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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mer Jan 21. 2018

건축학개론2

건축학개론2

나는 지금 스물 네살인데, 정말 끔찍한 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스무살에 만난 두 사람의 서른 살은 무서웠다.

스무살 때 마냥 모자라고 찌질해보이던 남자애는 서른 살에 약혼자와 결혼해서 미국으로 일하러 가고,

음대다니던 여자애는 피아노 치는 걸로 자존심상해하더니

아나운서 되서 돈 많이 벌겠다고 한 담엔의사랑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위자료 받아내서 강남 사모님 되고.

휴 그 감성, 만은 두근두근 설레고 예쁘고 그랬지만, 

남자한테 이혼하고 혼자 산다는 거 숨기다 들키니까 사색되서

뛰쳐나갈때, 인생 왜이렇게 좇같냐고, 어울리지도 않는 욕설 섞어가며 악쓸때,

두렵고 답답했다. 


내가 서른 살이 되었을 때, 

단 한순간이라도 인생 좇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소리내서 말하고 크게 웃고 울어버리는 대신

언젠가부터 인생 그냥 흘러가는 것 같아

침 꼴딱 삼키고 마는 스물 네살의 나 자신이 두렵고 무서운지도 모르겠다. 

내가 스무살 땐,

서른 살엔 나 모하고 있을까, 를 떠올리며 베시시 웃을 수 있었지만,

벌써 반절이나 흘러버린 지금에 와선내가 서른살 땐 모하고 있을까, 

를 떠올리면 답답하기만 하다.

어딘가 여전히 모자라보이고, 자기 감정 표현도 못하고,

술에 물탄듯 물에 술탄듯, 서른살인데도 에메.. 하기만 한 건축학도 이승민이나,

똑부러져.. 보이고 예쁘고 돈많은, 위자료 잔뜩 뜯어내서 고향으로 내려가버린 한서현이나,

암튼, 두 남녀의 서른 살 둘 다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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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시2012.03.31 00:00 (업로드 2012.03.3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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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내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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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영화를 보고싶지는않다. 감성폭발해버릴까봐 겁난다. 세상에 익숙해지고 찌드는 나를 보게될까봐 무섭다.



왜일까, 어떤 영화나 이야기는 똑같이 마음에 와닿았어도 그 장면이 기억이 나지 않기도 하고 어떤 것은 생각보다 영향을 미친 거같진 않은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 장면이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 게 있다. 건축학개론은 나에게 후자다. 또 당시의 그 매체를 접했을 때 나의 정서가 세월이 흘러도 유지되는 것이 있고, 세월이 흐름에 따라 그 때 인상깊었던 것들이 기억은 나는데 당시 정서가 변화하는 것들이 있다. 이것도 건축한 개론은 나에게 후자다. 


 이십대 언저리에 봤던 건축학개론을 보고, 소주 몇잔 마시고 취해 욕설을 내뱉던 손예진이 연기하는 누군가의 첫사랑의 어른이 된 모습이 무서웠다는 나는, 내가 그 때 무서워했다는 것은 이 기록이 아니었더라면 기억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건축학 개론이란 영화를 떠올리면 마음에 여러해동안 남아있는 것은 햇살이 잘 드는 창이 큰 풍경에 서 있는 한 사람의 슬프고 설레는데 그래도 조금은 단호한 마음같은 것이었다. (마음떠난 자를 떠나 제주에 창이 큰 집을 만들고 어머니랑 같이 사는 그의 인생도 아름답다. )


며칠 전엔 막내동생(스물한두살 정도)과 "나의 소녀시대"란 영화를 봤다. 삼십대 중후반의 여자의 내래이터로이어지는 첫사랑 리마인더 영화인데, 초반에 난 몰랐어, 더 멋있는 커리어우먼이 될 줄 알았는데, 직업도 사랑도 하나도 내 맘대로 되는 게 없어, 하고 울상을 지는 내래이터에 동생이 날 보고 조금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언니도, 언니도 그래? 언니의 지금이 마음에 안 들어?

귀여운 것. ㅎㅎㅎ. 날 걱정해 준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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