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영 선생님은 우정은 사랑과 달라서 항구에서 잠시 수화물을 나누고 거리낌없이 바다로 나아간다고 했다.
우리의 항구는 학관 414호였다. 그곳에서 창밖으로 봄여름가을겨울이 지나가는 걸 보며 몇 번의 연극을 준비했다. 나는 그곳에서 잠시 머물렀었다.
이제는 홍대도 너무 멀고 먼 곳이 되었는데 그들이 다시 연극을 올린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고민을 하다가 전철을 오래 타고 그들의 연극을 보았다.
눈물이 날 장면이 아니었는데 커튼콜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걸치고 있는 옷을 하나 하나 벗었다. 여기까지겠지,라는 관객의 기대는 아랑곳 않았다. 당혹스러워하는 관객에게 그 당혹과 부끄러움은 당신의 것이지 내 것이 아니라고 말하듯 무대 위를 신나게 뛰어 다니는 여자애들. 스스로를 대상화하지 않는 몸짓들. 아름다워한 적 있으나 한번도 말한 적 없는 그 장면을 그들은 두려움 없이 무대 위로 이끌어 내고 있었다. 이제 모두 다른 항로를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같은 풍경을 아름다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쩐지 이 친구들과는 헤어질 때 포옹을 하게 된다. 두 팔을 벌리면 이제 우리는 다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는 거야, 말 건네는 것만 같다. 몸과 몸이 포개지고 나면 하나, 둘, 셋 하고도 조금 더. 슬로우비디오처럼 지나가는그 순간을 망망대해에서 스치는 두 척의 배는 알까.
항구에서 만난 배들은 모두 흩어진다. 그러나 어쩌면 항구에서 나눈 수화물로 그 배들은 항해해 나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당신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