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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작 Mar 28. 2024

쉽지 않네

경단녀의 밥벌이 이야기 13

브런치 발행을 또 한 주 건너뛰었네...죄송합니다

(누구한테...?).

이제 하늘이 두 쪽 나도 브런치 발행일은 지키자고 다짐했건만 지난 주 목요일에 회사에 큰 일이 터졌다. 아직 수습 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아무튼 그 일이 벌어지고 나서 입맛도 없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다. 밥 한 끼도 제대로 못 먹는 중이다.(그런데 왜 뱃살은 그대로냐...)


이혼할 때의 고통만큼은 아니지만 살면서 겪은 고통 중 세 손가락 안에는 꼽는 것 같다. 네 손가락 정도? 내가 제3자 때문에 이렇게 스트레스 받는 경우는 전 시어머니밖에 없었는데...

ㅎ ㅏ....


업무에 관한 일이다 보니 만약 내 실수가 있거나 잘못으로 인해 사달이 난 거라면 억울하지라도 않겠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소규모 회사에 몇 안 되는 직원이 이번 일 때문에 다들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아무튼 어제 간호조무사 일을 하는 엄마에게 하소연을 했다.

나이 마흔 넘어서 엄마에게 뭘 진지하게 물어본 적은... 어제가 거의 처음인 듯하다.


"엄마는 처음에 일할 때 실수한 적 없어?"

"있지, 왜 없어. 요양병원이다 보니 혈관 찾기가 쉽지 않아서...(중간 생략-엄마가 쓰지 말아달라고 함) 아무튼 그때는 좀 힘들었는데 지금은 다들 잘 지내고 좋아졌어."


나이 50 넘어 병원에 취업했던 엄마 역시 혼도 나고 여러 애로사항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무엇보다 엄마는 그 상황을 자기 잘못이 아님에도 그저 미안하다고 하고 묵묵히 견뎠다는데... 지금 모습과 비슷해서 마음이 짠했다.


난 지금 내가 달리 할 게 없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저 이 상황이 지나가길 묵묵히 견디고 있긴 한데...그러면서 생각해 보았다.


그동안 경력 단절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전에도 8년 정도 직장생활을 경험했는데 회사에 문제가 생겼을 이렇게까지 타격을 입은 적이 없었던 거지?  


그러고 보니 20대 때는 어려서 혼나도 그냥 ㅅㅂ ㅅㅂ 욕하면서 잊었던 것 같고 책임을 운운할 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 30대 때는 아이 키우며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있으니 그저 고민이라 봐야

저녁 메뉴 걱정, 아이 걱정, 가끔 노후 걱정...? 이게 끝이었던 거다. 그러니 얼마나 세상 평화로웠던 시절인가. 그리고 그게 단조롭고, 자기 발전이 없다고 느꼈던 거고.


후회하는 건 아니다. 후회해서도 안 되고.

그저 나이 마흔에 경력직 신입 같은 느낌으로 입사했는데 일 처리가 깔끔하지 못했을 떄

내가 정말 바보인가, 무능력한가 현타가 세게 오면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다시 복직을 했을까...하는 마음이 자꾸 스멀스멀 올라와서, 그게 너무 힘들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 한다. 선택만 있을뿐.

나라는 작가가 내 인생을 써 내려가는 중인데 나이 40, 이제 딱 중간쯤이니 이야기 구조상 고난이 올 때가 된 건가 싶다. (아니, 여태 고난이었는데 도대체 절정은 언제 와!!!)

이 브런치를 통해 멋지게 인생역전하고 주인공이 대박 나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모습을 그려 가고 싶었는데. 

잘 될 수 있겠지...? 어째뜬 이번 일만 얼른 벗어나고 싶은 마음 뿐이다!


#회사생활

#사회생활

#경단녀

#복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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