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글쓰기를 한주씩 이어갈수록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어쩐지 거짓말을 늘어놓는 기분이었다. 사실을 왜곡하진 않았지만,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내 속에서 정리하지 않은 채 주절주절 얕은 문장을 토해냈다. 아무래도 하루 고정 시간 동안 정해진 단락을 쓰자던 나의 다짐이 도리어 압력이 되었던 것 같다. 더욱이 포스팅이나, 디자인이나 수익화 진전이 더디다 보니 글을 쓰면서도 조급함이 밀려오기도 했다. 결국, 나의 한계 + 심리적 부담으로 인해 설익은 표현만이 늘어갔고, 그렇게 과거를 얼기설기 봉합하고 만 것이다.
3월 후반엔 꾸역꾸역 하나의 글을 발행한 후, 도망치듯 도서관으로 향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고 이것저것 끄적거리고 나서야 숨통이 트였지만 글쓰기가 불러일으킨 스트레스는 쉽게 사라질 것 같진 않았다. 문득, 과거가 그리워졌다. 퇴근길 버스에서 일부러 일찍 내려 '오늘은 무얼 쓸까?' 궁리하며 걷던 3년 전. 당시는 블로그에 이렇게 개인 일기만 써도 되나 매일 불안해했는데,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실감한다. 바로 그때가 쓰기에 제대로 몰두했던 시절이었음을. 적어도 그땐 엉켜있던 속을 풀고 있다는 감각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이래서 많은 작가들이 글쓰기는 안정적인 일과 병행하라고 조언한 것이구나. 경제적인 안정감이 없는 상태에서는 지난 과거에 의미를 덧입히는 과정이 생각보다 벅차다는 걸 자주 느꼈던 한 달. 물론, 그렇다고 쓰기를 포기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스트레스 관리 차원에서 4월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어가 볼 생각이다.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 초점을 맞춰 그 주에 배운 내용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24시간이 온전히 내 것일 때 문제는 돈이 아니었다. 어차피 예산을 정해 그 안에서 쓰고 있기 때문에 돈 관리는 의외로 통제가 가능한 영역이었다. 돈보다 제어가 힘든 건 의외로 '기분'. 내 호르몬이 테슬라도 아닌데, 3월은 너무 자주 하락그래프가 나타났다. 이를 원점으로 끌어올리려 여러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그중에서도 뜻밖에 효과가 있었던 건 '빈손으로 카페에 가서 따뜻한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마시기'.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대화 소음 때문에 거의 대부분 테이크아웃만 이용했는데, 의뢰로 이 방법이 효력이 있었다.
폰도 보지 않고 그냥 그 공간에 충실히 머물러 있다 보면 커피가 바닥을 보일 때쯤 기분 그래프가 원점 수준이 되곤 했으니까.
이렇게 기분이 다운될 때마다 기분 전환 방법을 하나씩 터득하게 되는 건 다행이지만, 4월은 온화한 봄처럼 좀 순하게 흘러갔으면.
+덧. 그 외 효과적이었던 것
✔️정오에 햇빛 받으며 걷기
✔️낙서하듯 감정을 마구잡이로 기록하기
✔️일단 오늘 할 일(그나마 가장 쉬운 일) 하나만 완료하기
✔️좋아하는 공간(학교도서관, 서점)으로 향하기
ㆍ생각이 많아질 때 기억할 것, "오늘 하루만 책임지자"
→ [실행] 공유오피스 주 5일, 10시 이전 출근은 잘 지켰고, 개인/외주 포스팅도 누락 없이 진행했음!
ㆍ평일 중 하루는 도서관에서 시간을 누리기
→ [실행] 완료. 막무가내 독서는 역시 충전이 된다.
ㆍ하루 한 단락만 써도 괜찮다고 여기기(이게 제일 어려울 듯?)
→ [실행] 3개의 글 발행. 마지막 주는 감정 컨트롤이 힘들었다. 에세이 쓰기가 쉬워질 순간을 바라는 건 욕심인 것 같다. 일단, 4월은 공부 기록으로 대체할 예정.
ㆍ좋아하는 순간,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정성스럽게 촬영하고 보관하기
→ [실행] 가족과 함께 했던 순간 두 가지를 노션 하이라이트✨ 페이지에 기록했음.
매일 글을 쓰기로 한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고 싶다.
나의 관심사, 배운 것, 작업한 것을 온라인에 꾸준히 기록하는 사람이고 싶다.
불안과 혼란 속에서도 스스로를 독려할 힘을 기르고 싶다.
서툴게 시도하는 자신을 너그럽게 바라보고 싶다.
매 월 충분한 시간을 내서 회고하고 싶다. (이 과정만큼은 느리게 하고 싶어)
걸어서 공유오피스 출퇴근하기 + 시간 기록하기
디자인/포스팅/글쓰기 항목당 이틀씩 할애할 것
외주 작업(네이버 포스팅)은 하루에 모두 끝내놓을 것
미리 포스팅 써 놓고 예약 발행해 두기
처음으로 엄마와 함께 운동 스타트. 빠지지 말자.
포스팅에 활용할 수 있는 tool학습(노션, 피그마) 의심하지 말고 이어서 하기
그 주에 배운 것, 느낀 것을 짧게라도 기록해 놓을 것! (브런치에)
좋아하는 순간,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정성스럽게 촬영하고 보관하기 (노션 '하이라이트✨' 페이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