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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충만 Jul 17. 2019


어느 날 당신의 눈이 이상하다면

망막박리

망막박리




건강에 대한 감사함 그리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 등을 더 절실하게 느끼고 깨달은 건 아마도 내 왼쪽 눈 때문 일수도 있을 것이다. 예전만큼 축구를 정말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축구를 보고 싶어서 스페인 마드리드에 가보는 것이 버킷리스트일 정도로 중고등학생 때는 축구를 굉장히 좋아했다. 학교 점심시간 때 빨리 점심시간에 식사를 하고 운동장으로 뛰어나와 축구를 즐기거나 학교수업이 끝나고 학원에 가지 않아도 될 때 또는 주말에는 동네 석촌초등학교에 대훈이 병관이 희진이 보람이 수홍이 관훈이 그리고 형동생들과 축구를 즐기곤 했다.


평소 내성적이고 얌전한 성격이고 말 수 많지 않은 나는 축구를 할 때면 꽤나 성난 황소처럼 변했다. 평소 성격대로 따라가는지 나는 공격적인 포지션보다는 왼쪽 수비수를 선호했다. 키가 크지는 않아 세트피스 상황이나 공중볼 경합으로 볼을 따내진 못하지만 자리를 잡고 예상하고 길목을 차단하거나 움직임을 예상하고 그에 맞춰 공의 흐름을 막는 것이 재미있었다.


체력이 많이 뛰어나진 않지만 최선을 다해 뛰려는 자세로 수비할때는 거머리처럼 공격수들을 쫓아다니며 그라운드 이곳 저곳을 정말 열심히 뛰어다녔다. 하루는 대훈이와 함께 동네 초등학교에서 일요일 오후 축구를 하고 6시쯤 해가 질 때 쯤 동네 사우나에서 샤워를 했다. 가끔 친한 친구인 대훈이와 함께 축구를 함께하고 사우나에 가곤 했다. 


대훈이는 나에게 축구를 좀 더 본격적으로 인도한 친구다. 중학교를 다닐 때 창 던지기 선수도 하고 체력도 좋고 달리기도 워낙 빨라 윙포워드로 뛰는데 꽤나 잘해서 대훈이의 스피드를 따라갈 사람이 별로 없었다. 중학교 1학년 때도 8반 고등학교 1학년때도 8반으로 중 고등학교 때 절친하게 지냈는데 중학교 1학년 때 친해져서 이 친구랑 축구를하다가 함께 축구화를 사러 코엑스의 한 스포츠전문점을 방문하게 됐다. 당시 유명 축구선수 베컴이 신고 선전하는 축구화의 보급형을 우리는 함께 구입했고 그 이후로도 자주 공을 차곤 했다. 이 날 구입하게 된 축구화가 근 10몇 년 동안 내게 있어 가장 비싼 가격이어서 한동안 가장 귀중한 물품으로 내 곁에 있었다.


이 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축구가 끝나고 둘이서 사우나를 가고 사우나가 끝나고 탕을 나와서 락커로 가는데 뭔가 눈이 이상했다. 내 왼쪽 눈이 이상하게 보였다. 눈을 껌뻑껌뻑 다시 감고 또 떠도 뭔가 이상했다. 오른쪽 눈은 그대로인데 왜 왼쪽 눈은 이상하게 보이는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목욕탕 탕 물이 이상한건가 약품 때문에 그런건지 별에 별 생각을 다 하다가 오늘 축구경기가 생각났다. 


경기 중에 불규칙 바운드가 생겼었고 내가 그걸 헤딩으로 처리하려다가 실수로 머리가 아닌 얼굴로 박아서 공은 내 얼굴을 맞고 내가 쓰고 있던 안경이 벗겨진 사건이 있었다. 그나마 눈이 이상해진 이유를 찾다보니 그런 사건이 있었는데 그렇다고 눈이 이상하게 보일 정도로 공이 내 얼굴을 강하게 맞은 것도 아니었다. 굳이 지금 내 눈이 제대로 안 보이는데 눈을 씻고 꼼꼼하게 찾아보고 떠올려보니 그 일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홀로 공이 살짝 얼굴에 맞은 것 뿐 인데 이거 때문에 눈이 이상하다니 이유 없이 억울했다. 대훈이와 인사하고 집으로 오면서 뭔가 모를 무서움에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이거 잘 못하다가 내 눈이 영영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닐까 그나마 오른쪽 눈은 그대로라 다행인데말이야. 왼쪽 눈이 아예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었고 세상이 세 가지 맛 아이스크림이 섞여있는 듯 회오리처럼 찌그러져보였다. 일단 통증이 있는 것은 아니니 집에서 쉬고 다음 날 안과에 가보기로 마음을 가다듬었다.


