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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mer May 14. 2019

생의 한가운데

Mitte Des Lebens, Luise Rinser, 전혜린 역. 

전혜린의 입을 빌린 루이제린저의 생의 한가운데를 읽었다. 


Intro

지난번 한국에서 사왔기 때문에 18년도 2월 말에 가져왔지만 침대 아래에 모셔두었다. 모든 책은 사는 시기와 읽히는 시기가 각각 다르다. 지난번에 읽을 땐 그렇게도 안 읽히더니 근 며칠만에 줄어드는 분량이 아쉬워 손톱을 물어 뜯는 마음으로 읽었다. 슈트트가르트의 스타벅스에서 이미 반을 돌파한 다음 블라블라카 안에서 4시간동안 떠드는 언어를 피해 읽다가 멀미가 나 잠시 접어두고 어느 도시의 아베 플라츠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다시금 읽었다. 친구는 데이타가 없기 때문에 약속 장소로 오는 중에 연락이 언제나 되지 않는다. 이 도시는 나에게도 처음이고 그에게도 도착한지 몇달 안 된 도시라 만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조금은 풀죽은 표정으로 걸어오는 친구에게 말했다. 우리 만나기 너무 힘들다. 300MB를 한달동안 쓰는 내가 할 말은 아닌데, 나도 이번달부터 3GB 요금으로 바꿨기 때문에 친구를 만나자마자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요금제 바꾸지 않을래. 언제나 오만하고 자신만만 모습만 보여줬던 친구가 말했다. 미안.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 남자의 사과를 들을 줄이야 꿈에도 몰랐네.  


이제까지의 밑줄은 아래와 같다. 


- 나는 책을 굉장히 많이 읽었어. 아마 슈타인의 장서의 절반은 읽었을 거야. 그는 내가 읽고 싶어 하는 책을 갖다 주었어. 내가 읽고 싶어 하지 않는 책을 더 자주 갖다 주었으나 나는 그가 갖다 주는 것은 무턱대고 다 읽었어. 이런 방법으로 나는 무섭게 많은 것을 알게 되었어. 마치 귀신이 붙은 것같이 열심히 배웠어. 죽음이 나를 가져가려 하지 않았으니까. 나는 이제 생의 편으로 돌아섰던 거야. 그런데 산다는 건 그 당시의 나에게 있어서는 아는 것, 무섭게 많이 아는 것과 생각하는 것과 모든 것과 파고드는 것이었어.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었어.


-그는 그의 생을 밤이나 낮이나 꽉 채우고 있는 그의 일을 갖고 있었고, 거기다가 그에게 생기를 주는 사랑을 가지고 있었어. 내 생각으로는 행복은 우리가 언제나 생기를 지니는 데에, 언제나 마치 광인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듯 무슨 일에 몰두하고 있는 가운데 있는 것 같아. 


-우리는 이렇게도 될 수 있고 또 전혀 다르게 될 수도 있다는 걸 느끼게 돼. 우리는 변신할 수 있고 자기 자신과 유희할 수 있어. 책을 읽었을 때 우리는 책 속에 있는 이 사람 또는 저 사람과 같다는 걸 알게 돼. 그리고 다른 책을 읽었을 때는 또 다른 모습과 같은 걸 알게 돼. 이렇게 끝없이 계속되곤 해. 사람은 몸을 굽히고 자기 자신 속을 들여다보면 몇백 개의 나를 볼 수가 있는 데 그중의 하나도 참 자기가 아니야. 아마 그 몇백 개를 다 합치면 정말 자기일지도 모르지. 


-그 순간에 나는 내가 나라는 것과 니나보다 그렇게 많은 안정을 갖고 있는 것이 기뻤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니나가 그처럼 몸을 내던지고 있는 생이 니나를 나보다 훨씬 더 잘 돌보아주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여기에 니나가 수면부족으로 창백한 얼굴을 하고 슬픔 때문에 몸치장도 안 하고 아무 희망도 없이 침울하게, 그러나 생명에 넘쳐 서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니나는 마치 폭풍우에 좀 파손된, 그러나 대해에 떠 있고 바람을 맞고 있는 배와도 같았다. 그리고 볼 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그 배가 어디든지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아니 , 새로운 대륙의 새로운 해안에 도착해서 대성공을 거두리라는 것을 돈을 걸고 단언할 것 같았다. 


-아니, 나는 알 수 있다. 느낄 수가 있어. 네 속에 있는 무엇에 의해서도 상처받을 수 없는 본질을. 아, 정말이야? 하고 니나는 빠른 어조로 말했다. 최근에는 그 감정이 나를 떠났었어. 


-사람은 자기 자신에 관해서 야기해서는 안됩니다. 순전한 이기주의로 보더라도 안 됩니다. 왜냐하면 마음을 털어버리고 나면 우리는 더 가난하고 더 고독하게 있게 되는 까닭입니다. 사람이 속을 털면 털수록 그 사람과 가까워진다고 믿는 것은 환상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는 데는 침묵 속의 공감이라는 방법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 그 시선을 나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자기가 내리려 했던 섬을 그냥 지나치는 사람의 시선이었다. 배가 멎지 않고 그냥 지나가버릴 때 그 선객은 슬픔의 가득 찬 얼굴로 섬을 바라보면서도 선장에게 항로를 섬 쪽으로 돌려달라고 하기 위해서 종을 흔들지 않는다.


 그리고 그에게도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배는 계속해서 가고 섬은 대해의 한가운데에 그냥 떠 있다. 


편의점에서 라떼 한잔을 시켜놓고 마지막 장을 덮었다.


ㅋㅋㅋ오늘밤은 더이상 쓸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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