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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Aug 19. 2024

#_아주 작은 자극이 불러온 나비효과

뇌는 점진적 변화에는 '적응'하지만, 급진적 변화에는 '저항'한다.

요즘 운동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평생 운동과 별로 친하게 지내지 못했는데요. 이제는 좀 친해져 보려 합니다.


그렇게 마음먹고, 정말 오랜만에 운동을 시작하고 PT를 받았는데...

하는 동안에도 힘들었지만, 운동 후에 이틀 동안이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게다가 두통까지 심해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있었습니다.


아.....

문득 돌아보니 저의 운동경험은 다 이런 식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제 무의식 속에 속삭임이 들려오는 듯했습니다.

힘들고, 아프고, 두려운 마음까지 숨어 있는 것을 발견해 봅니다.

뭔가 잘못된 것이죠.


제가 독서를 가르칠 때 늘 재미있고 끌리는 책부터 읽으라고 말하는 것처럼 재미있게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다음 주 수업 때 트레이너쌤에게 말했습니다.


"저 최대한 재미있게 운동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저는 운동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트레이너쌤도 예상보다 더 크게 무리가 온 것 같다며 이제 쉬운 난이도부터 천천히 진행해 보겠다고 하셨습니다. 그 이후 3번의 수업을 더 진행했습니다. 강도를 낮춰서인지 크게 힘들거나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또 난이도가 낮으니 '이거 운동 제대로 한 거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사람마음이 참 간사하죠?

힘들면 힘들어서 아닌 것 같고, 안 힘들면 안 힘들어서 아닌 것 같다니...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런 제 마음속 잘못된 세팅값이 저를 운동과 친하지 못하게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아주 천천히, 하지만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우선은 트레이너쌤과 운동을 하면서 강도는 낮추지만, 정확하게 자극이 들어가는 근육의 위치를 잡고, 몸으로 그걸 느끼는 과정부터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건 좀 재미있습니다.


독서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무언가 '잘'하게 된다는 것은 그것에 대해 더 '디테일'한 감각을 가지게 된다는 뜻입니다.

운동도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이제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근육의 움직임을 느껴보고, 자세를 교정하면서 처음 경험해 보는 부위의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게 신기하면서도 조금 재미있더라고요.

이런 식의 재미를 조금씩 확장해 나가다 보면 이전에 알지 못했던 제 몸에 대한 보다 디테일한 감각을 알게 될 테고, 내 몸을 알아가는 것 역시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는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생각해 보면 PT 받는 시간 동안 3가지 운동 정도를 3세트씩 하는데, 쉬는 시간이나 설명하는 시간등을 제외하고 실제 움직이는 시간은 10분남짓밖에 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그 10분의 경험이 우리 뇌에 각인되고, 이제까지 안 쓰던 근육이었는데, 이제 필요하니까 활성화시킬 테고, 이제까지는 사용하지 않아서 몰랐지만 조금 더 무거운 무게도 감당할 수 있도록 최적화하게 될 겁니다. 고작 10분 때문에 말이죠.


결국 우리 뇌는 이런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는 걸 확인합니다.


점진적 변화에는 '적응'하고,
급진적 변화에는 '저항'한다.


나의 모든 습관은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적응'한 결과이고, 내가 여전히 습관으로 만들지 못한 것은 급진적 변화로 인해 저항해서 실패한 게 아닐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가진 좋은 습관은 대체로 좋은 거라고 믿고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다가 뇌의 저항을 마주합니다. 반대로 나쁜 습관은 '한 번쯤은 괜찮겠지'라며 조심스럽고 점진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오히려 뇌가 적응해 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운동이나 다이어트, 독서 등이 힘든 이유(저항)이자, 스마트폰이나 음주습관 등이 소리 없이 습관화된 경우(적응)가 그렇다고 볼 수 있겠죠.


결국 작은 자극이 출발점입니다.

오늘도 운동을 하고 왔는데요. 겉으로 봐서는 전혀 대단할 것 없는 아주 쉬운 동작들이었지만, 정확한 자세로 몇 세트를 반복하니 근육에서 느껴지는 피로감이 상당합니다. 이렇게 서서히 스며들다 보면 몸이 적응해 주리라 믿습니다. 오늘은 평소에 안 하던 유산소운동도 가볍게 인터벌로 15분 더 하고 왔습니다.

저의 요즘 운동 전략은 '열심히'하는 게 아니라 조금 '아쉽다'는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겁니다.

그런 약간의 아쉬움이 다음 운동을 더 쉽게 하도록 부추기는 작은 동기가 된다고 느끼기 때문이죠.

다음 운동 가는 시간이 매일 기다려지게 만들 수만 있다면, 운동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이점들을 자연스럽게 확장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암튼 이제 시작이니 종종 글로 남겨 보겠습니다.)


또 어떤 작은 시작으로 좋은 습관을 늘려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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