다음 날 학교수업이 끝나고 동네 안과에 가서 진료를 받았는데 의사선생님도 바로 증상원인이나 병명을 말씀해주시진 못하셨다. 그저 눈 검사를 하고 안약을 받고 뭐 이거저거 보시더니 별 크게 시원한 답은 내려주시지 못했다. 눈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고 계속 내 왼쪽 눈이 보는 세상은 아주 요지경이었다. 제대로 보였던 사물이 내 왼쪽 눈을 통해서는 다 찌그러지고 휘어져있고 뭔가 태풍이 한바탕 난리를 치고 간 모습이었다. 처음 겪어보는 이 상황에 황당하면서 대체 왜 내 눈은 왜 이런지 그리고 왜 이렇게 됐는지 그저 상상할 따름이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잘 살아왔는지 돌아보고 앞으로는 더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동네안과에 진료를 받으러갔는데 결국 의사선생님이 이유를 찾지 못하셨는지 큰병원에 가보라고 종이를 하나 써주셨고 그 다음 주 나는 근처 큰 병원인 아산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았다. 처음 가 본 대형병원은 의료인과 환자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고 뭔가 뭐르게 괜히 힘이 빠지는 곳이었다. 어머니가 함께 동행해주셨지만 예약부터 진료 표를 뽑고 또 진료를 받기 전 검사하는 과정까지 처음이라 그런지 복잡하고 머리가 아프기만 했다.


그런 절차를 거치고 의사선생님을 만나 꼼꼼하게 진료를 받고 난 후 내 왼쪽 눈이 이렇게 된 이유를 찾았다. 바로 망막박리 때문에 현재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망막박리란 말 그대로 눈 안에 있는 망막이 떨어진 것이다. 사람들에게 나중에 내가 눈이 좋지 않은데 고등학교 때 망막박리 때문이라고 하면 각막이 떨어졌다고 묻는 이들이 꽤나 많다. 물론 나도 내가 이런 사고를 겪지 않았다면 잘 몰라서 그렇게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각막은 눈 앞에 홍채와 동공을 보호하는 눈 앞쪽 막이고 망막은 시신경이 맺히는 안구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신경조직이다. 다행이도 병원에서 원인을 찾았고 수술날짜를 잡아 수술을 하기로 했다. 의사선생님께 축구를 할 때 공을 맞은 이야기를 해드리고 혹시 이 사건 때문에 눈이 이렇게 됐는지 여쭸는데 그건 아니고 자연스럽게 떨어진거라고 말씀해주셨다. 평소 티비나 컴퓨터를 할 때 눈 보호를 위해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화면을 보고 내가 또 늦게까지 불 끄고 공부를 정말 정말 열심히 하던 때도 아닌데 여전히 눈이 왜 그렇게 됐는지 의문이면서 한편으로는 또 한쪽눈만 그렇게돼서 또 많이 아픈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수술날짜를 잡고 한동안 마음이 착잡하기도 했다. 수술시간은 3시부터 시작이었는데 2시30분부터 대기를 하더니 나와보니 7시가 넘었고 대훈이가 병문안을 와있었다. 전신마취를 했기 때문에 전혀 기억이 없는데 3시로 예정됐던 수술이 한 어린아이 수술을 먼저 진행해서 내 수술은 미뤄졌는데 내가 잠들어서 별 탈 없이 수술이 진행됐다고 했다. 수술은 잘 끝마쳤고 나는 한동안 눈에서 나오는 진물을 닦아내고 눈 보호대를 착용하고 학교를 다녔다. 몇 주 후 상태가 나아지고 눈보호대를 사용하지 않아도 됐고 주기적으로 안과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시력은 아주 아주 좋지 않지만 전처럼 사물이 회오리처럼 섞여 보이거나 이상하게 보이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감사하게도 수술이 잘 끝나 수술이 끝나고 15년 동안 별 문제 없이 왼쪽 눈을 사용할 수 있었다. 당시 고등학생 때 이런 사건을 당해 눈을 잃을까 두려우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부모님께 참 죄송했다. 특히 평소 성실하고 절약하고 솔선수범하는 어머니한테 눈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병원비가 드는 게 너무 죄송스러워서 열심히 공부해서 앞으로 갚아나간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부모님께 꽤나 민폐를 끼치는 아들이라 죄송할 따름이다.


아마 산티아고콤포스텔라에 도착하면서 건강한 신체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고 내가 걷으면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사실과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다는데 더 기쁨을 느꼈던 것은 고등학생 때 망막박리 수술로 시력을 잃을 뻔 했다는 두려움에 벗어나 다시 깨끗하게 선명한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었음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아마 이 때 시력을 되찾지 못했더라면 이 아름다운 산티아고순례길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눈이 삐뚤어진 대로 내 마음도 삐뚤어졌을지도 모르겠지 15년이 지난 지금에야 도수가 높은 안경을 쓰면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이 없어 가끔 내가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잊곤 하지만 가끔 수술이 잘 못 돼 시력을 잃었다면 얼마나 불편했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산티아고콤포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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