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
2025년 17번째 읽기록
Words by Jeong-Yoon Lee
최근 이 책을 알게 된 분들이라면, 아마도 유시민 작가님의 추천서로 읽게 되신 분들이 많을 거예요. 저 역시 그중 한 명입니다. 도서관에 가서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이야기 책을 대출하려고 했는데, 이미 누군가 같은 생각을 했는지 대출 중이더라고요. 그래서, 오펜하이머 평전으로 알게 된 사이언스북스 출판사의 클래식 파인만 책을 과감하게 빌려왔지만… 여름은 독서에 집중할 수 없는 계절인가 봐요? 저만 그런가요? 자꾸 마음이 딴 곳을 향해 도저히 진도가 안 나가서 50페이지 정도 읽고 반납하게 되었습니다.
반납하러 간 김에 다시 검색해 보니,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이야기 책을 대출할 수 있다기에 냉큼 빌려왔습니다. 반납일을 연장하고도 3일 전에서야 읽기 시작했는데, 물리 입문서를 찾는 분들에겐 꽤 흥미롭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더라고요.
저는 책 속에서 저를 끌어들이는 주제를 발견하면 훅~ 하고 빠지는데, 이번에도 바로 찾게 되었어요. 바로 ‘이해’라는 부분이었습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어떻게 알았는지, 제가 파인만 책을 읽고 있는 동안 리처드 파인만 관련 영상들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그중 하나를 클릭했는데, 질문자의 질문을 듣고 파인만이 “당신은 지금 이 질문의 답을 들을 수준이 아니다”라는 말을 굉장히 친절하게 설명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는 또 저만의 ‘이해’를 물리에서 인간으로 가져오게 되더라고요. 예전에 코스모스의 우주이야기도 인간이야기로 해석했거든요. “우주를 제대로 알려면 영겹의 시간에 일어났던 모든 것을 세세하게 알아야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라는 글을 보고, 사람들을 만나 코스모스 이야기가 나오면 가장 인상 깊었던 이 문장을 꼭 말합니다. 인간도 그렇지 않나요? 내가 누군가를 제대로 알려면, 그 사람의 모든 시간을 알아야 안다고 할 수 있잖아요. 나를 100%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는 것도 다들 알죠. 하지만 과학지식은 제대로 이해하고 쉽게 설명할 정도의 수준이 된다면 그게 진정한 ‘이해’가 아닐까 싶습니다.
책 속에서 ‘무언가를 이해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 부분에서 체스 게임에 비유해 설명하는데, 한 페이지 전체를 머릿속에 복사 붙여 넣기하고 싶을 정도로 감탄하게 되었어요. 무언가를 이해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제대로 이해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순차적으로 파고들며 근본부터 물질, 자연 현상, 공통점을 낱낱이 분해해 살펴보다 보면, 그 노력 속에서 이해가 한층 깊어지는 거겠죠.
올해 두 번째로 읽은 물질의 세계에서도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내가 이런 류의 책을 진작 읽었더라면 세상을 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리를 공부한다고 사는 게 뭐가 달라지겠어?”라고 할 수도 있지만, 5초만 봐도 충분히 감상이 가능한 시각적 아름다움 뒤에 숨은, 꽃이 가진 근본적인 아름다움을 훨씬 더 많이 볼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꽃 속의 세포, 내부 구조, 꽃이 색을 띠도록 진화한 이유 등을 알게 되면, 세상이 얼마나 더 풍요롭고 흥미롭고 즐거운 놀이터가 될까요? 과학 지식을 이해한다는 건, 남들이 보지 못하는 흥미로운 질문 뒤의 신비로움과 경이로움까지, 세상을 보는 감상에 큰 도움이 되니까요.
【문장수집】
무언가를 ‘이해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이 우주의 진행 방식을 하나의 체스게임에 비유해 보자, 그렇다면 이 체스게임의 규칙은 신이 정한 것이며, 우리는 게임을 관람하는 관객에 불과하다. 그것도 규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구경할 수밖에 없는 딱한 관객인 것이다. 우리에게 허락된 것은 오로지 게임을 '지켜보는 것뿐이다. 물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지켜본다면 몇 가지 규칙 정도는 알아낼 수도 있다. 체스게임이 성립되기 위해 반드시 요구되는 기본 규칙들 - 이것이 바로 기초 물리학이다. 그런데 체스에 사용되는 말의 움직임이 워낙 복잡한 데다가 인간의 지성은 명백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모든 규칙을 다 알고 있다 해도 특정한 움직임이 왜 행해졌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체스게임의 규칙은 비교적 쉽게 배울 수 있지만, 매 순간마다 말이 갈 수 있는 최선의 길을 찾아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계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난이도가 훨씬 높은 것뿐이다.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면 그 복잡하고 어려운 규칙들을 모두 알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규칙의 일부만이 알려져 있다. 규칙을 모두 알아내는 것도 문제지만, 알아낸 규칙으로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이 극히 한정되어 있다는 것도 커다란 장애이다.
P.71
규칙을 모두 이해한다면 그것은 곧 이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이해의 참뜻'이다.
P.72
Credit
글. 이정윤
사진. 이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