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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Apr 19. 2019

#_남부럽지 않다

타인의 욕망에서 자유로운 삶을 사는 법


자크 라캉은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말했다.

인간은 원래 타인의 욕망을 내재화하여 자신의 욕망으로 착각하게 마련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어릴 때 엄마, 아빠가 기뻐하는 일이 곧 내가 기뻐하는 일이었다. 조금 커서는 친구들에게 인정받을 때 세상 뿌듯했던 경험을 한다. 내가 스스로 무엇을 진정 원하는지를 찾기 전에 인간은 타인의 인정과 욕망을 먼저 배우게 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런 타인의 기준에서 우리 속에 부러움이라는 감정이 태어난다.


부러워하는 마음 깊숙한 곳에는 ‘나는 저렇게 할 수 없는데 저 사람은 그걸 하는구나’라는 비교심리가 깔려있다. 부럽다는 마음 자체가 비교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기만의 결핍이 있고, 그 결핍을 채우고자 하는 욕망이 있게 마련이다. 부러움이란 그런 측면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 중 하나다.

나는 돈이 없는데 돈이 많은 사람을 보면 부러운 것은 내가 가진 결핍이 그에게 없기 때문이다. 나는 싱글인데, 친구가 멋진 사람과 연애를 하고 있다면 부러울 수밖에 없다.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그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순간에게 그 한 가지만 보이기 때문에 나는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것 같고, 그걸 가진 사람은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보이기는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결핍이 있는 것처럼 타인에게도 저마다의 결핍이 있다. 완벽한 인간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다만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이가 내 눈에는 완벽하게 보일 뿐이다. 결국 어떤 사람이라도 반드시 자기만의 결핍이 있고, 무언가 타인에게 부러워하는 점이 있게 마련인 것이다.


이렇듯 부럽다는 느낌 자체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다.

빌 게이츠가 말했듯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다. 불공평한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딱 2가지만 파악하면 된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내가 바꿀 수 없는 것.


이미 내가 가진 것 중에 바꿀 수 없는 게 있다. 국적이나 성별, 부모와 고향 등 대체로 유년시절의 경험들은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그건 환경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반대로 내 선택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있다. 예컨대 타고난 외모는 바꾸기 어렵지만, 메이크업은 노력으로 잘할 수 있다. 패션은 나만의 개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예전과 달리 요즘엔 인기 있는 연예인들 중에 의외로 평범한 외모를 가진 사람이 많다. 그들의 공통적인 매력은 자신감이다. 자신이 스스로 부족한 것에 집중하면 타인에게도 부족한 것만 보이게 마련이고,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것에 집중하면 타인의 눈에도 멋진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내가 영어를 잘 못한다면, 그건 내가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다. 살아오면서 영어보다 더 좋은 다른 것(드라마, 게임 등)을 선택한 결과일 뿐이다. 내가 뚱뚱하다면 그건 내 체질이 이상해서가 아니다. 그저 날씬해지는 식단보다는 치킨과 맥주를 즐기는 것을 선택한 결과일 뿐이다. 이건 하나의 예일 뿐이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고, 지금의 내 모습은 내가 선택한 결과일 뿐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아주 간단하다. 그런데 왜 내가 스스로 선택한 결과인데 만족하지 못하는 걸까?


그 이유는 내 삶에 나의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내 기준이 없으니 내 마음대로 한 선택의 결과를 타인의 기준에서 해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 삶에 나만의 기준이 자리 잡고 나면, 부러워하지 않게 된다. 나는 내 삶의 기준에 따라 더 중요한 것을 선택했고, 지금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같은 선택을 했을 테니 후회하지 않을 거니까. 물론 살다보면 후회되는 일도 많다. 하지만 어쩌겠나. 어차피 돌아갈 수 없다면 후회해봐야 소용없는 것을. 오히려 후회하느라 허비한 시간만큼 아까운 시간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수와 실패조차 내 기준에 따른 정당한 시도와 도전이었다면 그건 좋은 일이다. 다만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할 뿐.


살아가면서 깨닫게 되는 가장 큰 문제는 나의 기준이 없는 삶이다. 그런 삶은 타인의 기준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부러워하게 된다. 무언가 가지려고 애쓰겠지만, 정작 가져도 만족하지 못한다. 애당초 내 기준에서 바랐던 욕망이 아니니까.


나는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부러워하면서도 정작 내가 진정 무엇을 바라는지 고민하는 데는 많은 시간을 쓰지 못했다. 그것이 참 아쉽다. 그리고 더 두려운 것은 자기기준대로 살지 못한 시간은 반드시 누군가의 기준에 따라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단 하루라도 남부럽지 않은 시간을 보내보는 것. 어쩌면 그 날이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첫 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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