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고모의 집에 방문한 쇼
일본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2007)의 오프닝은 도쿄에서 백수로 지내던 쇼가 아버지로부터 고모의 유품을 정리해 달라는 연락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친족이 독신으로 지낸 경우라면 으레 있을 법한 일인데, 그런데도 쇼는 크게 당황한다. 그도 그럴 것이 쇼는 고모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생전 그 존재를 알지도 못했던 고모의 집에 방문한 쇼는 두 번째 충격을 받는다. 다 쓰러져가는 연립 목조 아파트에 전형적인 히키코모리의 생활이 엿보이는 쓰레기 산 같은 단칸방. 어딘가 상태가 이상해보이는 이웃들이 사는 그곳에서조차 '혐오스런 마츠코'로 불린 고모의 마지막 거처를 살펴보면서, 쇼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의 아버지는 고모가 시시한 인생을 살다 갔다고 했지만 고모의 거처에서 마주친 형사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고모가 원래 중학교 교사였으며 밝고 인기도 많은 사람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마츠코는 집 근처의 풀밭에서 살해된 채 발견 됐는데, 쇼는 괴팍하게 생겼지만 순수한 옆집 남자, 그리고 고모가 마지막까지 손에 쥐고 있던 명함의 주인이자 고모의 절친한 친구였다는 메구미를 만나게 되면서 서서히 고모의 인생에 대해서 알게 된다.
일이 꼬이기 전의 젊은 마츠코
마츠코는 흠잡을 데 없는 인생을 살았지만, 어느 날 불량 제자의 도둑질을 감싸려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가 인생이 꼬여버리게 된다. 제자 대신 자신이 도둑질을 한 것으로 거짓 자백하고, 가게 주인에게 변상을 하는 과정에서 잠깐 동료 교사의 돈을 훔친 것까지 나중에 들통나는 바람에 더 이상 선생님이라는 직장을 유지하지 못한 채 도망치듯 사직서를 내고 집에서 가출해 버린다.
오갈 데도 없고 마땅히 직업 교육을 받은 적도 없는 마츠코는 버려진 여자라는 낙인으로 온갖 남자들에게 이용당하고 다시 버려지는 처지에 놓인다. 폭력과 갈취를 일삼는 성격파탄자, 젠틀하지만 알고 보니 가정이 있었던 위선자, 사랑을 고백했지만 마츠코가 난처한 상황에 처하자 등을 돌린 배신자 등 잇따라 나쁜 남자를 거치는 동안 마츠코의 인생은 더 깊은 수렁에 빠진다.
마츠코가 아무리 난처한 상황에 처했고 도망칠 수밖에 없는 인생이라지만 왜 자꾸 그런 나쁜 선택만을 하게 됐을까. 사실 그녀에게는 한 가지 결핍이 존재했다. 희귀 질환을 앓은 그녀의 여동생 때문에 부모님의 관심은 언제나 여동생에게 쏠렸고, 마츠코는 항상 아버지의 인정과 사랑을 갈구했던 것이다.
폭력과 살인, 매춘과 착취, 감옥과 단칸방, 인생에서 단 하나라도 넣고 싶지 않을 키워드를 인생에 가득 채워놓은 마츠코의 삶은 단지 사랑받고 싶다는 갈망과 사랑받을 자격을 박탈하려는 세계와의 싸움의 연속이었다. 외로움이 싫어서, 버려지는 게 싫어서, 고난과 시련 앞에서도 선택한 나쁜 남자들이 별안간 죽어나갈 때도 마츠코는 "어째서?"라고 절규하곤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라며 삶을 포기하고 다시 붙잡기를 반복하지만 결국 그녀는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단 한 가지를 끝내 얻지 못한다.
진짜 사랑을 놓치고 가짜 사랑으로 허기를 채울 때마다 진실의 코앞에서 언젠간 잔혹하게 폭발해 버리는 거짓말의 달콤함처럼, 그녀에겐 거짓 관계의 폭로만이 지속될 뿐이었다. 종래엔 '혐오스런 마츠코'라는 수식어가 붙는 허망한 그녀의 최후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을 그녀의 삶은 결핍-거짓-파멸의 무한궤도 그 자체로 점철된다.
'마스크걸'로 분장하고 있는 김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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