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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Jul 31. 2019

#_해석과 판단

해석은 자유지만, 판단은 위험하다

오후에 친한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우연히 본인이 최근에 오해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다소 도도한 외모의 소유자였고, 직설적인 성격 탓에 주변에서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는 것 같았다. 그의 고민은 사람들이 사실을 알려고 하지 않고, 뜬소문에만 현혹된다는 것이다. 참 어려운 문제였다. 전화를 끊고서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사람은 누구나 매순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를 총동원해 현실을 해석하고, 그 해석을 바탕으로 지금 할 말과 행동을 선택한다.

사실 사람들은 자신이 무언가 이해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모든 이해는 실제로는 오해일 수밖에 없다. 내가 타인이 아닌 이상 타인의 어떤 일부분만 보고 전체를 단정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걸러내는 관계필터를 하나씩 갖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그 필터의 경험치가 높을수록 사람들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는 점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은 완벽한 진실이다.

사람은 경험치가 많다고 다 알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저마다 다른 상황, 다른 성장환경, 다른 상식, 다른 관계 속에 놓여있다. 비슷한 사람들은 많을지 모르겠지만, 똑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나도 모르게 내가 가지고 있는 아주 적은 정보와 그 정보에 힘을 실어줄 얕은 타인의 정보만 가지고도 그를 해석하고 판단해 버린다.

어차피 모든 이해는 오해이므로 해석은 개개인의 자유다. 문제는 판단이다. 나는 사람을 판단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해석은 자유지만, 판단은 금물이다.


그 어떤 사람도 내 생각보다 크다. 

그 어떤 상황도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하여 관계의 단절은 대체로 이런 섣부른 판단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을 판단하는 순간, 그에게서 나오는 모든 정보는 내 판단을 입증하는 형태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모든 사람들에겐 저마다 다른 입장과 상황이 있음을 이해하기 위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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