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을 때

by 정민희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을 때




이미 진로를 정했다고 생각했으나 회사에 다니는 동안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몰라 방황했다. 나는 어릴 적 빠르게 진로를 결정했다. 어린 시절 선생님들에게 칭찬을 받았던 미술. 이것이 내가 정한 진로였다. 남들보다 손재주도 좋았고 선생님들의 칭찬도 좋았다. 다만 당시 미술은 무조건 회화과인 줄 알았고 고등학생이 되어 대학을 가기 위해 입시미술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회화보다는 조형이 더 나에게 맞지 않나 생각이 들지만 당시엔 정보가 없었다. 내가 미술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계기는 중학생 때였다. 미술시간에 비누로 토끼 모양의 조각을 만든 적이 있다. 그런데 내가 봐도 너무 기가 막히게 조각을 잘한 것 같았다. 혼자만의 생각이었으면 그냥 그렇게 별다르지 않은 하루로 넘어갔을 텐데 미술 선생님의 폭풍 칭찬이 기억에 남아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게 미술인가 보다'라는 생각을 했다. 단순했다.


그리고 당연하게 회화과에 들어갔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크게 고민 없이 작가의 길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보통 회화과에 들어와서도 계속 그림을 그리겠다 마음먹은 사람은 정말 몇 안 된다. 대략 40명 정도의 동기 중 현재 창작 활동을 하며 작가 생활을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작가 생활을 꿈꾸면서도 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돈벌이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하지 못했다. 전시를 하면서 지원 사업도 하고 보조강사도 하면서 근근이 돈을 벌었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 안정적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돈을 벌 때마다 마음이 흔들렸고 돈벌이를 위해 어쩌다 작업실에서 식물 가게를 시작했다. 첫 개인전 이후 작업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고 몰두했어야 할 시기에 돈을 벌어야 한다는 불안감이 나를 압박했다. 압박감으로 정말 열심히 일을 했다. 그러다 결국 번아웃과 무기력이 찾아왔고 지쳐버린 나는 작업과 작업실 그리고 하던 식물 가게를 모두 버렸다. 모두 내려놓고 안정적으로 보이는 월급을 받기 위해 회사로 들어갔다. 더 이상 불안에 떨며 살고 싶지 않았다.


그 후 1년 동안은 작업에 대한 고민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개 버릇 남 못 주는 거였다. 나는 사실 돈 버는 것보다 안정적인 삶보다 내 작업이 내 창작물이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어려웠다. 다시 어떻게 작업을 해야 하는 건지 쉽게 엄두가 나지 않았고 할부의 노예가 되어 회사를 쉽사리 그만둘 수도 없었다. 그러다 병이 났다. 그제야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회사를 그만뒀다. 물론 카드빚 때문에 다시 몇 개월 더 다니긴 했지만. 우선은 건강을 챙겨야 했다. 그리고 망가진 내 마음을 회복시켜줘야 했다. 마음에 병이 들면 다른 손쓸 도리가 없다. 하루하루 불행한 것보다 불안하더라도 하고 싶은 것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회사에 다니며 종종 보는 유튜브에서 미대를 다니는 중이거나 미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순간의 깨달음이 왔다. 아 나는 그냥 계속 미술을 하고 싶구나. 하지만 다시 돌아가는 과정이 어려웠다. 그냥 하자. 우선 다시 해보자. 회사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없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내게 조금이라도 부러움의 대상이 있고 그것이 하고 싶다는 마음이 아주 티끌일지라도 마음에 있다면 그게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다. 그리고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생각은 내게 그것에 관해 어느 정도의 잠재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자. 나는 미술은 계속하고 싶고 부러움의 대상이었지만 다른 이들이 하고 있는 다른 수많은 것들은 하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었던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언지 아주 작은 내 마음의 소리를 귀 기울여 잘 들어보자. 좋아하는 일,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바로 찾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이 글을 검색해서 읽고 있는 당신이라면 곧 찾을 수 있을지 모르니 계속 찾아보자. 나에게 주의를 기울이자. 내가 하는 아주 작은 속삭임을 들어보자. 그것은 뚜렷한 이미지가 아닐지 모른다. 그러니 조심스럽게 그 속삭임을 따라가 보자.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하고 싶었던 게 이거였구나 하는 깨달음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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