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드러난 하나님 나라』 - 톰 라이트
한 줄 평: 천국을 오해했다.
천국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죽고 나서 영혼이 가게 될 어떤 곳? 그곳에는 하나님도 계시고 모세, 다윗, 바울 등 성경 인물이 있는 곳인가? 그리고 그곳에 가는 것이 기독교의 궁극적인 희망인가? 만약 이 생각이 맞는다고 생각한다면 천국을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기독교인은 이런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의 대화 내용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삶이 힘들 때 '아 빨리 천국 가고 싶다...'라는 말을 하거나, 누군가 죽었을 때, '그분은 천국에 가셨습니다. 나중에 천국에서 꼭 만나게 될 겁니다'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다. 또 '지금 당장 죽어도 천국 갈 자신 있어?'라고 물어보기도 한다. 구원의 확신을 점검한다는 의미로 말이다. 기독교인들이 흔히 잘못 생각하는 것이 있는데, 천국이 지구 밖 어딘가에 있는 장소이며, 죽은 그리스도인들 중 일부가 이미 도착해 있는 장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뭐야 그럼 천국이 없다는 거야?' 이런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천국이 없냐고 물어본다면 단호하게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천국은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죽고 나서 영혼이 가게 되는 천국'을 생각하며 천국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그 역시 단호하게 '모른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왜냐하면 성경에는 죽고 나서 어떻게 될지 말하는 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즉 '사후 천국행'에 대해서 말하는 바가 많지 않다.
톰 라이트가 이 책 서문에서 문제 제기를 한 것처럼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기독교의 궁극적인 희망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 톰 라이트는 초기 그리스도인들 즉, 신약 성경이 말하는 기독교의 궁극적인 희망을 오늘날의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기보다는, 전혀 들어본 바가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고 한다. 이 말에 공감한다. 왜냐하면 모태신앙으로 30년 넘게 교회 생활을 해 온 나조차도 기독교의 궁극적인 희망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알게 된 것은 근 1~2년밖에 되지 않았다. 톰 라이트의 다른 책인 『이것이 복음이다』라는 책이 없었다면, 아마 아직까지도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드러난 하나님 나라』를 읽으면서 기독교의 궁극적인 희망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믿음을 견고히 할 수 있었다. 물론 성경 읽기도 동행하면서 말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천국이란 무엇인가? 천국에 대한 개념을 이야기하려면 부활을 이야기해야 한다. 기독교인들은 육체의 부활을 믿는다고 고백한다. 사도신경을 통해 '몸이 다시 사는 것'을 믿는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도신경의 이 고백을 천국과 연결해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기독교인들은 '부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그 단어를 톰 라이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죽음 이후의 삶' 혹은 '사후 천국행'의 동의어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
기독교의 궁극적인 희망인 천국(하나님 나라)은 우리가 죽고 나서 가게 될 곳이 아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성경에는 죽고 나서 어떻게 될지 말하는 바가 거의 없다. 즉 '사후 천국행'에 대해서 말하는 바가 많지 않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신약성경에 '천국'이라는 단어가 나오기만 하면 그것을 구원받은 사람이 죽은 후에 가게 될 장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경을 잘 읽어보자. 천국, 즉 하나님 나라는 사후의 운명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이 세상에서 벗어나 다른 세상으로 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기독교의 궁극적인 희망은 예수님이 재림하실 때 이 땅에서 이루어질 천국(하나님 나라)이다.
천국을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복음의 핵심이다. 복음이 무엇인가? 복음을 표현하는 문장 두 개를 써 보겠다.
1. '하나님이신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우리 죄를 대신해서 죽으셨고, 3일 만에 부활하셨다. 그것을 믿으면 우리는 천국에 갈 수 있다.'
2. '하나님이 이 세상에 왕이시다. 악으로 망가지고 부패한 이 세상을 하나님께서 회복시키길 것이다. 그것에 대한 증거로 하나님이신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우리 죄를 대신해서 죽으시고 3일 만에 부활하셨다. 예수님께서 다시 오실 때 우리도 부활할 것이다.'
둘 중에 뭐가 더 익숙한가? 당연히 1번일 것이다. 1번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사후 천국행을 담고 있기 때문에 잘못됐다. 2번이 성경에서 말하는 복음을 조금 더 완전하게 표현한 문장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충격을 받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여태까지 본인이 알고 있던 또 말해왔던 복음의 문장이 잘못됐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경을 잘 읽고 따져보길 바란다.
예수님이 죽으시고 부활하신 것이 기독교 복음의 핵심이다. 그런데 우리가 얻게 될 구원을 '사후 천국행'으로 보는 것은 천국을 오해하는 것이다. 바울이 이야기한 것처럼 예수님의 부활은 첫 열매다. 그리고 예수님 재림 때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들에게도 부활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고린도전서 15장을 천천히 읽어보길 바란다. 즉, 복음은 '사후 천국행'을 말하고 있지 않다. 복음은 '이 땅에서 이루어질 하나님 나라'를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천국을 오해하면 우리의 삶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사후 천국행'은 기독교인이 이 세상을 바라보는 데 영향을 미친다. '사후 천국행'은 플라톤주의의 잔재로 육체를 비롯한 창조 질서를 헛된 것으로 비하한다. '사후 천국행'은 하나님께서 이 땅을 버려두고 믿는 사람들을 구출해서 '천국'으로 인도하신다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현재의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어진다. 더불어서 죽음을 좋은 것으로 보게 된다. 왜냐하면 죽으면 천국에 갈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성경에서 죽음은 악한 것이고 정복되어야 할 것으로 표현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후 천국행'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죽음을 좋은 것으로 보게 될 것이다. 죽음을 천국으로 가는 관문쯤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빨리 죽어서 천국이나 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걸 교회에서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내가 이 리뷰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이 책 1부에는 또 다른 흥미로운 주제도 담겨 있다. 예수님의 부활을 일어날 수 없는 일로 치부하고 믿지 않는 것과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 것 사이의 논리적 타당함을 비교하고 있다. 믿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믿는 것이 논리적으로 더욱 타당하다고 느껴진다. 혹시 믿지 않는 사람이 이 책을 읽게 된다면 그 사람과 생각을 나누고 싶다. 혹시 기독교인이 아닌 분이 이 글을 읽는다면 댓글을 달아주시면 좋겠다. 책을 선물해드리겠다. 하지만,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이 내 글을 읽을 가능성은 0에 가깝기 때문에 쓸데없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