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지평선을 넘기 전에 블랙홀에서 빠져나오기
불과 6개월 만에 지구의 평균 온도가 60도까지 상승하고 거대한 사막으로 변모하여 식물은 거의 사라지고,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60%대로 감소하게 된다고 합니다. 1년이 지나면 대기밀도가 매우 높아지고, 평균온도는 100도를 넘게 되면서 생명체 존재 가능성은 10%대로 줄어들다가 시간이 더 흐르면 블랙홀이 지구를 집어삼키게 되고, 지구가 있던 자리는 블랙홀이 대신 차지하게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영상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론 아주 작은 습관 하나, 아주 작은 결핍 하나 혹은 아주 작은 결정 하나가 점점 거대해지면서 그 주변을 황폐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
무엇이 되었든 시작은 늘 작게 출발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점점 성장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합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작은 구멍들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구멍은 밀도가 높지 않아 그때그때 막아줘도 충분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주 간혹 처음에는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작은 것이었지만, 너무 밀도가 높아 나도 모르게 그 구멍에 빨려 들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음의 블랙홀일 겁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많은 것이 비유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숏폼 영상의 블랙홀, 우울감의 블랙홀, 과대망상의 블랙홀, 아픔과 상처의 블랙홀, 식탐의 블랙홀 등 수많은 블랙홀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지난 일주일을 휩쓴 비상계엄의 블랙홀까지.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 속에서 저는 계속되는 분노감을 삭히며 지내고 있습니다.
수많은 우리의 조상들과 선배들이 일구어놓은 민주주의와 국격이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구나 하고 말이죠. 평소에는 뉴스를 잘 보지도 않는데, 일주일 동안 몇 년 치 뉴스를 다 본 느낌입니다.
이제는 블랙홀에서 빠져나올 때입니다.
우리 각 개인의 삶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저마다의 블랙홀을 가지고 있고, 그곳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는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선 것처럼 자신이 블랙홀 속에 있다는 사실조차 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내 주위에 수많은 중력이 존재하고, 때론 다양한 블랙홀을 만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건의 지평선에 도달하기 전에 그 블랙홀에서 빠져나와야 합니다. 물론 진짜 블랙홀에서는 빠져나올 수 없겠지만, 비유적으로 설명한 우리 삶의 여러 문제들에서는 얼마든지 빠져나올 수 있을 테니까요.
부디 우리가 함께 겪고 있는 이 문제들도 어서 블랙홀에서 빠져나올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