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의 위로

by 정민희

작업실의 위로





내내 숨이 막혔다. 집 근처에 한 달에 이십만 원짜리 공동 작업실을 구했다. 20년 8월 끝자락이었다. 더 이상은 숨이 막혀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숨구멍이 필요했다. 원하고 바랬던 작업실은 아니지만 좋았다. 아프면 병원에 가서 돈을 내고 치료를 받는다. 치료비라 생각하자. 이렇게 마음먹으니 조금은 위로가 된다. 막상 작업실을 구했지만 작업실에 나온 날은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너무 숨이 막힐 때마다 한 번씩 왔고 퇴근 후 오자던 다짐은 작심삼일로 그쳤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벌써 네 달째 병원도 가지 않고 치료비만 지출 중이다. 작업실을 정리할까 생각해보다 한번 작업실에 나가면 그 마음이 사라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공간 자체가 위로가 되기도 한다. 불안한 마음이 가라앉고 차분해진다. 자주 나와야지 다시금 다짐해본다.


공간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반복적인 사무적인 일을 하다 보면 점점 잊힌다. 창작하고자 하는 욕구들이 자꾸만 사라져 간다. 하루 9시간을 꼬박 회사에서 보내고 난 후에는 모든 의지가 사그라든다. 그저 피곤하고 집에 가서 눕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한 번은 너무 피곤한데 작업실에 너무 가고 싶었던 적이 있다. 오랜만에 흥미가 생긴 그림 작업이었다. 하루 종일 생각났지만 내겐 온전한 하루가 허락되지 않았다. 그렇게 퇴근 후 부랴부랴 불 꺼진 작업실 불을 켰다. 그리고 5분간 부산을 떨다가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작업실 바닥에 한 시간을 누워있었다. 완성되지 못한 그림을 바라만 보며 그저 누워있었다. 그날의 최선이었다. 체력이 필요하다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 서글펐다.


그림만 그리는 일이 이렇게 어렵구나. 그림 그리는 일은 많은 집중력을 요한다. 그렇기에 체력 또한 만만치 않게 필요한 일인데 정작 체력은 이미 한참 전에 끝이 나버렸다. 하지만 다음날의 출근을 위해 집에 가서 씻고 잠을 청한다. 내일은 아침에 가보자 다짐을 해보며 다음을 기약한다. 그러는 사이 순간 반짝이던 창작욕구는 사라지고 멋졌을지도 모를 그 형태는 사라져 버린지 이미 오래다. 일단 손끝에서 표현이 되어야 무어라도 얘기할 수 있는데 아무런 이미지도 나오지 못한다. 그렇게 지금 작업실에는 단 두장의 그림이 미완성인 채로 걸려있다. 하루 종일 응시해도 모자랄 것 같지만 어찌어찌 시간을 조각내어 두장의 무언가를 표현했다. 짠하다.


이 글은 출근 전 작업실에 나와 쓰고 있다. 완성되지 못한 두 그림을 바라보며 붓을 들기에는 너무 짧은 30분이란 생각에 우선 글을 쓰고 본다. 다음엔 더 충분히 시간을 만들어 보자 다짐한다. 역시 체력이다. 두 가지를 하기에 내 체력은 턱없이 약하다. 금방 지치고 에너지가 소진된다. 결론은 다시 운동이다. 작업을 하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체력을 기르자. 강철 같은 체력을 길러내 보자. (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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