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돈을 벌 수는 있을까?

기생충이 되고 싶지는 않아

by 정민희





언제까지 지원만 하면서 살아야 할까? 그림으로 돈을 벌 수는 있을까? 지원금이 쏟아지는 시기가 다가온다. 나라에서 전시를 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다. 지원금 제도를 신청해 뽑히면 그 지원금으로 작업할 재료비와 그 작업들을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나는 근 3년 회사에 다니는 동안 미술의 미 자도 쳐다보지 않았기에 지원금에도 관심이 없었다. 당연한 것이 월급을 받고 있었으니까. 다시 미술이 하고 싶어 회사를 그만두고 이런저런 작업을 하고 지내는 요즘. 지원금이 어느 때보다도 간절하다. 하지만 지원금을 생각하면 씁쓸한 생각들이 먼저 떠오른다. 이십 대 후반에서 삼십 대 초반 이런저런 지원금을 신청했고 지원금을 받아 전시도 하고 기획하던 프로젝트도 했다. 지원금을 받으며 작업을 할 당시 같이 대학원에 다녔던 사람이 ‘나는 지원금 같은 거 받으면서 작업하고 싶지 않아’라고 얘기를 했다. 비슷한 시기에 그 당시 만났던 남자 친구와 크게 다툼이 있었는데 나를 비롯해 미술 하는 사람들에게 ‘나랏돈 빨아먹는 기생충 같은 것들’이라는 표현을 했다. 이 두 이야기를 연달아 들은 나는 혼란 스러 웠고 충격이었다.


그다음 해부터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았다. 더 이상 그 돈을 지원받을 자신이 없어졌다. 기생충이 되기 싫었다. 그렇게 조금씩 흔들렸다.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힘이 빠지고 내가 무언가를 잘 못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 보면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사람들의 오지랖이고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지만 당시의 나는 모르는 게 많았고 어렸다. 물론 지원금을 받고 전시도 하고 이런저런 좋은 프로젝트를 많이 하기도 했지만 나에게 영향력 있는 두 사람이 이런 말을 내게 했을 때 상처를 받았고 그 후 지원금 신청을 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 후 작업에 대해 고민만을 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작업의 결과물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다른 이들의 말은 흘려듣고 너무 많은 고민은 하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계속했어야 했는데 여러 방면에서 나는 약해져 있었다. 이리저리 흔들리다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이제 조금씩 지원금 공지가 뜨고 있다. 22년을 준비해야 하기에. 며칠 동안 내가 지원금을 받아야 하는 이유에 대한 내용을 쓰다 보니 현타가 왔다. 요즘 나는 많이 삐뚤어져 있는 것 같다. 스스로는 긍정적인데 이쪽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 않다. 나의 얕은 경험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쌓여있다. 매년 한국예술인 복지재단에서 하는 예술인 파견 지원사업에 신청하면서 활동을 하지만, 파견 지원사업을 하는 동안 단 하나의 작품도 하지 않은 작가들을 여럿 봤다. 나는 이런 것이 이제 조금은 지겹다. 그럼에도 기웃거리는 것은 돈 때문이겠지. 어릴 땐 돈돈 하는 어른이 되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태어난 세상은 자본주의 시대이기에 돈이 없이는 물 한 모금도 마실 수 없다. 예술한답시고 돈과 거리 두는 척은 이제 그만하자.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 내 창작물들로 돈을 벌고 싶지만 당장은 그러지 못하니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원금에 기대어 계속해서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수밖에. 앞으로의 내가 무엇으로 돈을 벌지는 모르겠지만 그 돈으로 내 작업을 하면서 나와 같은 작가들을 지원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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