위에 따라 보상적인 비틀림이 발생합니다. orthotropic을 하기 전 바른 척추 자세, 특히 경추 1,2 번의 아탈구를 정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턱관절 균형 의학의 가치
상악과 하악, 혀, 입술에 집중된 orthotropic의 개념을 전신으로 확장시킬수 있는 치료 원리가 턱관절 균형 요법(TMJ Balance Therapy)입니다.
아래턱(mandible) 은 22개의 두개골 중 가장 운동성과 불안정성이 큰 뼈이며, 턱관절은 우리 몸에서 가장 신경학적인 민감성이 큰 관절입니다. 또한 턱관절은 항상 경추 2 번 축추axis와 상대적인 안정성을 찾으려는 경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턱이 틀어지면 축이 무너져서 환추, 축추가 제 위치를 벗어나 아탈구가 진행이 됩니다. 한쪽 턱관절은 좁아져서 눌리고 다른쪽 턱관절은 상대적으로 간격이 멀어지면서 턱관절 강내의 공간의 차이(freeway space)가 만드는 좌우 편차가 발생하게 되고 상악과 하악의 맞물림, 교합이 틀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인체는 유기체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습니다. 하악의 좌우전후상하 3차원적 중심축이 무너지면서 인체의 축인 축추가 무너지고 이로 인해 descending pattern으로 흉추, 요추, 골반, 발의 축이 무너지게 됩니다.
어린 나이에 교정을 해야한다는 orthotropic의 개념에 동의합니다.
보통 전통적인 치아교정학에서는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의 전환이 끝나는 시점을 치아교정 시작 적기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구치 맹출이 완료가 된 시점에 교정을 시작하는 것은 너무 많은 것을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과 같은 일을 하는거지요. 이 시기에 치아교정을 시작하게 되면 발치교정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이번 학회에 참석한 후 진료실을 찾는 여러 명의 어린 친구들의 얼굴이 오버랩되면서 앞으로의 진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경우 어른들처럼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도록 만들기기 쉽지 않습니다. 표준형 장치를 물고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연속해서 치료를 오게 만드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치료하는 중에 감기에 걸려서 좋아졌던 호흡 패턴이 무너지기도 하고 치료가 힘들다고 때쓰는 아이를 데리고 오기 쉽지 않은 탓에 치료 간격이 무한정 넓어지기도 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른의 진료는 어른 한명에 집중하면 되지만 아이들 진료는 부모까지 같이 교육하고 인식을 바꾸는 작업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그래서 3-4배는 더 힘든 작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이 시기에 의료진의 개입이 너무도 중요한 시기임을 절절히 느끼고 있고 그렇다보니 저를 찾아오는 한명의 아이라도 헛투루 진료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평생 쓸 얼굴, 평생 쓸 치아, 평생 쓸 척추가 이 기간에 만들어지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치료하는 것이 제가 꼭 해야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신정민/
바른 얼굴을 찾아 건강을 드리는 얼핏한의원에서 진료하고 있습니다. 저는 구조불균형에 관심이 많은 한의사이며 비수술적인 방법으로 성장기 얼굴 교정, 안면비대칭 교정, 턱관절 치료, 거북목, 일자목 교정, 치료가 안되는 만성 통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