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없는 사람들을 위한 짧은 응답
Q. 이 영화 재밌어요?
A. 3시간이 지루하지는 않다. 아쉬운 면이 많지만 돈이 아깝지는 않음.
<아바타 : 불과 재>(2025)는 태풍을 만나 항로를 잃은 배가 혼신의 힘을 다해 키를 돌린 결과물처럼 보였다. 전작 <아바타 : 물의 길>(2022)에서 들이닥친 두 눈 뜨고 보기 힘들었던 황당한 신파극과 부성애, '위대한 토루크 막토' 제이크 설리의 난데없는 육아일지를 벗어나 제법 '대작 영화'의 구색을 갖춘 모양새다. 그렇다고 해서 내러티브가 아주 매끄러워졌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인간 vs 외계인'의 구도를 '세력 vs 세력'으로 확장하며 다층적인 사유의 흐름을 만든다. 에이와에 호의적인 나비족이 있다면 그에 반기를 든 나비족도 있을 것이고, 그들 사이가 좋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제임스 카메론의 의도는 그럴싸하다. 다른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세력전에 비춰봐도 타당하고 외계 문명에 대한 현실적인 사고에 비춰봐도 자연스럽다.
무엇보다, 주인공의 결기가 되살아난 것이 이번 '불과 재'의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싶다. 판도라에 동화되어 같은 종족에게조차 반기를 들었던 제이크 설리의 기개는, <아바타>의 시각적 충격을 넘어 생태에 관한 우리의 막힌 사고를 뚫는 일종의 기폭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에 반해 쿼리치 대령의 습격에 조금의 고민도 없이 부족을 버리고 산호초 부족으로 도망간 주인공의 모습은 <아바타 : 물의 길>에서 가장 이질적인 부분이었지만 <아바타 : 불과 재>에서는 다시 과거의 영광이 재현된다.
쿼리치 대령의 아들이자 나비 부족 사이에서 함께 자란 인간인 스파이더를 서사의 중심에 놓고 새로운 갈등을 유발하는 방식은 여전히 어색하기 짝이 없지만 감내할만한 수준이다. 전편의 망가진 서사를 원상 복구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면 말이다. 그럼에도 설리 부부가 스파이더를 배척하려는 과정 자체는 낯 뜨거운 구석이 있으나 이 역시 대미를 장식하기 위한 한순간의 악취라고 생각한다면 참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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