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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트윤antyoon Jul 25. 2024

나무의 시간, 내촌목공소 남희조 허회태

세상 속 나무를 여행하다

묘하고 신비롭고 신성하고

Words by Jeong-Yoon Lee


100% 만족하는 전시를 보고 왔어요. 요즘 파묘, 신들린 연애, 샤먼 귀신전 같은 방송을 보다 보니 "사주"에 관심이 생겨 온라인으로 쉽게 볼 수 있는 사주풀이를 봤는데, 저는 오행 중 수금토가 균일하게 있고 "목"을 가까이하면 좋다는 결괏값이 나온 거예요. 그래서 집안 가구를 원목으로 바꾸고, 운동도 만보 걷기에서 등산으로 바꿨는데 너무 잘한 일이 된 거죠! 그렇게 나무와 숲에 크나큰 관심이 쏠리고 있는 와중에 나무의 시간이라는 자연이 주는 값진 전시를 보고 왔습니다.


전시를 보기 전 자세한 정보는 찾아보지 않는 편인데, "나무의 시간 전시" 총괄 디렉터이신 최환승 대표님은 2016년 국내 최초 '세계적인 그래피티 작가 7인"의 작품을 미술관에 들여왔던 분이더라고요. 저도 아마 이때 처음으로 그래피티 전시를 접했던 거 같아요. 제 지인이나 가족들도 초대해 함께 즐겼던 기억이 나거든요. 시각적으로나 메시지적으로나 자극적인 강렬함이 빠르게 감정 소비되는 느낌은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그렇게 쉽게 소비되는 전시들에 지쳐, 전시에 권태로움을 느끼던 중 마음의 위로가 되는 전시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예술과 자연환경이라는 실질적인 메시지들이 따뜻하고, 묵직하고, 처연하게 다가왔거든요. 예술이란 그 시대의 문제점을 들춰내고 파괴할 수 있는 메시지의 힘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촌목공소, 남희조, 허회태" 목공소와 예술가의 작품 과정과 실질적인 삶의 울림을 주는 메시지 영상의 조화가 만족도를 높여줬습니다.


규모가 훨씬 전시장에서도 영상은 잘 안 보게 되는데, 집중해서 보게 되더라고요. 영상을 보고 전시공간을 다시 둘러보니 작품 하나하나가 더 의미 있고, 깊이감 있게 전달되더라고요. 집안 가구를 변경할 때 블랙 컬러를 너무나 하고 싶어서 블랙 가구를 들였는데, 일 년이 지나니 페인트가 벗겨져 흠집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내촌목공소의 나무를 불에 태워 블랙으로 만든 가구를 보니 고급스러움은 둘째치고 신성하다는 감정까지 느끼게 되더라고요. 당장 집에 모셔오고 싶었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블랙의 품격 있는 우아함이었습니다.


허회태 작가님의 작품도 굉장한 울림이 있었어요. 영상 마지막 부분에서 “꽃길만 걸으세요”는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가슴에 확 꽂히더라고요. 화선지에 작가님의 철학을 붓으로 적어 하나하나의 작은 개체를 만들고 그것들을 조합해 웅장한 작품으로 탄생되는 과정에 깊은 감명받았습니다. 작품 중에 제 이름의 한자 인 "진실로 윤"작품이 있어서 한없이 바라보다 오기도 했습니다. 작가님이 전시장에 계셔서 말을 걸어보고 싶었지만 다른 분들과 대화 중이라 감히 끼어둘 수가 없겠더라고요.


뉴욕에서 빛나는 동양의 아름다움, 깊은 철학적 울림의 남희조 작가님 작품은 역시나 "녹슨 철판"으로 작업하신 작품들이 너무 좋았습니다. 우연히 녹슨 철판을 보고 본인이 살아온 삶 같았다고 느끼시곤 녹슨 철판을 잘라서 눈 모양을 만드셨다고 해요. 저도 보자마자 어~ 눈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맞았습니다. 작품의 설명을 함께 보시는 걸 적극 추천해요. 인생만큼이나 작품에서도 "연속의 선택" 속에서 진실한 고민의 흔적과 모든 선택의 순간은 순조롭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잘 품고 있어서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좀처럼 잘 보지 않았던 작가님들의 영상 속 이야기를 듣고 작품을 보니 내가 놓칠 수 있었던 부분까지 빠짐없이 챙겨 나올 수 있어서 만족감이 더 깊어졌던 거 같습니다. 요즘같이 각박한 사건사고 속에서 삶과 자연만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예술가와 목공소를 만나니 치유되는 기분까지 들었어요. 빠르고 쉽게 소비되는 광고 콘텐츠에서 벗어나 자연에 솔직한 태도를 배울 수 있는 "나무의 시간" 전시 꼭 시간 내서 보고 오시길 바랄게요.


【나무의 시간(TIME OF THE TREES) 내촌목공소 남희조 허회태】

° 전시기간 : 2024.07.03 ~ 2024.09.29

° 전시장소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 관람시간 : 10:00 - 19:00 (입장마감 18시 10분)

° 휴무일 : 매주 월요일 휴관

° 입장료 : 성인 20,000원 / 청소년 15,000원 / 어린이 12,000원





Credit

글. 이정윤

사진.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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